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유리를 샌드위치처럼 만들면 어떨까?

유레카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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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그작!”
이 소리는 누군가 단무지를 씹어 먹는 소리…가 아닌 안전유리가 깨지는 소리다. 보통 유리는 ‘와장창’하고 수천 조각으로 흩어지지만, 안전유리는 얌전히 깨진다. 유리와 유리 사이에 들어있는 특별한 물질이 파편이 밖으로 흩어지지 않도록 잡아주기 때문이다. 이 안전유리는 우연히 발견한 ‘특별한 물질’로부터 시작됐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프랑스의 화학자 겸 예술가로 활동했던 에두아르 베네딕투스다. 플라스크를 떨어뜨린 범인이 실험실에 무단 침입한 고양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중요한 건 ‘누군가 플라스크를 바닥에 떨어뜨렸고, 바닥에 떨어진 플라스크는 산산조각이 나 있었으나 한 자리에 다소곳이 머물러 있었다’는 사실이다.

평소 베네딕투스는 사색하며 산책하기를 즐겼는데, 어느 날 우연히 자동차 사고를 목격하고 큰 충격을 받는다. 판으로 된 자동차 앞유리가 사고로 인해 산산이 부서져 그 파편이 젊은 여성을 피투성이로 만드는 장면을 보았기 때문이다. 판으로 된 유리는 운전 중에 깨지면 큰 피해를 가져왔다. 기차도 마찬가지였다. 길에서 창문으로 튄 작은 돌멩이 하나에 승객이 위험해졌다. 베네딕투스는 이런 사실에 충격을 받고, ‘유리를 깨지지 않게 하는 화학 물질’이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불현듯 흩어지지 않던 플라스크가 생각났다.

‘그래! 바로 이거야!’



8년 만에 빛을 발한 실수의 진가

베네딕투스는 1903년 ‘콜로디온’이라는 꿀처럼 끈적이는 물질을 이용해 실험 중이었다. 콜로디온은 니트로셀룰로오스라고 불리는 또 다른 물질을, 에테르와 알코올의 혼합 액체에 녹여 만든 것이다. 베네딕투스는 플라스크 사건 당시 이 콜로디온을 플라스크에 담아 놓고, 뚜껑을 닫지 않고 자리를 비웠다. 그러자 그 속에 담겨 있던 콜로디온 성분 중에서 에테르와 알코올은 모두 증발하고, 플라스크 안에는 오직 니트로셀룰로오스 성분만 남아 있었던 것이다.

베네딕투스는 이런 기이한 현상에 흥미를 느끼고 같은 조건으로 다시 실험했다. 그 결과 니트로셀룰로오스가 깨진 유리 조각을 묶어주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하지만 당시에는 연구를 더 발전시키지 않았다.

기록에 따르면 베네딕투스는 교통사고를 목격한 지 몇 시간 만에 이 플라스크 사건을 다시 떠올렸다고 한다. 그리고 샌드위치처럼 유리와 유리 사이를 니트로셀룰로오스로 채워 3중 구조로 만들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무려 8년 뒤인 1911년의 일이었다.

베네딕투스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만든 ‘안전유리’를 선보였지만, 너무 비싸다는 게 문제였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흘렀지만 안전유리는 여전히 자동차에 장착되지 않았다. 자동차 회사는 굳이 유리에 돈을 들이고 싶어하지 않아서다. 그런데 그때 또 다른 ‘우연’이 베네딕투스에게 선물처럼 찾아온다.



또 다른 안전유리, 강화유리

대량생산기법을 자동차에 처음 도입한 헨리 포드가, 당시 운영하던 포드 자동차 회사에서 모델 A를 개발하던 중이었다. 기술자 1명이 충돌로 떨어져 나온 자동차 유리에 베어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이때 포드는 안전유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1919년 처음으로 포드 자동차에 안전유리를 달았다. 그로부터 10년 뒤 모든 포드 자동차 모델은 안전유리로 된 앞유리창을 달게 됐다.

베네딕투스의 3중 안전유리는 유리 파편에 찔리는 부상을 줄이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다른 문제가 있었다. 햇빛에 약한 니트로셀룰로오스는 시간이 지나면서 노랗게 변해 앞이 잘 안 보이게 만들었다. 요즘에는 이를 보완한 다른 물질로 3중 유리를 만든다.

한편 베네딕투스는 안전유리의 한쪽 면을 600℃로 가열한 다음 급속히 식혀 강도를 높인 강화유리도 개발했다. 강화유리는 보통 유리보다 최대 8배 단단하다. 유리를 가열하면 유리를 구성하는 입자들이 긴장 상태가 된다. 이때 유리 안과 밖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입자를 잡아당긴다. 따라서 외부의 충격은 수직 방향으로 전달된다. 덕분에 유리 파편은 밖으로 튀지 않고 알갱이처럼 부서진다.
 


수학으로 증명하는 강화유리의 ‘안전성’

공학자들은 강화유리의 안전 강도를 증명하기 위해 수학의 한 분야인 ‘유한요소법’을 이용한다.
 

먼저 왼쪽 그림처럼 어떤 물체를 1차원인 선, 2차원인 삼각형 또는 사각형, 3차원인 사면체와 같은 유한개의 요소로 나눈다. 그런 다음 각 영역에 맞는 편미분 방정식이나 열 방정식을 세워 단단함이나 탄성 등을 분석한다. 유한요소법의 초기 모델은 러시아의 수학자 알렉산드르 흐렌니코프와 리하르트 쿠란트가 개발했다. 1950년대 중후반부터는 항공기와 구조해석에 쓰였고, 1960년대에는 도시공학, 토목공학에 쓰였다. 1970년대에는 응용수학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했다.

최근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대 토목공학과 모스타파엘-스하미 교수팀은 유한요소법을 이용해 온도에 따라 강화유리가 외부의 힘을 견디는 정도를 계산할 수 있는 수학 모델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강화유리를 삼각형과 사각형으로 나누고, 각 영역에 알맞은 편미분 방정식을 세워 외부 온도와 압력에 따라 저항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관찰했다. 그 결과 수학 모델을 이용해 강화유리의 안전성을 증명할 수 있었다. 앞으로 유리의 종류에 따라 그 구조의 안전성을 수치값으로 비교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 남자의 우연한 발견은 여전히 사람의 생명을 지켜주고 있다. 앞으로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의 건강을 지켜줄 안전유리, 강화유리를 기대해 본다.

글 : 염지현 기자 ginny@donga.com
사진 : 포토파크닷컴
사진 : 위키미디어
수학동아 2015년 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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