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보는 로봇, 머릿속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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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기 말 경, 중국의 위(魏)•촉(蜀)•오(吳) 3국은 자신들의 세력을 넓히기 위해 전쟁이 한창이었다. 이를 역사로 기록한 것이 그 유명한 ‘삼국지’다.

그로부터 1800년 가량이 흐른 2015년, 그 때보다 더 치열한 전쟁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었으니, 바로 입시다. 매년 수십만 명의 수험생이 대학 입시를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부했는데, 이게 웬걸. 듣도 보도 못했던 수능 로봇이 등장했다. 옆 나라 일본에서도, 바다 건너 미국에서도 대학 입학시험을 치르려는 로봇들이 연구되고 있다. 심지어 일본의 수능 로봇은 올해로 삼수째다.

일본의 도로보쿤은 국립정보학연구소(NII)가 2011년에 개발한 로봇으로, 2021년까지 도쿄대에 입학하는 것이 목표다. 도쿄대는 일본의 수도, 도쿄에 있는 국립 종합대로 노벨상 수상자를 여럿 배출한 명문대학이다. 그만큼 입학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다.

일본의 입시는 우리나라 입시와 유사하다. 일본에는 우리나라의 수학능력시험과 같은 센터시험이 있는데 매년 1월 13일 이후 첫 번째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간 시험을 치른다. 국립대는 센터시험의 점수와 대학에서 실시하는 대학별 고사를 합산한 점수를 토대로 학생을 선발하며, 사립대 일부는 센터시험 100% 혹은 대학별 고사 100%인 전형도 있다.

과목은 국어(일본어), 수학, 사회, 영어 등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도로보쿤의 목표는 단 하나, 도쿄대 입학이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센터시험에서 고득점을 얻어야 한다. 2013년부터 모의고사에 응시하기 시작한 도로보쿤은 2014년 대학입학 모의고사에서 전국 581개 사립대의 80%에 해당하는 472개 대학에 합격할 수 있는 점수를 얻었다


 
미국에도 수능과 유사한 시험인 수학적성시험(SAT)이 있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입학시험을 일년에 한번만 치르는 반면 SAT는 일년에 7번 정도 시행된다. 그 중 가장 잘 나온 점수를 제출하면 된다. SAT는 크게 논리력 시험과 과목별 시험으로 나눠져 있다. 일반적으로 SAT라고 하면 논리력 시험을 의미하는것으로, 논리력 시험은 핵심 독해, 수학, 작문 영역으로 구성돼 있다(2016년부터는 핵심 독해와 작문이 하나의 과목으로 통합된다).

미국의 앨런 인공지능 연구소와 워싱턴대 연구진이 개발한 지오솔버는 이 과목들 중 수학, 그 중에서도 기하학에 초점이 맞춰진 인공지능이다. 문제의 글은 물론 도형까지 이해해야 하는 기하학 문제는 수능 로봇이 가장 풀기 어려운 입시 시험 문제다. 연구진은 9월 23일, 지오솔버가 공식 SAT 시험에서 49%, 연습 문제에선 61%의 정답률을 보여 미국 11학년(고등학교 2학년) 정도의 성적을 거뒀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추후 과학과목까지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
 


한국에는 수능을 준비하는 로봇이 아직 없다. 대신 전문 인력으로 거듭나기 위한 로봇은 개발 중에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의료, 금융, 법률 등의 분야에서 전문가를 도울 수 있는 인공지능인 엑소브레인을 개발 중이다. 2016년에는 장학퀴즈에서 우승하는 것이, 2020년까지는 취업 시험에 통과하는 것이 목표다.

의사들이 약을 처방하는 데 도움을 줄 ‘닥터 엑소브레인’은 내년 서울 나누리병원에서 인턴(시범 운영) 경험을 쌓을 예정이다. 인턴생활을 무사히 마치면 의사의 대안 검증 수단으로 활약할 수 있을 것이다.

들여다 보자! 수능로봇의 머릿속

로봇도 공부를 해야 문제를 풀 수 있다. 공부한 결과를 객관적으로 평가 받기 위해 시험도 치른다. 이들은 어떻게 공부하고 시험을 치를까.
지금까지 개발됐거나 개발 중인 인공지능기술은 목적에 따라 크게 언어 지능, 시각 지능, 학습 지능, 뇌인지 컴퓨팅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수능로봇의 인공지능은 대부분 언어 지능에 해당한다. 이들은 유사한 과정으로 문제를 풀이한다. 먼저 문제를 읽고 자신들의 언어로 바꿔주는 ①자연어 처리과정, 여러 문제들의 유형과 답을 학습하는 ②학습(기계학습) 과정, 그간의 학습을 바탕으로 신뢰도가 높은 답을 선택하는 ③추론 과정을 거친다.




지금까지 인공지능의 수준을 확인하는 방법은 여러가지였다. 가구 부속품을 조립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이케아 시험’이나 주변 상황을 잘 파악하는지 평가하는 ‘위노그래드 도식 시험’ 등이 대표적이다. 왜 갑자기 대학 입학 시험으로 인공지능의 수준을 평가하게 된걸까. 장 교수는 “인공지능의 목표는 결국 인간”이라며 “인간이 가장 치열하게 치르는 시험인 수능이 기준이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 모른다”고 말했다.

결국 우리의 입시가 사라지기 전까지, 이들의 도전은 계속될지 모른다. 앞으로도 쭉.

글 : 최지원 기자
과학동아 2015년 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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