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봐 주는 사람은 나보다 나이 든 여자다. 그녀는 차갑고 무뚝뚝하며 묵묵히 자기 일을 한다. 남들이 볼 때는 그렇다. 그녀는 재생된 내 육체가 운동능력을 회복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돌봐주는 존재다. 나의 팔다리를 마사지하고, 재활시간에 훈련센터로 나를 데려다준다.그녀의 진짜 이 ...
창을 열어 보라, 방충망도 열고 내다보라. 새해 하늘이 새파랗다. 이렇게 새파란 존재를 집안에서 본 적이나 있니. 벽에 붙인 포스터의 물감이 이렇게 파랗던가, 모니터 속 하늘이 이렇게 크던가. 춥다고 나가지 않으면 짧은 겨울의 볕을 다 쬐지도 못하고 계절성 우울증에 걸리기 쉬워. 원룸 안에 ...
“영화 ‘그래비티’에 등장하는 모든 위험 요소가 사실이지만, 그것이 우리가 우주에 가지 않아야 할 만큼 대처하기 힘든 걸까요? (영화에서 주인공을 위기에 빠뜨린) 우주쓰레기는 분명 큰 문제이지만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저는 우리가 이런 위험 속에서도 우리의 임무를 마치 ...
언제부터였는지 이제 와서는 잘 모르겠다. 너는 초음파에 영 잡히지 않아서 한동안 우리를 애태웠거든. 분명 아기집은 잘 생겨있는데, 네가 보이질 않는다는 거야. 혹시나 몰라서 오줌 검사를 하고 피 검사를 하면 분명 임신이라고 나오는데 말이지. 네 형체가 명확하게 초음파 검사에 잡히기 시작 ...
1사람들은 떨리는 마음으로 전원을 켰다. 긴장할 시간도 없이, 금방 유미의 모습이 나타났다. 두 시간 전에 떠나버린 유미와 완전히 똑같은 얼굴, 똑같은 목소리였다. 다들 환호성을 질렀다.“유미야!”“어떡해, 진짜 옆에 있는 것 같아!”유미는 밝게 웃으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다. 홀로그램으로 ...
노래방 어플 평균 점수 98점, 친척 장기자랑 단골손님, 옆집 누나가 인정한 동네 최고의 ‘미성’. 노래로 따라올 자 없다 자부하는 내게 시련이 찾아온 것은 지난해의 일이다. 최연소 우승자를 꿈꾸며 참가한 각종 노래 오디션에서 하나도 남김없이 몽땅~! 떨어져 버린 거다. 실의에 빠진 나날도 어 ...
“으아아~!”거울 속으로 들어간 폴이 눈을 떠 보니 폴리스와 피타의 모습이 보였다.“시공간 우주선에 탄 것을 환영해. 이제 우린 시공간 이동 통로를 따라 어디든 갈 수 있어. 첫 여행은 임무가 아니라 가벼운 몸풀기니까 긴장 하지 마. 어딜 가 보고 싶어?”“음~, 글쎄? 100년 뒤쯤?”“100년? 훗. 한 ...
“나 말야? 다짜고짜 자기소개 하라니 당황스럽네. 그럼 너부터 말해 봐. 너 정체가 뭐냐?”폴b가 머리를 긁적이며 폴에게 되물었다. 폴도 막상 자신에 대해 말하려니 입이 안 떨어졌다. 그 때 앞쪽에 웬 녀석들이 거대한 돋보기를 들고 지나가는 게 보였다. 그러더니 갑자기 거대한 돋보기를 땅바 ...
“멈춰! 멈추라고! 지금 어디로 가는 거야?”숫자 요정들은 폴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노래를 부르며 계속해서 날아갔다.“수학의 기본은 논리, 논리를 모르는 자 모두 이 곳에 가지~♬ 수학의 기본은….”폴리스와 헤어진 폴은 요정들의 이 괴상한 노래가 정말 싫었다.“휴~, 뭐가 어떻게 돼 ...
사람들은 말한다. 길이 생기면 고향에 더 빨리 갈 수 있을 거라고. 또 사람들은 말한다. 길이 넓어지면 좀 더 편안하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지금 풀숲에서 나와 새로 생긴 이 길 위를 건너는 야생동물은 발 끝에 닫는 낯선 감촉이 두렵기만 하다. 이 작은 생명은 멀리서 눈 깜짝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