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새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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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균된 세포 배양 배지 위에 동전을 잠시 올려둔 다음 치운다. 그리고 다음 날 배지를 확인하면 미생물 수 조 마리가 발견된다. 동전에 있던 미생물이 배지에서 순식간에 번식하기 때문이다.

 

미생물은 20분마다 한 번씩 세포분열을 한다. 1시간 뒤에는 미생물 1마리가 8마리(1→2→4→8)가 된다. 하루가 지나면 이 미생물은 4,722,366,482,869,650,000,000개로 늘어난다. 도대체 뭐라고 읽어야 하는지도 헷갈릴 만큼 어마어마하게 많은 수다.

 

미생물은 어디에나 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우리 몸무게의 2%를 차지하는 것도 미생물, 탄생의 순간에 신생아가 가장 먼저 맞이하는 존재도 미생물이다. 아기는 엄마의 산도를 지나며 미생물을 온몸으로 맞닥뜨린다.

 

하지만 ‘동거인’인 미생물에 대한 우리의 취급은 남보다도 못하다. 일부 미생물이 전염병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균’자가 붙은 모든 미생물은 병원체로 오해받는다.

 

하지만 싸우면 어쩌랴. 살을 맞대고 사는 부부의 싸움이 ‘칼로 물 베기’라는 말처럼, 미생물과 인간의 싸움도 결국 화합의 길로 갈 수 밖에 없다. 평생 미생물과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인 김응빈 연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책을 통해 미생물에 대한 오해를 풀고, 함께 사는 즐거움을 찾아보라고 말한다.

 

다만 미생물도 좋은 미생물과 나쁜 미생물이 있다. 나쁜 미생물도 천성부터 못돼먹은 놈은 아니다. 책의 1장에서 미생물은 명예 회복을 위한 청문회를 연다. 배탈을 유발하는 대장균은 우리 몸속에서 비타민K와 비타민B7을 형성해 신진대사와 혈액순환을 돕는다고 호소한다. 조류독감은 자신의 고향인 조류의 몸 상태가 사람들의 양계 방식으로 인해 악화돼, 어쩔 수 없이 집(조류)을 나왔다고 항변한다.

 

저자는 이처럼 ‘착한’ 미생물이 ‘적’이 되는 이유가 결국 사람이 미생물의 본래 생존 환경을 해치고 낯선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미생물도 사람하기 나름인 셈이다.

 

책을 덮으며 생각해보니, 정말 틀린 거 하나 없는 말이다. 보툴리늄처럼 독성을 가진 미생물도 우리의 눈가 주름을 쫙 펴 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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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판 ‘마인크래프터’의 이야기

 

‘마인크래프트(Minecraft)’라는 게임이 있다. 가상의 공간에서 캐릭터가 석탄, 철광석, 금광석 등 광물을 채집하러 다닌다. 이를 모으면 방어구를 제작하거나 광산이나 건축물 건설도 가능하다. 게임 속에서는 광물을 더 많이 모으는 것이 곧 자산이다.

 

지질학자나 광물학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30년 이상 광물을 수집하러 다닌 인물이 현실에도 있다. 사람을 뜻하는 영어 접미사 ‘~er’을 붙여 현실판 ‘마인크래프터(Minecrafter)’라고 저자를 소개하고 싶다.

 

주인공은 바로 이지섭 민 자연사연구소장이다. 민 자연사연구소는 그가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모은 3000점의 광물 중 일부를 전시한 공간이다. 그는 자신을 광물 수집가(영어로는 ‘mineral collector’라는 말로 표현된다)이자 이야기꾼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의 광물에 대한 사랑을 책 ‘광물, 그 호기심의 문을 열다’에 집대성했다. 광물에 대한 과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것은 물론, 광물이 예술, 문화 등 의외의 영역에서 해온 역할들을 소개한다.

 

광물을 단순히 ‘돌’로 여겼던 독자라면 책을 읽으면서 광물에 없던 애정도 샘솟아날 만하다. 책장을 넘기며 아름다운 빛과 색을 가진 광물을 감상하는 것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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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전문기자가 소개하는 미래

 

‘슈퍼맨’ 때문일까. ‘슈퍼’라는 단어에는 뭔가 굉장하고 영웅적인 느낌이 수반된다. 슈퍼마켓도 어떤 의미에서는 굉장히 아름다운 장소인 것처럼 말이다. 1988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슈퍼컴퓨터 역시 그런 뉘앙스를 풍겼다. 당시 ‘크레이-2S’는 경찰의 경호까지 받으며 운송됐다.

 

슈퍼컴퓨터는 세계에서 성능이 500위 안에 드는 컴퓨터를 일컫는다. 크레이-2S의 성능은 현재 가정용 컴퓨터는 물론, 손에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에도 미치지 못한다. ‘영웅의 몰락’이라기보다는 그만큼 미래가 어떻게 발전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의 새 책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의 미래’는 변화하는 시대를 두려워할 10대를 위한 내용을 담았다. 당장 국어, 영어, 수학을 공부하기도 바쁜 10대에게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은 어쩌면 뜬구름과도 같은 말일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위해 꼭 알아야하는 내용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미래 주역의 청소년에게 과학계의 최전선에서 관찰한 4차 산업혁명의 실체와 이로 인해 예상되는 변화를 이야기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인터페이스, 통신기술에 대한 풍부한 지식도 알차다.

글 : 권예슬 기자
사진 : 이한철
과학동아 2018년 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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