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과학동아가 선정하는 이달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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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진화는 여성을 어떻게 빚어왔을까”

‘화학적 임신’이란 게 있다. 임신 테스트기에 소변을 묻혔을 때 양성 반응(화학 반응)이 나왔지만, 이후 배반포가 자궁에 착상하지 못하고 생리가 시작된 경우다. 계획 임신을 위해 매달 임신 테스트기를 이용하는 부부가 많아지면서, 과거라면 모르고 지나갔을 화학적 임신을 알아채는 경우가 늘었단다. 그 탓에 많은 여성들이 자책에 빠진다. ‘내가 운동을 너무 격렬하게 했나, 지난 달에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았나’하고. 실제로 “의학적인 측면에서 생식의 실패는 병적인 상황으로 간주되거나 최소한 건강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취급되곤 한다.”(134쪽)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원래 수정란의 3분의 1만이 건강한 만삭아로 자란다. 절반은 첫 5~6주 사이에 발생이 중단된다. “많은 경우 명확한 원인 없이 유산이 일어난다. 태아의 생존 가능성이 낮거나 혹은 미래의 다른 번식 가능성을 침해하는 상황에서,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일종의 손절매 전략이다. 그래서 여자는 슬퍼할 필요도 없고, 치료받아야 할 이유도 없다.”(134쪽) 결국 번식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진화 전략이라는 얘기다.

‘여성의 진화’는 생물인류학자인 저자가 진화 과정을 통해 여성의 몸이 어떻게 빚어졌는지 다룬 책이다. 사춘기와 초경, 생리와 생리전 증후군, 성적 행동, 임신, 출산, 산후 우울증, 양육 관행, 그리고 폐경 후 삶에 대해 진화적 견해를 제시한다.

이쯤 되니 불편함이 느껴진다. ‘아기 만드는 기계’ 모델로 여성의 진화를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여성의 몸이 번식 성공률을 최대화하려는 자연 선택의 결과를 통해 빚어졌다는 것이지, 여성의 유일한 삶의 목표가 번식이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런 접근은 이 풍요의 시대에 우리가 어느 부분에 집중해야 하는지 알려줄 수 있다”고 밝혔다(348쪽).

그래서 저자는 책 곳곳에서 오늘날 여성들이 겪는 건강 문제가 현대 환경이 인류가 진화해 온 과거 환경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예컨대, 임신을 한두 번만 하는 현대인은 평생 대여섯 번씩 임신을 했던 수렵채집인에 비해 배란 횟수가 약 2.8배 많다. “진화적 관점으로 보면, 여성의 몸은 400번 이상의 호르몬 등락 및 유방과 자궁의 세포 교체율의 변화를 견디도록 설계되지 않았다. (중략) 특히 에스트로겐과 관련해 유방암과 자궁암, 난소암 발병률이 높아진다.”(84쪽) 그렇다고 과거처럼 일생을 임신과 출산, 모유 수유에 바치자는 건 당연히 아니다. 이를테면 약물치료보다는 운동을 통해 과도한 에스트로겐의 수치를 낮추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류가 간과해 왔던 여성의 진화사가 흥미롭다. 여성인 기자도 몰랐던 이야기가 많다. 악성 스포일러(?)가 되고 싶지 않으므로 이쯤 마친다.

“나쁜 날씨란 없다”

날씨만큼 생명체의 삶에 밀접한 것이 있을까. 예컨대, “사막의 건조함은 슬금슬금 목구멍으로 기어 들어와 피부와 입술의 물기를 빨아들인다. 아주 조금만 비가 내려도 아타카마 사막은, 특히 사막 중심부를 둘러싼 지역에서는 생명이 약동한다.”(41쪽) 여기, 한 수영선수의 고백도 있다. “파도가 치고 기상 상태가 나빠지고 바람이 심하게 불어도 훈련할 때건 실전할 때건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나는 파도가 치는 걸 조절할 수 없고, 바닷물은 먹을 수밖에 없다고 말이에요.”(95쪽) 날씨는 역사도 바꿨다.

“1588년, 규모로나 화력으로나 스페인의 무적함대보다 훨씬 빈약했던 영국 해군이 무적함대를 무찔렀는데, 조수와 바람이 그 승리에 힘을 실어주었다. 정복왕 펠리페 2세는 한탄했다. “나는 인간을 물리치라고 무적함대를 보낸 거지, 신이 보내신 바람과 파도에 맞서라고 한 게 아닌데.””(142쪽) ‘아주, 기묘한 날씨’에서 저자는 날씨라는 주제 아래 굵직한 사건은 물론 다양한 개인의 사연을 뛰어난 감각으로 이질감 없이 엮어냈다. 직접 그린 일러스트가 독특하다. 우리의 머리 위에서 늘 벌어지는 일을 색다른 눈으로 보게 만든다.


글 : 우아영 기자
과학동아 2017년 0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