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이상한 나라로 떨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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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폴!”
“음냐음냐~. 네…? 네네!”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날이었다. 그날도 폴은 어김없이 수학 시간에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선생님은 졸고 있던 폴을 발견하곤 크게 소리를 지르셨다.
이 소리에 놀란 폴은 황급히 침을 닦으며 허둥지둥 일어나려고 하다가, 그만 의자에서 미끄러져 떨어지고 말았다.
“으악!”
‘와하하~!’하고 반 친구들의 웃는 소리가 멀어지는 걸 느끼며 폴은 정신을 잃었다.
“아…, 어지러워. 어디론가 빨려드는 것 같아….”


문제 ❶ 모두 사라진 교실


폴이 정신을 차리고 바닥에서 일어나 보니 교실이 썰렁하기만 했다. 수학 시간에 졸다가 의자에서 떨어진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로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다들 어디 간 거지? 매정한 것들, 반 친구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데 깨우지도 않고 그냥 가?”
가방을 챙겨 집에 가려는데, 교실 문이 꽉 잠겨 있다. 폴은 친구들이 장난을 치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남은 머리가 깨질 듯 아픈데 장난이나 치다니….’
짜증이 난 폴은 어딘가에 숨어서 숨죽여 웃고 있을 친구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야! 장난치지 마! 머리 아프니까 그냥 문 열어.”
하지만 교실은 조용하기만 했다. 아니, 교실뿐만 아니라 학교 전체가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아무리 방과 후라지만, 운동장에서 농구하는 소리나 음악실에서 울리는 피아노 소리 하나 나지 않아 너무 조용해서 섬뜩할 정도였다. 폴이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고 교실을 둘러보는데, 칠판에 뭔가 써 있었다. 처음에는 오늘 수업한 내용인가 하며 무심히 지나치려는데, 가장 아랫줄에 쓰여진 빨간 글씨가 눈에 뜨였다.
“문제를 풀면 문이 열린…다?”
칠판에는 여러 빈 칸과 숫자가 적혀 있었다.
“엥? 뭐야? 수학 문제야? 에이~, 나 계산하는 거 정말 싫은데…!”
폴은 평소 수학이라면 관심도 없지만, 밖으로 나가기 위해 할 수 없이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숫자를 썼다 지웠다, 이리 저리 계산한 끝에 가까스로 문제를 풀자 교실 문이 스르르 열렸다.
“누구야?! 누가 이런 장난을…!”
폴은 친구들의 장난이 지나쳤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서 문이 열리자 마자 복도로 뛰쳐나와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복도에서 킥킥거리며 서 있을 거라 생각했던 친구들이 보이지 않았다.
“뭐…, 뭐야? 어떻게 된 거지? 왜 아무도 없어?”
왠지 초조해진 폴은 황급히 계단을 내려가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고 만다. 너무 아파 눈물이 핑 돌았지만, 불안한 맘에 벌떡 일어났다. 바로 그 때,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문제 ❷ 미로로 변해 버린 학교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없던 복도에 학교 친구들이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게다가 언제 나타났는지 짝꿍이 넘어진 폴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계단 위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이그~, 계단에서 넘어지기나 하고. 괜찮냐?”
갑자기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오자 왈칵 눈물이 날 만큼 반가웠다.
“뭐야, 폴! 아파서 우는 거야?”
폴은 마치 귀신에라도 홀린 듯한 기분이었다.
‘어떻게 된 거지? 교실 일은 정말 누가 장난친 건가? 방금 전까지 없던 애들이 어디서 나타난 거지? 내가 잠이 덜 깬 건가?’
“폴, 많이 아프구나. 양호실에 같이 갈까?”
“아…, 아냐. 무릎에서 피가 조금 나긴 하지만, 걷는 데는 문제 없어. 혼자 다녀올게.”
‘양호실은 1층 동관 쪽이었지?’
폴은 다리를 절뚝거리며 1층으로 내려가 양호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 곳에는 양호실 대신 창고가 있었다.
‘뭐…, 뭐야…? 양호실은 어디로 간 거야?’
아무리 둘러봐도 양호실이 보이질 않았다. 그 때 당황한 폴의 귀에 킥킥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킥킥…. 크…, 크크큭….”
“누구얏?”
폴이 날카롭게 외치며 뒤돌아봤지만 웃음의 주인공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그 자리에는 복잡하게 그려진 지도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웬 지도? 응? 여기 양호실이라고 쓰여 있네? 이거 완전 미로 찾기잖아? 다리가 너무 아프니까 일단 이거라도 보고 양호실을 찾아가야겠다.’
 

문제 ❸ 폴리스와의 만남

지도를 보고 양호실까지 가는 길은 구불구불 좁고 낯설기만 했다. 폴은 1년이나 다닌 학교에 아직 도 낯선 길들이 잔뜩 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얏호~, 양호실이다! 에고, 무슨 양호실 찾기가 이렇게 힘들어? 양호실 찾다가 환자 다 죽겠네!”
양호실 간판이 보이자 폴은 반가운 마음에 단숨에 양호실 문을 열어젖혔다. 그런데 양호선생님 대신 웬 남자애가 아는 척하며 말을 건넸다.
“난 폴리스라고 해. 이 곳에 온 걸 환영해.”
모르는 녀석이 영문 모를 소리를 하자 폴은 괜히 짜증이 났다.
‘이 이상한 녀석은 뭐람?’
폴리스는 계속해서 폴에게 말했다.
“넌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잘 봐. 뭔가 예전과 다른 점이 있지 않니?”
불안한 눈길로 주변을 차근차근 둘러 보는 폴. 하지만 특별히 이상한 점이 눈에 띄지 않았다.
“시계를 잘 봐.”
“어? 이게 왜 이러지?”
폴이 자신의 손목시계를 보니, 시계의 시침과 분침이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아까 넘어질 때 시계가 고장 난 모양이지 뭐.”
폴은 괜히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그러자 폴리스가 벽시계를 가리켰다. 벽시계는 숫자판이 아무렇게나 박혀 있었다. 1의 자리에 11이, 3의 자리에는 9가 붙어 있었다. 폴은 황급히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시간을 확인하려 했다. 그런데 이번엔 화면에 알 수 없는 잠금 화면만이 떠 있었다.
“시계들이 다들 왜 이래? 그리고 난 휴대전화에 암호를 걸어 놓지 않는데…. 이건 설마 스도쿠?”
“그 스도쿠를 풀어야 네 휴대전화를 볼 수 있어.”
“뭐?”
 

문제 ❹ 수학자 뮤클리드의 미션!

“좋았어! 암호가 풀렸다!”
그런데 암호가 풀렸음에도 불구하고, 휴대전화는 수신 불가 표시만을 화면에 띄우고 있었다.
“뭐야? 암호를 풀어도 전화가 안 되잖아!”
힘들게 암호도 풀었건만 아무 소용이 없자 폴은 화가 났다. 폴리스는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그저 담담하게 말했다.
“원래대로 돌아갈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네 헛소리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화가 난 폴은 양호실을 박차고 나왔다. 폴리스가 따라나오나 뒤를 돌아보던 폴은 다시 한번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양호실이 있던 자리가 어느새 실험실로 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아무래도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게 틀림없어.”
폴은 한시라도 빨리 이 괴상한 학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학교만 벗어나면 이상한 일들이 모두 해결될 것만 같았다. 다행히 앞쪽에 출구가 보여 폴은 얼른 학교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잠깐 멈춰!”
뒤에서 폴리스가 뛰어 오고 있었다. 멈추라는 말에 폴은 반사적으로 몸을 세우고 운동장에 내디디려던 발을 멈췄다. 운동장을 보니 거대한 사각형이 그려져 있는 게 아닌가! 폴리스가 폴을 향해 단숨에 달려와 말했다.
“휴~, 한 발자국만 더 움직였으면 큰일날 뻔 했어. 아무런 준비도 없이 어떻게 퍼즐을 푸니?”
“퍼즐이라니?”
그 때 운동장 앞쪽에서 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다.
“안 그래도 적적하던 참이었는데, 내가 만든 퍼즐의 첫 번째 손님이 찾아왔군. 어서 오시게. 난 뮤클리드라고 하네, 폴.”
“뮤…, 뮤클리드?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근데 저를 아세요?”
“알다마다. 자네는 지금 모두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네.”
“모두라뇨?”
이 때 폴리스가 앞으로 나섰다.
“됐고! 그 퍼즐이란 것부터 풀어 볼까?”
 

이상한 나라로 떨어진 폴

폴리스가 나서는 바람에 영문도 모른 채 퍼즐을 풀게 된 폴. 드디어 주사위와 운동장을 공평하게 나누는 데 성공하는데….
“허, 이것 참 의외로군. 내 퍼즐을 풀 줄이야. 폴, 미션에 성공했으니 네게 주사위를 한 개 주마.”
“네? 미션이라고요? 주사위는 왜 주는….”
뮤클리드는 자기가 할 말만 하더니 폴의 질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라졌다. 당황한 폴이 폴리스에게 물었다.
“좋아. 폴리스. 네 말을 한 번 들어 보자. 오늘 대체 왜 이런 거야? 넌 뭔가 알고 있지?”
“네게 언제부터 이상한 일들이 일어났지?”
“음…, 수학 시간에 졸다가 넘어졌는데 그 이후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 것 같아.”
“수학 시간에 졸다가 넘어졌다니…, 과연 그렇군.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넌 다른 세계에 와 있어.”
말문이 막힌 폴이 더듬거리며 말했다.
“여긴 우리 학교야. 좀 이상한 건 인정하지만…. 다른 세계라면 토끼가 말을 하고, 허수아비가 뛰어다녀야 하는거 아냐?”
“폴, 그런 동화 얘기가 아니야. 여긴 얼핏 보기엔 너희 학교랑 비슷해 보이지만, 네가 살던 세계가 아니라고. 여긴 수학이 뒤틀린 이상한 세계야.”
“수학이 뒤틀리다니?”
“세계는 여러 차원으로 이루어져 있어. 너희 세계는 이쪽 세계와 맞닿아 있지만, 원래 서로 마주칠 일이 없지. 문제는 최근 너 같은 사람들이 우리 세계로 너무 많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거야.”
“그럼 나처럼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또 있단 말이야? 어디?”
폴리스가 갑자기 속삭이며 말했다.
“쉿! 자세한 얘기는 다음에…. 네게 괴짜 수학자들이 달려들 거야. 일단 몸을 숨기자. 나를 따라와!”
‘뭐? 언제 봤다고 이래라 저래라야? 나는 집으로 가야겠어!’
폴은 자신을 따라오라는 폴리스의 말을 무시한 채 학교 밖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여기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건 분명해. 하지만 여기 학교도 있으니, 우리 집도 있겠지?”
이런 폴을 뒤늦게 발견한 폴리스가 큰 소리로 폴에게 소리를 질렀다.
“폴! 혼자 학교 밖으로 나가면 안 돼!”

글 : 김정 기자
수학동아 2012년 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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