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eer] 파킨슨병 치료의 ‘골든타임’을 찾아서

뇌·인지과학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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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은 퇴행성 뇌질환을 앓습니다. 인구 고령화로 2050년에는 국내에서만 환자 수가 27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퇴행성 뇌질환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일이 점점 더 중요해진다는 의미죠.”

 

세계적으로 퇴행성 뇌질환을 겪는 환자 수는 꾸준히 늘고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성 치매 같은 퇴행성 뇌질환의 경우 환자가 병을 자각하고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신경세포가 대량으로 죽기 시작할 만큼 병이 악화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치료가 어렵다. 이성배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팀이 신경세포가 사멸하기 전 치료가 가능한 ‘골든타임’에 주목하는 이유다.

 

 

총 1250회 인용, 파킨슨병 ‘바이블’


신경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빨리 손상될 때 퇴행성 뇌질환이 발생한다. 기억과 인지기능을 악화시키는 알츠하이머성 치매, 운동기능에 장애가 오는 파킨슨병, 헌팅턴병 등이 여기 속한다.

 

환자 수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지만, 아직까지 확실한 치료제는 없다. 증상을 완화하는 약물만 있을 뿐이다. 정확한 발병 원인조차 규명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치료제 후보물질의 효능을 검증할 실험을 설계하는 것도 제한적인 상황이다.

 

더욱이 병의 증상이 확실히 나타나는 때에는 신경세포가 사멸할 만큼 병이 진행된 후기인 경우가 많아 치료가 더욱 힘들다. 죽은 세포를 살릴 방법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세포의 사멸은 병의 원인이 아니라 또 다른 병의 결과물일 수 있다”며 “세포가 죽기 전 기능이 망가진 단계여야 손상을 회복시키거나, 다른 세포가 더 이상 망가지지 않도록 하는 등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박사과정 시절 퇴행성 뇌질환 분야의 기념비적인 논문을 작성했다. 2006년 세계적 권위의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주저자로 참여해 발표한 파킨슨병 관련 논문은 지금까지 1250회 이상 인용될 만큼 파킨슨병 연구의 ‘바이블’이 됐다.

 

당시 이 교수가 속한 연구진은 파킨슨병의 근본적인 원인이 미토콘드리아라는 세포 소기관의 이상으로 발생한다는 점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이후 파킨슨병의 주요 핵심 원인 유전자들이 망가진 대부분의 동물모델을 세계 최초로 만드는 성과도 올렸다.

 

 

골지체 이상이 신경세포 사멸 유발


이 교수가 이끄는 ‘퇴행성 뇌질환과 노화 연구실’은 현재 퇴행성 뇌질환 중 희귀병에 속하는 헌팅턴병과 루게릭병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두 질환 모두 뇌세포의 손상으로 운동조절 기능이 망가지며 발병한다. 헌팅턴병은 사지가 제멋대로 움직이고, 루게릭병은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연구진은 이들 질환이 ‘폴리글루타민’이라는 독성 단백질 축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 착안, 이를 기반으로 초파리 모델, 포유류 세포 모델을 만들며 치료 해법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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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폴리글루타민에 의한 초기 신경병증의 발병 원인이 신경세포의 소기관인 골지체에 있다는 사실을 규명하는 성과도 올렸다. 퇴행성 뇌질환 초파리와 정상 초파리의 신경세포를 비교한 결과, 세포막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골지체에 이상이 생기면 신경세포에도 구조적인 변형이 일어나면서 퇴행성 뇌질환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새로운 세포막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시냅스를 만들지 못해 신경세포가 사멸한다.

 

2017년 7월 국제학술지 ‘셀 리포트’에 발표한 이 연구를 통해 연구진은 환자의 신경세포에서 ‘CrebA’라는 유전자를 과발현시킬 경우 손상된 신경세포를 회복시킬 수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연구진의 최종 목표는 퇴행성 뇌질환의 명확한 발병 기작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건강한 뇌를 유지하는 핵심 원리를 찾는 것이다. 신경세포가 기능을 서서히 상실하는 과정이 노화다. 퇴행성 뇌질환 연구를 통해 신경세포의 기능을 감퇴시키는 원인이 무엇인지 발견하면 결국 신경세포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비결도 알 수 있다.

 

이 교수는 “과거 60세에 불과하던 평균 수명이 81세까지 늘어났다”며 “20세 무렵에 성장을 마치는 뇌를 유지·보수하며 사용해야 하는 기간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글 : 대구=권예슬 기자
사진 : 이서연
과학동아 2018년 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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