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Issue] 화성에 WI-FI만 터졌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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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성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헤르메스나 지구와 교신할 방법도 없다. 모두들 내가 죽은 줄 알고 있다. 내가 있는 이 거주용 막사는 31일간의 탐사 활동을 위해 설계된 것이다. 산소 발생기가 고장 나면 질식사할 것이다. 물 환원기가 고장 나면 갈증으로 죽을 것이다.이 막사가 파열되면 그냥 터져버릴 것이다. 아니더라도 결국 식량이 떨어져 굶어 죽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렇다. 나는 망했다.”  

-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중


10월 8일 개봉하는 ‘마션’은 화성 탐사에 나선 우주 비행사가 모래 폭풍을 만나 화성에 홀로 남게 된 상황을 다룬 영화다. 지구의 동료들은 모두 그가 죽었다고 생각한다. 지구와 달리 화성에선 전화도, 편지도, 인터넷도 안 된다. 유일한 교신통로인 탐사선이 떠난 마당에 무슨 수로 자신이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지구로 전할 것인가?


스페이스X, 화성까지 인터넷 연결할까

스페이스X의 CEO인 엘론 머스크가 영화 속 주인공을 의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지난 6월 9일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 “미친 소리 같아 보이지만, 화성에도 곧 지구와 같은 통신수단이 필요할 것이다.” 영화처럼 화성에 사람이 가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는 판단에서였다. 실제 화성에 인터넷을 연결하겠다는 대담한 구상도 밝혔다. 스페이스X의 재사용로켓인 팰컨9을 이용해 소형 인공위성 4000개를 우주에 띄워 무선통신망을 설치하는 프로젝트다. 미국 투자기업인 피델리티와 IT기업 구글이 여기에 10억 달러(약 1조17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헌데 이상한 점이 있다. 지금도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화성탐사로봇 큐리오시티와 통신을 주고받고 있다. 태양계 외곽을 탐험하고 있는 명왕성 탐사선 뉴호라이즌 호도 최근 지구에 사진을 보내왔다. NASA의 심우주통신망(DSN)을 사용해서다. 지금도 통신을 할 수 있는데 왜 굳이 거액을 들여 새로운 통신망을 설치하려 드는 걸까.

기존 통신망은 느려도 너무 느리다. 뉴호라이즌 호와 통신을 주고받는 속도는 초당 2000바이트가 최대다. 1990년대 초 인터넷 모뎀 속도에도 못 미친다. 현재 상용화된 통신방법 중 가장 빠른 ‘광대역 LTE-A’의 속도(초당 225Mb)에 비하면 1만 분의 1수준이다. 사진 한장 받는 데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뉴호라이즌 호가 관측한 데이터를 모두 지구로 보내는 데는 수 년이 걸린다. 화성 및 소행성 탐사로 관측데이터가 점점 많아지는 상황에서 느려터진 통신망은 심각한 문제다.


징검다리 위성으로 정보 릴레이

현재 사용하고 있는 심우주통신망의 문제는 중계기가 없다는 점이다. 우리가 평소에 쓰는 무선통신망을 생각해보자. 친구와 카톡으로 문자를 주고받을 때, 데이터가 절대 스마트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로 날아가지 않는다. 통신망 내 연결지점을 의미하는 ‘노드’를 무수히 지난다. 노드는 정보를 인식한 뒤 처리하거나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중간전달자들이 있어야 정보가 손실되지 않고 무사히 끝점까지 도착할 수 있다.

현재 우주에는 이런 중간전달자가 거의 없다. 지구에서 화성 탐사선으로, 지구에서 명왕성 탐사선으로 바로 연결된다. 정보손실은 떨어진 거리에 제곱으로 비례해 커지고, 그만큼 데이터 송수신 속도는 느려진다. 전파 신호가 행성 지표면에서 반사돼 추가 손실이 생기기도 한다. 구름이나 수증기, 전자기차폐영역을 통과할 때는 신호 강도만 줄어드는 게 아니라 왜곡까지 생긴다. 정보를 한 번에 보내기엔 장애물이 너무 많다. 징검다리를 놓아야 한다. 엘론 머스크의 ‘위성 4000개’는 앞서 본 노드에 해당한다. 화성 거주민이 인터넷에 접속해 지구에서 온 메일을 확인하려면 꽤 많은 중계위성이 필요하다. 이 중 대부분은 지구 근궤도에 놓기 위한 것이다.

다시 지구에서 쓰는 무선통신망으로 돌아와 보자. 아파트나 학교, 회사에서 쓰는 통신망을 묶어서 근거리 통신망(LAN)이라고 부른다. 지역과 지역은 중거리 통신망(MAN)이, 대륙과 대륙은 원거리 통신망(WAN)이 잇는다. 전체 통신망 중 대부분은 근거리 통신망에 속한다. 말초혈관을 합친 길이가 동맥․정맥보다 훨씬 긴 원리와 같다. 근거리 통신망은 말초혈관처럼 구석구석 데이터를 배포해 주고, 원거리 통신망은 멀리 떨어진 곳까지 대용량 데이터를 전송해 준다.

지구와 화성 사이에 통신을 주고받을 때는 지구 근궤도와 화성 근궤도를 연결하는 망이 원거리 통신망이 된다. 원거리 통신망에는 대용량을 한꺼번에 쏠 수 있는 ‘소수 정예’ 인공위성들이 포진한다. 구철회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연구단 선임연구원은 그 수를 200개 이하로 예측했다.

“NASA의 달 정찰 궤도탐사선(LRO)의 경우, 달 관측 데이터를 초당 100Mb 속도로 지구로 전송합니다.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는 38만km, 화성까지는 7800만km니까, LRO의 통신기술을 그대로 적용한다고 했을 때 중계위성이 200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건 단순계산이고, 실제론 운용 방식을 최적화해 그보다 훨씬 더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레이저 광학통신 기술을 사용하면 통신속도를 현재보다 5배 이상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럼 위성 사이의 거리를 지금보다 더 벌릴 수 있죠.”






위성이 정보를 저장할 수 있어야

인공위성 수만 많다고 다가 아니다. 원활한 심우주통신을 위해선 지연허용망(DTN)이라는 새로운 통신기술이 필요하다. 지구에서는 통신이 중간에 끊길 일이 별로 없다. 혹 끊기더라도 조금 기다렸다가 다시 보내면 그만이다. 우주에서는 다르다. 항성과 행성들이 움직이며 종종 정보 전달을 방해한다. 통신위성끼리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이다. 가는 도중 정보가 끊기면 긴 시간 들인 노력이 헛수고가 된다.

지연허용망의 핵심은 노드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인터넷은 노드가 전달자 역할을 하지, 보관자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 시작점부터 도착점까지 모든 노드가 동시에 연결돼 있어야 정보가 무사히 전달된다. 우주에선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지연허용망은 그럴 필요가 없다. 노드 역할을 하는 위성에 정보가 도착하면 그때마다 ‘일시멈춤’하고 대용량 메모리에 보관한다. 다음 위성까지 통신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그제야 내보낸다. 중간에 정보 손실이 생겨도 지구에서부터 다시 정보를 보낼 필요가 없다. 바로 직전 위성에서 재전송하면 된다.

지연허용망은 원래 히말라야나 아마존, 알프스 산 맥 같은 지구의 오지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연구하던 방법이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는 이 방법을 심우주통신에 적용하기 위해 2008년 인공위성 실험을 시작한 뒤 현재까지 연구 중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도 탐사선을 달 궤도에 보내 지연허용망을 시험할 계획이다.


5년 내 프로젝트 시작 목표

스페이스X의 계획엔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민간기업이 왜 이런 거대 프로젝트에 뛰어든 걸까. 화성에서 비싼 값 치르고 와이파이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느냔 말이다. 화성에 지구인이 대규모 이주를 한다 해도 한참 뒤의 일이다.

사실 이 프로젝트에서 돈 버는 구석은 따로 있다. 인공위성 대부분이 지구 근궤도에 배치된다는 데 주목하자. 이 프로젝트의 진짜 놀라운 점은, 지구 전체를 근거리 통신망(LAN)처럼 연결시킨다는 데 있다. 기존통신위성은 고도가 높아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생기는 지연시간이 0.5초나 됐다. 스페이스X는 소형위성을 지구에서 훨씬 가까운 저궤도에 배치해 지연시간을 0.02초까지 줄이는 게 목표다. 궤도를 낮춘 대신 위성 수를 늘려 넓은 범위를 다루자는 아이디어다.

무선통신을 할 수 없는 곳은 아직도 생각보다 많다. 당장 지리산만 가도, 배 타고 연안만 벗어나도 인터넷이 끊기곤 한다. 저개발국가나 오지는 말할 것도 없다. 위성을 이용하면 지구 어디서나 빠른 속도로 인터넷을 쓸 수 있다. 위성인터넷은 위성에 1: 1로 접속할 수 있어 대용량의 데이터나 동영상도 병목현상 없이 안정적으로 전송할 수 있다. 화성을 바라보지만, 실속은 지구에 있다.

원웹과 버진갤럭틱, 페이스북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이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도 투자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스페이스X는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에 사업계획을 제출했고 현재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엘론 머스크가 내년부터 시범 서비스를 하고, 적어도 5년 안에 실제 프로젝트에 돌입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까운 미래엔 조난 걱정없이 화성을 여행할 수 있을까.
 

글 : 변지민 기자
도움 : 구철회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탐사연구단 선임연구원
과학동아 2015년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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