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시에 성공 방정식이 있다면?

‘연구개발특구’, 세계에 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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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미국), 도쿄(일본), 런던(영국), 베이징(중국)….

이 도시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바로 세계적인 과학도시다. 2010년 10월 ‘네이처’ 보도에 따르면, 보스턴은 2000년대 이후 논문 인용지수에서 줄곧 세계 최고를 달리고 있고, 2009년 ‘사이언스’, 네이처,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논문 출판 횟수에서도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도쿄와 런던은 논문 출판 수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고(2006~2008년), 베이징은 아직 세계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기록을 보니 아쉽다. 한국의 과학도시는 순위에 없는 걸까. 세계적인 저널 출판사 엘제비어가 네이처에 공개한 자료를 보면, 한국의 과학논문 출판 수는 상위권이지만, 인용지수는 세계 평균(1)에 못 미치는 0.96에 불과하다(2008년 기준. 오른쪽 위 표). 집계된 도시 가운데 중하위권이다. 그마저도 서울만 포함돼 있다. 일본은 중위권이지만 교토, 나고야, 쓰쿠바까지 6개 도시나 포함돼 있고 후쿠오카를 제외하고 모두 서울보다 순위가 높다.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지만, 한국은 아직 과학도시의 국제 경쟁력 면에서 세계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과학 도시 전략 1 : 자유, 인프라, 생활, 기업

미국 UC샌디에이고 사회학과의 매리 월쇼크 교수는 과학자들을 끌어들이는 경쟁력 있는 과학도시의 요건으로 세 가지를 꼽고 있다. 첫 번째는 자유로운 연구 분위기다. 양승우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과학동아’ 1월호 기고문에서 “도시는 혈연이나 지연에 의해 만들어진 관계가 아니라 서로의 목적이 일치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며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연구를 뒷받침하는 인프라와 도구다. 연구가 실질적으로 가능해야 성과도 나온다. 세 번째는 매력적인 생활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근엄하게 학문만 연구해서는 최고의 연구 효율을 낼 수 없다. 기업이 함께 해서 연구 성과를 부로 재창출하는 순환 과정이 있어야 한다. 호세 로보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샌디아국립연구소가 자리해 연구 인력 면에서는 최고 수준이지만 경제 유발 효과가 미미한 뉴멕시코와, 기업 활동이 함께 활발한 보스턴을 비교하며 “도시에 부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기업의 유무가 최고 수준의 과학자를 더 많이 끌어들인다”고 진단했다.





과학 도시 전략 2 : 연합과 공동 연구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은 스웨덴 남부와 얕은 해협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다. 2000년, 코펜하겐은 스웨덴 남부 도시 말뫼와 느슨한 대학 연구소 연합체를 구성해 공동연구를 시작했다. 9개 대학, 16만 5000명의 학생, 그리고 1만 2000명의 연구원이 함께 하는 커다란 연구 공동체가 탄생했다. 이 ‘외레순트’ 지역은 하나의 과학 연구 도시가 됐다. 성과는 놀라웠다. 10년 만에 공동 연구가 2배 늘었을 뿐 아니라, 유럽연합(EU)의 지원을 받아 2조원 규모의 중성자 연구 시설을 유치하는 데도 성공했다. 북유럽의 ‘연구 허브’가 된 셈이다.

이렇게 현대의 과학 연구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도시가 아니더라도 이웃 지역과의 연합을 통해 큰 규모의 연구를 수행하는 방안도 있다. 기업 활동과 연구, 그리고 연구종사자들의 생활이 일체가 된 과학도시가 국제적으로도 경쟁력을 갖는다.

대덕, 광주, 대구 : 한국 과학 ‘특구’로 거듭나다

한국은 어떨까. 지식경제부와 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가 추진하는 ‘연구개발특구육성사업’이 이 역할을 맡고 있다. 특구로 선정된 지역은 대덕(대전)과 광주, 대구 세 곳. 모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도시이자, 과학과 산업이 발달한 중남부의 거점 도시다. 과학기술 종사자들의 쾌적하고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고, 여러 가지 연구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집중적인 투자와 기업활동이 더해지면 앞서 꼽은 세계적인 과학도시 성공 모델에 근접한다.

연구개발특구 육성사업은 바로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기업과 연계를 촉진한다. 이를 통해 기술이전 사례를 100건 만들고, 5127년 동안 233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다. 과학 기술도 개발하고 경제 효과도 추구해 국제적인 과학 도시와 경쟁할 토대를 닦겠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지난 해보다 13% 증가한 487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연구소기업을 육성하고 창업을 촉진한다. ‘특구기술오픈마켓’을 통해 우수기술을 쉽게 이전하도록 돕는다. 글로벌 사업과 특구 사이의 공동연구도 지원한다.

특히 지난 해 말 선정한 특구 별 특화분야 지원을 강화한다. 대덕특구는 IT·바이오의학·나노 등, 광주특구는 광학·친환경자동차부품·디자인·스마트그리드 등, 대구는 스마트IT·소재·메카트로닉스 등 각 도시의 산업 특성을 반영한 연구가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구 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 이사장은 “올해 특구 육성사업은 그동안 구축된 인프라와 지원역량을 총체적으로 활용해 특구 성공 모델을 조기에 만드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다.

세계의 과학도시와 경쟁할 한국의 과학도시가 탄생할까. 분명한 것은 장기적인 안목으로 계획을 세우고 투자를 하지 않고서는 격차를 줄이기가 절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뒤쳐지지 않으려면 계속 달려야 하는 ‘붉은 여왕 효과’를 극복하려면 더 빨리 달리는 수밖에 없다. 연구개발특구육성사업이 세계적인 과학도시 탄생의 초석이 되길 기대해 본다.


글 :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과학동아 2012년 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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