Part 2. 물거품은 매듭을 알고 있다

화장실을 좋아하는 이유 둘, 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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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끝을 이어서 동그랗게 만든 줄을 구기고 꼬면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신한다. 풀려 있는 고리라도 마치 엉키고 묶인 고리처럼 위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매듭이론은 복잡한 매듭 가운데 같은 매듭을 찾아낸다. 요즘은 물거품도 매듭을 만든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매듭이론은 3차원 공간안에서 수많은 점을 연결하는 선들이 서로 얽힌 모양새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특히 줄의 양 끝을 이은 것을 ‘매듭’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매듭 여러 개가 얽힌 것은 ‘고리’라고 부른다. 복잡하게 얽힌 두 개의 매듭 또는 고리가 서로 같은지 다른지를 밝히는 것이 매듭이론의 주요 과제 중 하나다.


나랑 같은 매듭은 누구?

복잡한 매듭을 끊지 않고 움직여서 다른 모양으로 만들면 처음과 나중 매듭은 ‘같은’ 매듭으로 볼 수 있다. 독일의 수학자 쿠르트 라이데마이스터는 매듭을 끊지 않고 변형하는 방법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그의 이름을 딴 이 변형을 거치기 전 매듭과 거치고 난 뒤의 매듭은 모양은 달라도 모두 같은 매듭으로 본다.

변형 방법은 간단하지만, 매듭 두 개가 서로 같은 것인지 밝히기 위해 매번 실로 매듭을 만들어 움직여보는 일은 고달프다. 그래서 여러 수학자가 매듭을 서로 비교할 수 있는 값인 ‘불변량’을 만들었다. 매듭을 움직여서 그 모양이 달라져도 바뀌지 않는 값이기 때문에 불변량이라고 한다. 따라서 불변량이 다른 매듭은 ‘같지 않은’매듭이다.

‘엇갈림수’는 대표적인 불변량이다. 엇갈림수는 멋대로 꼬인 매듭을 움직여서 더 이상 엇갈린 지점을 줄일 수 없을 때, 엇갈린 지점의 개수다.지금은 엇갈림수가 16 이하인 모든 매듭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불변량 값이 같다고 해서 모두 같은 매듭인 건 아니다. 매듭을 거울에 비췄을 때 나타나는 매듭을 생각해 보면 된다. 클로버를 닮은 세잎매듭을 거울에 비췄을 때 나타나는 매듭은 세잎매듭과 같이 엇갈림수가 3이다. 하지만 세잎매듭을 아무리 변형해도 매듭을 끊지 않고서는 거울에 비친 상으로 바꿀 수 없다.

1984년 뉴질랜드의 수학자 본 존스는 거울에 비친 매듭을 원래 매듭과 구분할 수 있는 다항식을 찾아냈다. 거울 속 매듭은 원래 매듭을 이루는 가닥의 위아래를 뒤바꾼 모양이다. 존스의 다항식에서 변수를 그 변수의 역수(곱해서 1이 되는 수. x의 역수는 1/x다.)로 모두 바꾸면 가닥의 위아래를 모두 뒤바꾼, 거울속 매듭의 식이 된다. 원래 매듭의 존스 다항식과 거울에 비친 매듭의 존스 다항식이 다르면 원래 매듭을 아무리 움직여도 거울 속 매듭으로 만들 수 없다. 모든 매듭을 구분할 수 있는 불변량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물도 매듭이 된다

물이 매듭 모양으로 흐른다면 어떻게 될까? 미국 시카고대 물리학과 더스틴 레크너 교수는 물거품을 매듭 모양으로 만들기 위해 3D 프린터로 출력한 매듭 모형을 물속에 집어넣고 초속 약 3.1m로 빠르게 잡아당겼다. 실험 전에 미세한 물거품을 뽀글뽀글하게 만들어 매듭 모양이 잘 보이도록 하는 과정도 잊지 않았다.

연구팀은 실험을 촬영한 다음 영상에서 눈에 잘 띄는 물방울을 5~20개 정했다. 그리고 가까운 것끼리 최단 거리로 이은 가상의 띠를 만들어 매듭의 변화를 분석했다. 빠르게 움직이는 매듭 모형이 만든 물거품은 처음에는 매듭 모양이었다가 띠가 펴지고 맞닿은 부분이 합쳐지면서 결국 스스로 풀려버렸다.

이런 연구 결과가 당장 실생활에 이용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수학자들은 매듭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훗날 자연에서 생기는 복잡한 매듭을 연구하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포 속에서 풀리고 꼬이는 DNA, 공기가 만드는 여러 가지 파동에 대한 연구가 영향을 받을 것이다. 전 세계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매듭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글 : 고은영 기자 eunyoungko@donga.com
수학동아 2015년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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