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입체도형의 전개도를 그릴 수 있을까?

[중 1] 입체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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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지으려면 반드시 ‘설계도’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입체도형을 만들려면 어떤 도면이 필요할까?
바로 입체도형을 펼쳐서 평면에 나타낸 그림인 ‘전개도’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누구나 같은 모양의 도형을 만들 수 있다. 익숙한 도형인 정육면체나 삼각기둥의 전개도는 금방 떠오르지만, 표면이 둥근 구나 도넛 모양의 입체도형은 전개도를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과연 세상의 모든 입체도형은 모두 전개도를 그릴 수 있을까?

알브레히트 뒤러의 다면체


입체도형은 전개도를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전개도 하나만 있으면 누구나 같은 모양의 도형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학자들은 이처럼 책 속에 있던 입체도형을 세상 밖으로 꺼내기 위해 전개도 연구를 시작했다. 전개도만 있다면, 상상 속 도형도 현실화되기 때문이다.

여기 르네상스 시대를 주름잡았던 독일의 판화가 알브레히트 뒤러의 작품이 있다. 1514년 작품인 <멜랑꼴리아1>로, 4×4 마방진이 그려져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좀더 자세히 보면, 그림의 왼쪽 중앙에 커다랗게 그려진 다면체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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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 도형을 2차원 평면 위로!

입체도형의 전개도란 입체도형을 한 평면 위에 펴놓은 그림을 말한다. 다시 말해 3차원 입체도형은 모두 2차원 평면도형에 기초를 두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평면과 공간 사이의 관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제대로 된 전개도를 그릴 수 있다. 또한 하나의 입체도형은 전개도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그릴 수 있기 때문에, 수학자들 사이에서는 한 입체도형의 전개도가 몇 가지인지 알아내는 것도 흥미로운 연구 주제 중 하나다.

가장 익숙한 도형인 정육면체부터 살펴보자. 정육면체 모서리를 따라 아래 그림과 같이 평면 위에 펼치면, 입체도형이었던 정육면체는 십자가 모양의 평면도형이 된다.
 
우리는 정육면체의 전개도가 여러 개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그럼 모두 몇 가지일까? 혹시 전개도가 그려진 종이를 가위로 오려 직접 정육면체 만들어 본 경험이 있다면, 이제 더 이상 그런 수고는 필요 없다. ‘수형도’만 정확히 알면, 정육면체의 전개도를 손쉽게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프 이론에서는 점과 선으로 도형의 특징을 설명하곤 하는데, 그중 하나가 수형도(트리)다. 수형도는 그리는 사람에 따라 꼭짓점의 위치나 점과 점 사이를 잇는 변의 길이가 달라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때 꼭짓점의 위치나 변의 길이를 변형해 일치하는 수형도는 모두 같은 수형도로 인정한다. 예를 들어 아래 그림과 같이 꼭짓점이 4개인 수형도를 살펴보면 ❶과 ❷는 같은 수형도, ❸은 전혀 다른 수형도다.
 
짝 수형도로 전개도를 만든다!

정육면체는 면이 6개이므로, 꼭짓점이 6개인 수형도를 이용하면 된다. 먼저 꼭짓점이 6개인 서로 다른 수형도를 그려 보자. 꼭짓점이 6개인 수형도는 오른쪽 그림 1과 같이 모두 여섯 가지다.

여섯 가지의 수형도에서는 서로 인접하지 않은 꼭짓점을 두 개씩 짝지으면, 모두 세 쌍으로 나눌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른쪽 (1)번 수형도는 (①, ③), (②, ⑤), (④, ⑥)과 같이 나눌 수 있다. 이처럼 꼭짓점을 남김없이 짝지을 수 있는 수형도를 ‘짝 수형도(paired tree)’라고 한다.

그런데 위 여섯 가지 수형도 중에서 (6)번 수형도는 꼭짓점을 세 쌍으로 나눌 수 없다. 따라서 (6)번 수형도는 짝 수형도가 아니다. 따라서 (6)번 수형도를 제외한 나머지 다섯 가지의 수형도만이 짝 수형도다.

짝 수형도에서 서로 인접하지 않은 두 꼭짓점을 짝짓는다는 것은, 입체도형 전개도에서 서로 마주보는 면을 선택하는 것과 같다. 정육면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수형도에서 꼭짓점 사이를 잇는 변은 정육면체 전개도에서 면이 붙어 있는 경우를 말한다.

즉, 올바른 전개도가 되려면 가장 먼저 짝 수형도로 전개도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하고, 그 다음 짝 수형도의 순서쌍과 마주보는 면이 일치해야 한다(그림 2).

정육면체 전개도는 모두 11가지다. 그림 3에서와 같이 짝 수형도를 이용하면 정육면체의 서로 다른 전개도를 쉽게 그려 볼 수 있다.
 
기하학, 세상 밖으로!

사실 수학자들은 꽤 오랫동안 책 속에 그려진 삽화로 입체도형의 성질을 이해해야 했다. 보통은 입체도형의 겨냥도를 그려, 보이지 않는 면을 상상해 연구를 진행했다. 그러다 서서히 학문의 틀 안에 갇힌 기하학을 세상 밖으로 꺼내는 방법을 찾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 도구가 바로 종이다. 종이와 전개도만 있으면 대부분의 입체도형은 제작이 가능했다.

1966년 독일의 수학자 매그너스 웨인저는 입체도형 중 ‘다면체’를 총정리했다.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플라톤이 정의한 정다면체 5개는 물론, 준정다면체 13개와 케플러-포인샷 다면체 4개, 별 모양 다면체 53개(정다면체와 중복된 것 있음), 그 밖에 다면체 53개를 분류하여 모두 119개의 다면체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웨인저가 새로 정의한 다면체는 일반 사람들은 물론, 수학자들조차 전개도를 찾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웨인저는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자의 도움을 받아, 누구나 다면체의 전개도와 그 구조물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이를 위해 웨인저는 먼저 종이 위에 각 다면체의 전개도를 그린 다음, 입체도형으로 만드는 과정을 개발자에게 선보였다. 이때 개발자는 웨인저가 완성된 구조물을 서서히 평면으로 펼치는 과정을 모두 사진으로 담았다. 이 사진을 컴퓨터에 입력한 다음, 컴퓨터 상의 3차원 좌표에 표현해 애니메이션으로 연속 동작이 될 수 있도록 연결시켰다.

그 결과 이제 기존의 다면체는 물론, 웨인저가 새로 정의한 다면체의 전개도와 구조를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은 컴퓨터상에서 360° 회전은 물론, 다면체를 2차원으로 펼쳐 그 내부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정말 모든 입체도형의 전개도를 찾을 수 있을까?

둥근 표면을 가진 대표적인 입체도형으로는 구와 도넛 모양의 원환체(토러스)가 있다. 이런 도형도 전개도를 그릴 수 있을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둥근 표면을 평면에 펼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면 이대로 구와 원환체의 전개도를 찾는 일은 불가능한 일일까.

물론 완벽한 전개도는 아니지만, 둥근 표면을 가진 입체도형의 전개도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둥근 표면을 가능한 실제 도형과 가깝게 다각형으로 쪼개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오른쪽 그림과 같이 구의 전개도를 그리기 위해 수많은 과학자들이 다양한 도법으로 구를 바닥에 펼쳐 본 것과 같은 원리다.

이때 도형의 곡률을 계산하면, 더욱 완벽한 전개도를 그릴 수 있다. 곡률이란 ‘곡선의 휜 정도’를 나타내는 값으로, 직선과 같이 평평한 부분의 곡률을 0이라고 한다. 둥근 표면을 다각형으로 쪼갤 때, 최대한 작고 같은 모양의 단위 도형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전개도로 제작한 입체도형이 일정한 곡률 값을 가질 수 있다.

또 다른 하나는 공간을 수학적으로 확장하는 방법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3차원 공간에서 둥근 표면을 평면에 펼칠 수 없으니, 이를 수학으로 새롭게 정의된 위상공간에 존재하는 도형으로 상상해 정의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클리포드 원환체가 있다. 클리포드 원환체란 새로운 위상 공간인 R⁴에 존재하는 원환체 중 하나로, 그 표면이 크기가 다양한 크기의 삼각형으로 쪼개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독일의 수학자 콘라드 폴티아는 2003년 자신이 개발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클리포드 원환체를 아래 전개도와 같이 물결무늬의 단위 도형으로 쪼갰다. 그런 다음, 이를 이용해 모두 200개의 꼭짓점을 가진 클리포드 원환체의 전개도를 만들어 세상에 소개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방법 모두, 원래의 도형과 비교해 오차를 지닌 전개도다. 즉, 전개도의 근삿값을 구한 것과 같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구나 원환체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재현하는 완벽한 전개도는 그리기 어렵다.
 
이미지 확대하기둥근 표면을 가진 입체도형의 전개도는 그 표면을 단위 도형이나 다각형으로 쪼개서 그릴 수 있다.둥근 표면을 가진 입체도형의 전개도는 그 표면을 단위 도형이나 다각형으로 쪼개서 그릴 수 있다.
 

글 : 염지현 기자
글 : 지이니
도움 : 이광연 교수
도움 : 콘라드 폴티아 소장
도움 : www.polthier.info
도움 : 매그너스 웨인저 성직자, 수학자
도움 : www.saintjohnsabbey.org/wenninger
사진 : 포토파크닷컴
사진 : 위키미디어
수학동아 2013년 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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