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 Fun] 탈모 기자가 본 탈모 치료법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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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중반의 어느 여름. 친구들과 물놀이를 하며 찍은 사진을 보고 기자는 깜짝 놀랐다. ‘정수리에 왜 이렇게 머리가 없지?’ 그때 알았다. 탈모가 찾아왔다는 걸. 그로부터 10여 년, 머리카락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던 기자가 언론에 넘쳐나는 ‘획기적인 탈모 치료법’의 허와 실을 매서운 눈으로 짚어 봤다.
 


꽃청춘에게 찾아온 날벼락, 탈모

“탈모가 맞네요. 치료를 받아야겠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꽃다운 20대 중반 청춘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말이었다. 탈모전문 병원이라는 그곳에서는 두피마사지를 비롯한 치료 패키지를 소개해 줬다. 하지만 대학생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돈이었다.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기자는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우선 탈모인들이 모이는 온라인 카페에 가입했다. 그곳엔 비슷한 아픔을 가진 ‘동지’들이 많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기준으로 관리를 시작했다.

첫 시작은 샴푸였다. 유명하다는 탈모 방지 샴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기분 탓이었을까. 처음에는 머리카락이 좀 덜 빠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좋아지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고, 마음은 조급해졌다. “탈모 스트레스로 머리가 더 빠진다”는 누리꾼들의 말이 이해가 갔다.

이후 좀 더 적극적인 방법을 쓰기로 했다. 카페 회원들과 함께 탈모에 좋다는 녹차와 검은콩, 검은깨 등의 성분을 모아 만든 ‘환’을 공동구매했다. 쓴맛을 참아가며 매일 꼬박꼬박 환을 챙겨 먹었다. 물론 탈모 샴푸도 함께 사용했고, 유일한 멋내기인 ‘왁스질’도 포기했다. 그렇게 1년 안팎을 보냈고, 직장에 입사한 뒤에도 꾸준히 머리를 관리했다. 돌이켜 보면 외모가 스펙이라고 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꾸미지도 않고 취업 전쟁을 통과한 게 참 용한 것 같다.

취업 후 주머니에 ‘실탄’도 생겼겠다, 기자는 피부과를 찾았다. 경제적인, 그리고 심리적인 부담 때문에 시도하지 않았던 탈모 치료제 복용을 시도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결과는 놀라웠다. 약을 복용하고 3개월 만에 머리숱이 빽빽해졌다. 덕분에 수 년 만에 머리에 왁스를 바르고 한껏 멋을 낼 수 있었다. 이제 물속에 들어갔다 나왔을 때 급히 머리를 정리하지 않아도 됐고,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약을 계속 먹을 수는 없었다. 탈모 치료제는 의료보험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약값이 상대적으로 비싼 편이다(한 달 기준 최소 3만 원 이상). 또 탈모 치료제를 처방 받는 데 드는 비용도 다른 약에 비해 비싼 2만~3만 원 정도였다. 결정적인 건 부모님의 반대였다. 탈모 치료제가 성기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혀 결국 약 복용을 포기했고, 머리는 서서히 원래대로 돌아갔다.

다시 탈모 앞에 서다

그로부터 몇 년 후. 기자는 결혼을 했고, 아이도 생겼다. 그러자 머리카락에 대한 생각이 슬며시 자라났다. 이미 웬만한 탈모 치료법을 시도해 본 기자는 가장 효과가 컸던 치료제 복용을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이왕 하는 김에 탈모인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잘못된 상식을 바로잡아 보기로 했다. 3개월 동안 약을 복용하며 나타나는 효과를 기록하는 한편, ‘탈모 명의’로 이름난 심우영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에게 시중에 알려진 다양한 치료법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나이는 상관없지만, 복용 시기는 중요

그렇다. 결국 아직까지는 약을 먹는 것밖에 뚜렷한 해법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욕감퇴, 발기부전 등의 부작용(먹는 약에만 해당)은 감수해야만 하는 걸까. 프로페시아 카피약 복용 3개월차에 접어든 기자는 솔직히 약간(?)의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다. 프로페시아에서 부작용을 경험하는 비율은 약 1.2%다. ‘내가 그 1.2%에 해당하는 걸까?’ 하지만 돌이켜 보면 수 년 전 처음 약을 복용했을 때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이에 대해 심 교수는 “환자들을 보면, 대부분의 부작용은 약 때문이라기보다는 심리적인 부분이 큰 것 같다”며 “아무리 장기간 약을 복용해도, 약을 끊으면 다시 회복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임상시험에서도 가짜약을 먹은 사람들 중 0.9%가 전에 없던 성기능 이상 반응을 호소했다.

문제는 부작용보다 치료시기를 놓치는 것이다. 탈모가 이미 많이 진행된 경우 약을 먹는다고 해도 100% 회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기자 역시 수 년 전 약을 먹었을 때보다 같은 기간 동안 머리카락이 자라난 양이 다르게 느껴졌다. 사진을 찍어도 아직 비어있는 부분이 눈에 보였다. 혹시 나이가 들어서 약효가 떨어지거나, 이미 모낭 일부가 죽어버려서 그런게 아닐까. 심 교수는 “나이와 약효는 관련이 없다”며 “이전보다 탈모가 심해진 상태에서 약을 먹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탈모가 시작됐다고 무조건 약을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니다.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지 않은 상태에서 약을 먹으면 오히려 약효가 없다고 느껴져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심 교수는 “의사마다 치료시기에 대한 견해가 다르지만 나이와 머리 상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20대 초중반인데 머리카락이 이전에 비해 90%로 줄었다면 치료를 하는 게 좋다. 하지만 같은 상태라고 해도 나이가 50대라면 치료할 필요가 없다. 그만큼 탈모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녹시딜과 프로페시아 중에서 어떤 치료제를 쓰는 게 좋을까. 사람에 따라 더 좋은 약과 그렇지 않은 약이 있을까. 실제로 기자의 경우 미녹시딜은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았다. 심 교수는 “눈에 띄지 않아서 그렇지 효과가 없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하지만 둘 중에서 프로페시아의 발모 효과가 더 좋은 것은 맞다”고 말했다. 또 “둘 다 사용했을 때 상승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심 교수에게 탈모 치료제를 복용하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점에 대해서도 물었다. 가격이 제각각인 프로페시아의 카피약이 저마다 효과가 다른지, 그리고 프로페시아와 성분이 같고 용량만 다른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프로스카(더 싸게 구입할 수 있다)를 쪼개서 복용해도 되는지에 대해서다. 일부 탈모인들은 비싼 약값 때문에 프로페시아의 원료인 피나스테리드(finasteride)가 한 알에 5mg씩 들어 있는(프로페시아는 1mg) 프로스카를 4분의 1로 쪼개서 복용하기도 한다.

“프로페시아 카피약은 모두 효과가 동일하니 아무 약이나 드셔도 됩니다. 반면 프로스카를 쪼개 먹을 경우 이론적으로는 약효가 나타나는 게 맞지만, 어떤 환자들은 효과가 없다며 찾아오는 경우도 있으니 권하지 않습니다.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고요.”



궁극의 치료제, 바르는 약 나올까

지난해 10월, 탈모인들에게 희망을 던져 주는 소식이 들려왔다. 미국에서 획기적인 발모 효과를 확인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줄기세포 치료를 비롯해 탈모 치료와 관련된 연구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기는 한다. 하지만 대부분이 ‘아직 갈 길이 먼’ 결과인 반면, 이번 실험 결과는 현재 FDA의 승인을 받고 사용 중인 약물을 이용한 것이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실험을 진행한 미국 컬럼비아대 피부과학과 안젤라 크리스티아노 교수는 이미 탈모계에서 유명한 인물이다. 박사학위 때부터 탈모에 집중해 20년 이상 한 우물만 파 왔고, 2010년에는 탈모를 일으키는 유전자를 새로 발견하기도 했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면 알겠지만 크리스티아노 교수는 마치 가발을 쓴 것처럼 어마어마한 머리숱을 자랑한다.

그가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 10월 23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한 최근 연구 결과는 골수질환 치료제인 룩소리티닙과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토파시티닙이 발모 효과를 나타낸다는 것이다(doi:10.1126/sciadv.1500973). 털을 깎은 쥐의 피부에 발라줬을 때 5일만에 발모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고, 사람의 머리카락을 쥐의 피부에 심었을 때도 효과가 있었다.

크리스티아노 교수는 앞서 두 치료제가 자가면역질환인 원형 탈모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2014년에 발표했다. 그런데 실험하는 도중에 우연히 약을 먹이는 것보다 몸에 발랐을 때 효과가 더 좋다는 것을 알게 됐다. 두 약물은 면역세포가 모낭 세포를 공격하지 않게 막아 줄 뿐만 아니라, 피부 모낭에 직접 작용해 휴지기에 들어가 있는 모낭세포를 깨운다.

두 약물의 장점은 원형 탈모와 안드로겐성 탈모 등 다양한 탈모 증상에 효과를 나타낸다는 점이다. 또 DHT 생성을 억제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성기능 관련 부작용에서도 자유롭다. 이 때문에 탈모인들이 모이는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들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

현재 두 약물은 원형 탈모와 관련해 임상실험 중인데, 추가 연구를 마치면 바르는 형태도 임상실험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과연 크리스티아노 교수는 많은 탈모인들의 염원을 이뤄 주는 ‘탈모 여신’이 될 수 있을까. 기자도 무척 기대된다.
 

글 : 최영준 기자
과학동아 2016년 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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