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eer] 찌르면 ‘아야!’ 통증 내뱉는 전자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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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두더지 잡기’ 게임. 두더지는 망치에 머리를 맞으면 ‘아야!’ 소리를 내며 구멍 속으로 들어간다. 반면 집 안을 돌아다니는 로봇청소기는 벽에 부딪혀도 아프다는 소리 한 마디 없다. 로봇이 두더지처럼 충격에 반응할 수 있다면 두더지가 구멍으로 숨듯 스스로 위험을 회피하는 행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장재은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정보통신융합전공 교수팀은 로봇이 촉각을 감지한 뒤 이를 ‘아프다’ ‘뜨겁다’ 등 통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전자피부를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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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수용체의 조합, 촉각


인간의 오감을 모방한 기계를 발명하려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이미 청각은 레코더와 축음기로, 시각은 카메라와 TV 등으로 모방에 성공했다. 이런 모방은 인간의 삶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발명으로 이어졌지만 촉각, 후각, 미각은 여전히 모방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다. 감각을 모사하기 위해 필요한 입력 값이 다양해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청각은 주파수라는 한 개의 입력 값, 시각은 적색, 녹색, 청색 그리고 명암을 감지하는 네 개 입력 값의 조합으로 구성된다”며 “촉각은 온도, 압력 등 약 일곱 개 입력 값의 조합으로 구성되는 만큼 후각 또는 미각에 비해 구현하기 쉬워서 감각 모방 기술의 차기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피부가 인간의 피부처럼 촉각을 인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압력 등 물리적 인자를 인식하고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가령 전자피부를 입힌 로봇 손이 물건을 잡기 위해서는 부서지지 않을 만큼 적당한 압력을 줘야 한다. 장 교수팀은 이 기술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센서로 힘, 온도 등의 물리적 인자를 인식한 뒤 이를 ‘아픔’ ‘따뜻함’ ‘부드러움’ 등 촉각으로 변환하는 것이다. 


장 교수는 “사람은 감각 수용체로 인식한 물리 신호를 신경을 통해 뇌로 보내 인지한 뒤 이를 ‘아프다’ ‘뜨겁다’ 등으로 느낀다”며 “전자피부의 경우 센서가 온도, 압력 등 물리적인 값을 측정한 뒤 이를 컴퓨터 연산으로 해석해 ‘아프다’ ‘뜨겁다’ 등 고통 신호로 바꾸는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로봇의 전자피부가 인간처럼 촉각을 느낄 수 있다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사람은 뾰족한 바늘에 찔리면 고통을 느끼고 즉시 바늘을 피하며 인체를 보호한다. 반면 로봇은 바늘에 찔려도 주어진 임무를 계속 수행한다. 장 교수는 “전자피부에 기준치 이상의 압력이 인지될 경우 이를 회피하도록 프로그래밍한다면 로봇의 고장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마의 손처럼 따뜻한 전자의수 구현


장 교수가 이끄는 첨단전자소자 연구실은 압력, 온도, 마찰력을 감지하는 센서를 개발하고, ‘아픔’ ‘뜨거움’ ‘부드러움’ ‘거침’ 등 네 가지 감각을 느끼는 전자피부를 개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전자피부에 바늘을 살짝 갖다 대면 어느 부위에 바늘이 닿았는지 촉각 정보만 나타난다. 하지만 바늘을 힘줘 누르면 전자피부에 연결된 컴퓨터에서 ‘아야!’ 소리를 낸다. 또 뭉툭한 막대로 전자피부를 누르면 압력의 크기만 나타나지만, 뜨거운 인두로 전자피부를 누르면 뜨겁다고 표현한다. 


부드럽고, 거친 감각을 구현하는 과정에는 인공지능이 활용됐다. 사람이 천, 가죽, 유리, 돌 등을 직접 만지며 부드럽고 거친 정도를 수치화해 데이터를 얻은 뒤 이를 전자피부에 학습시켰다. 이후 전자피부에 물체가 닿으면 이 데이터와 비교해 부드러운지 거친지 판단한다. 


장 교수는 “전자피부에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시킨 뒤 이를 컴퓨터 모니터에 접목할 경우, 온라인으로 옷을 구매할 때 모니터로 옷의 재질까지 만져보고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자피부를 게임에 접목하면 게임 속 들판이나 캐릭터의 질감을 느끼며 더 생생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전자피부가 실제 사람의 피부처럼 촉각을 인지하는 수준까지 발전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다양한 촉각 수용체에 해당하는 여러 종류의 센서를 한정된 기판 위에 배치하는 것도 기술적으로 쉽지 않고, 감각 신호를 정확하게 처리하는 방법도 지속적으로 연구돼야 한다.


장 교수는 “손이 절단된 환자가 인공의수를 착용해도 자녀의 온기를 느끼고, 자녀 또한 부모의 따스한 손길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촉각 모방 연구는 인간의 감성을 담을 때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지의 세 감각, 모두 구현할 때까지 - 심민경 DGIST 정보통신융합전공 박사과정 연구원

 

센서를 직접 제작하고, 이를 전자피부에 접목하고, 정성적인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등 감각 구현의 모든 과정을 직접 진행해볼 수 있습니다. 촉각과 미각, 후각 등 인간이 아직 기술적으로 모방하지 못한 감각을 구현할 때까지 연구는 계속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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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권예슬 기자 기자 yskwon@donga.com
과학동아 2018년 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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