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거품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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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학교에 가기 전에 항상 하는 일을 떠올려 보세요. 비누를 손바닥으로 비벼 얼굴을 깨끗이 닦고, 칫솔에 치약을 발라 치카치카 상쾌한 소리를 내며 이를 닦지요. 어른들은 커피머신으로 갓 뽑아낸 모닝커피를 즐기기도 해요. 바쁜 사람들은 빵으로 아침식사를 때우기도 하고요. 이 모든 일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보글보글 거품이에요!

거품, 너는 누구니?


거품은 고체처럼 잘 움직이지 않지만, 액체처럼 조금씩 흐르거나 모양이 변하기도 해요. 기체처럼 금방 사라지기도 하죠. 거품은 대개 액체에 기체가 섞여 있는 상태랍니다(고체와 기체가 섞인 거품도 있어요). 액체가 거품벽을 만들어 그 안에 공기를 담고 있지요. 샴푸나 비누, 치약에서 생긴 거품은 물론, 발포플라스틱(스티로폼)과 스펀지, 공원 바닥에 깔려 있는 폴리우레탄 폼, 빵이나 아이스크림도 모두 거품이에요.

거품은 액체를 아주 빠른 속도로 저으면 생겨요. 액체에 뜨거운 수증기를 내뿜거나, 이산화탄소와 섞인 액체에 압력을 가해 거품을 만들 수도 있지요. 하지만 거품벽을 이루는 물은 증발하거나 중력 때문에 아래로 흘러내려요. 그래서 거품은 금세 터지지요.

누가 누가 거품일까?

그럼 주변에서 거품을 한번 찾아볼까요? 거품을 찾기 전에 잠깐! 어떻게 액체와 기체가 섞일 수 있는 걸까요? 그 비밀을 비누 거품 속에서 찾아볼게요. 비누를 이루는 주성분인 계면활성제(소듐라우릴설페이트, 소듐라우레스설페이트)는 물을 좋아하는 부분과 물을 싫어하는 부분을 함께 갖고 있어요. 물을 좋아하는 부분은 거품벽(물)을 향하고 물을 싫어하는 부분은 거품 안쪽(공기)을 향하지요.
 

만약 거품이 없다면?

비누를 비벼도 거품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때가 깨끗하게 없어지지 않아요. 비눗물 속 계면활성제는 기름때를 만나면 거품을 만들 때처럼 때 주변을 둘러싸요. 물을 싫어하는 부분이 때를, 물을 좋아하는 부분이 물을 향하지요. 이렇게 하면 때가 물에 잘 섞여 흘려버릴 수 있어요. 거품이 많으면 때와 닿는 부분(표면적)이 넓어져 때가 효과적으로 빠져요. 세수할 때 비누거품을 사용하면 손바닥으로 비빌 때 얼굴피부가 손상되는 일을 막을 수 있지요.

맥주에 거품이 없다면?

금세 김빠진 맥주가 되어버려요. 맥주는 보리를 끓인 즙에 효모를 넣어 발효시킨 음료예요. 이때 생긴 이산화탄소를 단백질이 감싸면서 거품을 만들지요. 거품은 이산화탄소가 날아가는 것을 막아 맥주를 신선하게 유지해요. 하지만 거품이 너무 많아도 안 돼요. 음료에 충분히 녹아 있어야 할 이산화탄소가 오히려 거품에 갇혀버려 톡 쏘는 맛이 줄어들기 때문이에요. 맥주는 거품이 2㎝ 정도 쌓여 있어야 맛있답니다.

포말소화기에서 거품이 나지 않으면?

불을 끌 수가 없어요. 목재나 섬유, 기름에 붙은 불을 끄는 데 효과적인 포말소화기는 거꾸로 들고 흔들면 안에 들어 있던 탄산수소나트륨 용액과 황산알루미늄 용액이 섞여 거품이 생기지요. 포말소화기로 불을 끄는 원리는 불에 거품을 뿜어 공기를 차단시키는 것이랍니다.

게가 게거품을 물지 않는다면?

더 이상 물 밖에서 살 수가 없어요. 게는 죽은 물고기 같은 먹이를 먹기 위해 물 밖으로 나와요. 아가미로는 물속에서만 숨쉴 수 있어, 물 밖에서는 입 주변에 머금은 물을 조금씩 빨아들이면서 숨을 쉬지요. 이때 게거품을 물어요. 반대로 물방개는 물속에서 숨 쉬기 위해 숨구멍 옆에 공기방울을 가둔 거품을 만든답니다.

세상에, 이런 진귀한 거품이!

몸속 상처를 감싸는 거품붕대


사진은 바닥재의 재료인 폴리우레탄이에요. 지난해 12월 영국로얄병원 연구팀은 이것으로 몸속 상처를 감싸는 기술을 개발했어요. 몸속에 폴리우레탄 액체를 넣어 거품을 내지요. 이 거품으로 내장에 난 상처를 보호막처럼 감싸 출혈을 약 3시간 정도 막을 수 있어요. 교통사고 환자나 전쟁터에서 부상당한 군인처럼 당장 지혈이 필요한 사람을 더 많이 살릴 수 있겠지요.

꽁꽁 얼어 있는 얼음거품

캐나다 로키산맥에 있는 에이브러햄 호수에는 신비스런 얼음거품이 있어요. 이 호수는 바닥에 살고 있는 식물이 내뿜는 메탄가스를 얼음으로 감싸버릴 정도로 수온이 낮답니다.

물 위에 둥둥 뜨는 부석

화산에서 분출된 용암에는 이산화탄소나 메탄 같은 기체가 많이 들어 있어요. 용암이 식어서 굳을 때 갇혀 있던 기체는 거품 방울로 팽창하면서 함께 돌(부석)이 되어버리지요. 물에 뜰 만큼 밀도가 작답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유리거품

에어로젤은 모래와 유리로 만든 고체거품이에요. 빈 공간이 98%나 돼 연료나 전자를 담을 수 있지요. 두께 2.5cm인 에어로젤은 유리창 10장을 겹쳐놓은 것만큼 소리와 열을 차단하는 효과가 크답니다. NASA(미국항공우주국)에서 쏘아올린 우주탐사선 스타더스트는 2004년, 에어로젤로 만든 채집망으로 혜성 ‘빌트2’에서 떨어진 입자를 담아 지구로 보내기도 했어요.

달콤한 커피가 생각나는 카푸치노 해변

호주 퀸즐랜드주 선샤인코스트는 몇 년에 한 번씩 파도거품이 카푸치노처럼 뭉게뭉게 일어나고 있어요. 이 현상은 폭풍이 지나간 뒤 해조류와 바닷속 미생물에서 나온 단백질과 지방이 바닷물과 뒤섞여 생긴답니다.

거품으로 만든 맛있는 간식

거품요리의 일등공신, 달걀흰자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프랑스 과자인 머랭과 마카롱은 둘 다 달걀흰자로 만든 거품이에요. 달걀흰자에 설탕을 넣어 거품을 낸 다음 저온에서 구워낸 것이지요. 지방이 많은 달걀노른자와 달리 흰자는 단백질이 많이 들어 있어요. 이 단백질이 계면활성제 역할을 하지요.

흰자를 2분 정도 휘저으면 원래 부피의 8배나 되는 걸쭉한 거품이 생겨요. 달걀흰자 거품에 밀가루나 옥수수전분, 초콜릿, 젤라틴 등을 넣어 색다른 요리를 만들기도 해요.

최근 국내외 요리사들은 스테이크에 거품형태의 소스를 올리고 있어요. 달걀흰자에 과일즙 같은 재료를 넣어 거품을 만들면 액체상태의 소스보다 맛과 향이 진하게 느껴지지요.

부드럽고 달콤한 카스텔라나 케이크도 달걀흰자로 만든 거품이랍니다. 식빵이나 베이글 같이 촘촘한 빵은 밀가루 반죽에 효모를 넣어 발효시켜서 만들어요. 이때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작은 거품을 만들지요. 밀가루에 들어 있는 글루텐 단백질이 거품벽을 짓기 때문에 거품이 단단하답니다.

그런데 카스텔라나 케이크를 만들 때에는 효모를 넣지 않아요. 달걀흰자로 충분히 거품을 낸 다음 밀가루를 넣어 굽지요. 달걀흰자가 거품벽을 짓기 때문에 거품이 약해요. 그래서 카스텔라는 식빵이나 베이글보다 부드럽고 가볍답니다.

혀에 착 감기는 부드러운 우유거품

거품으로 부드러운 맛을 내는 음식에는 커피가 있어요. 커피머신에서 갓 짜낸 커피 표면에는 커피 속 기름이 만든 거품인 ‘크레마’가 크림처럼 떠 있지요.

커피에 우유로 만든 거품을 얹어 카푸치노를 만들 수도 있어요. 우유에 스팀노즐을 넣어 수증기를 내뿜으면 우유 속 단백질이 계면활성제 역할을 해 공기를 감싸면서 거품을 만들지요. 우유가 데워지면서 단백질이 응고해 금세 꺼지지 않는 거품을 만들 수 있답니다.

우유거품은 커피 위에 막이 생기는 것을 막고 열을 차단해 오랫동안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어요. 하지만 우유가 너무 뜨거우면 거품벽이 빨리 말라버려 거품이 잘 생기지 않아요. 거품을 내려면 7~8℃의 차가운 우유에서 수증기로 재빨리 만들어야 하지요.

우유에서 수분을 줄여 지방함량을 높인 크림도 0℃ 가깝게 차가운 곳에서 오랫동안 휘저으면 거품이 되어요. 크림 속 유지방은 특별한 막으로 싸여 있어 물과 함께 섞여 있어요. 크림을 휘저으면 막이 찢어지고 물을 싫어하는 유지방끼리 모이지요. 결국 유지방 거품벽이 공기를 감싸면서 거품이 돼요. 만약 우유나 크림을 0℃ 이하에서 오랫동안 휘저어주면 거품이 부드럽게 얼면서 ‘아이스크림’이 탄생한답니다!

이렇게 거품은 때를 깨끗이 벗길 뿐 아니라, 소리나 불을 막아주는 재료가 되기도 하고 부드러운 식감을 내는 요리가 되기도 해요.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도 주변에 있는 거품을 한번 찾아보세요!

글 : 이정아 기자 zzunga@donga.com
도움 : 아모레퍼시픽 기술연구원
도움 : 시드니 퍼코위츠의 ‘거품의 과학’
도움 : 신원선 교수
사진 : 포토파크닷컴 외
사진 : 위키미디어
어린이과학동아 2014년 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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