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wledge] 혼돈 속의 기묘한 질서 카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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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thfi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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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는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다. 로렌츠는 기상현상 시뮬레이션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멈추지 않고 계산한 결과와 중간에 컴퓨터를 잠시 멈춘 뒤 다시 이어 계산한 결과가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두 과정의 유일한 차이는 계산을 멈추기 직전까지 얻은 결과를 종이에 인쇄해 두었다가 다시 시작할 때 그대로 입력해 줬다는 것뿐이었다.

언뜻 설명할 수 없는 결과 같았지만, 여기엔 단순한 이유가 있었다. 컴퓨터가 숫자를 저장할 때 사용하는 자릿수와 계산을 멈췄을 때 출력한 숫자의 자릿수가 달랐다. 당시 로렌츠가 이용한 컴퓨터는 계산을 할 땐 기억공간(메모리)에 저장된 소수점 아래 여섯 자리까지의 수를 이용했지만, 프린터로 출력할 때는 소수점 아래 세 자리까지만 표시했다. 이런 차이는 단지 유효 숫자를 줄여 종이를 아끼기 위함이었다.

어찌 보면 소수점 아래 네 자리 이하의 아주 작은 차이지만,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완전히 달랐다. 우연히 생긴 틈이 크게 벌어지면서 상상치 못한 결말을 맞은 셈이다. 로렌츠는 아주 작은 차이가 증폭돼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오는 현상을 ‘나비 한 마리가 브라질에서 퍼덕인 날개짓이 텍사스에서 토네이도를 만 들 수도 있다’는 비유로 설명했다. 오늘날 누구에게나 익숙한 ‘나비효과’다. 나비효과는 ‘초기조건에 대한 결과의 민감성’을 설명한다.

Butterfly

어떻게 하나, 나비 같은 우리 만남

로렌츠와 얽힌 또 다른 나비가 있다. 로렌츠는 여러 변수로 기상현상을 설명하는 미분방정식을 점점 간단하게 만들어서 딱 세 개의 식으로 줄였다 (로렌츠 방정식).

이 식들은 비선형(nonlinear) 미분방정식이다. 방정식의 오른쪽에 두 변수가 곱해진 이차항(xy,xz)이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정리해도 선형방정식으로 바꿀 수 없다. 로렌츠 방정식은 가장 간단한 카오스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미분방정식의 꼴로 나타낼 수 있는, 세 개 이상의 변수를 가진 비선형 시스템에서 카오스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이제 드디어 나비가 등장한다. 컴퓨터를 이용하면, 로렌츠방정식을 시간(t)에 따라 3차원 공간(위상공간) 안을 움직이는 점(x,y,z)의 연속적인 경로로 나타낼 수 있다. 이때 조절 변수 3개(σ,ρ,β)를 적당히 조절하면, 두 개의 나비날개와 닮은 모양을 얻을 수 있다. 바로 ‘로렌츠의 나비’다.

로렌츠의 나비는 카오스 현상이 자주 보여 주는 ‘이상한 끌개’의 한 예다. ‘끌개(attractor)’는 비선형 동역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물체가 빨려 들어가는 어떤 장소라고 생각하면 된다. 스프링에 매달려 책상 위에 놓인 물체를 생각해 보자. 위아래로 진동하던 물체는 결국 평형위치 0에서 멈출 수밖에 없다. 이 때 속도는 0이다. 따라서 위치와 속도로 이뤄진 이차원 위상공간의 원점이 (0,0)끌개가 된다. 이 경우 끌개가 한 점이므로, 끌개의 기하학적인 차원은 0차원이다.

끌개가 1차원 선 모양인 시스템도 있다. 위상 공간 안에서 시스템의 경로가 결국 원 같은 폐곡선 꼴로 수렴하는 경우가 그렇다. 매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주기적으로 변하는 곤충의 개체 수나 항상성을 유지해야하는 심장박동을 수학 모형으로 나타내보면, 찌그러진 원처럼 생긴 1차원 끌개를 볼 수 있다.

훨씬 복잡한 모양의 끌개도 있다. 이들은 아무리 기다려도 그 전에 지나왔던 경로와는 결코 만나지 않으면서도 위상공간의 다른 부분으로 훌쩍 벗어나지는 않는다. 로렌츠의 나비가 대표적이다. 이 나비는 시간이 무한히 흘러도, 기존의 경로와는 절대 만나지 않으면서 동시에 나비 모양의 영역 안에 영원히 머문다. 이런 끌개들에 물리학자들은 ‘이상한 끌개(strange attractor)’라는 아주 적절한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이 이상한 끌개의 기하학적인 구조가 바로 ‘프랙탈(fractal)’이다.

이미지 확대하기 연구 중인 로렌츠와 이상한 끌개(아래).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이전 경로와는 절대 만나지 않으면서 나비 모양 영역을 벗어나지는 않는다.


Fractal

그 많은 치즈는 다 어디서 왔을까?


다음은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극한에 관한 문제다. 가로 세로 길이가 각각 1인 정사각형 안에 선을 그어서 가로 세로 길이가 인 9개의 정사각형으로 나눠보자. 가운데에 있는 정사각형 하나를 밖으로 들어낸다. 이제 남은 8개의 정사각형 각각에 이 과정을 반복한다. 이제 그 다음 단계, 또 다음 단계로 무한히 반복. 들어낸 사각형들의 넓이를 모두 더해보면,
 

과 같은 무한급수 꼴이 나온다. 아니 잠깐, 처음 갖고 있던 정사각형의 넓이가 1이었는데, 그 안에서 들어낸 정사각형의 면적을 모두 더하니 같은 값이라고? 그럼 원래 정사각형이 있던 곳엔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야 한다.

그런데 알다시피 그 곳엔 아직 엄청나게 많은, 크고 작은 기하학 구조들이 남아있다. 그리고 그 면적의 합은 0이다. 이 구조가 바로 프랙탈이다. 수학적으로 프랙탈의 차원을 구해보면, 1과 2 사이의 무리수 값(log8/log3 ≈ 1.8928 ) 이 나온다. 앞서 설명한 로렌츠의 나비가 갖는 차원 값도 정수가 아니다(약 2.06).

프랙탈을 이용하면 치즈 한 덩이만 갖고도 백만장자가 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방법대로 작은 정육면체들을 무한히 들어내면, 그 부피의 합이 처음 있던 커다란 치즈덩어리 하나의 양과 같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무한한 수의 프랙탈 치즈 덩어리를 만들어 팔 수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프랙탈 치즈를 모두 팔고 난 뒤에도, 여전히 처음과 같은 부피의 치즈 덩어리가 남아있다(사실 문제가 하나 있다. 부피가 0인 프랙탈 치즈는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다. 고객이 없을 수도 있다).

The final

글 :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
에디터 : 이한기, 우아영 기자
과학동아 2016년 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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