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일본 에도시대 유학자가 쓴 논어 주석서 ‘논어징’을 읽다 한 대목을 트위터에 올린 적이 있다.“사람에 대해 알면 안다고 하고 모르면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사람을 아는 것이다(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위정 편)원래 농담을 하려던 거였는데, 올리자마자 논어와 한비자에 ...
영화 ‘건축학개론’의 한 장면. 남자 주인공(엄태웅 분)이 여자 주인공(한가인 분)에게 설계안을 보여준다. 영어와 어려운 말을 잔뜩 섞어가면서 한참 설명하는데, 못 알아들은 여주인공이 급기야 짜증을 낸다. “왜 그렇게 어렵게 이야기해?”엉망이 된 ‘꽃의 도시’이유는 모르지만, 건축이나 ...
작년 7월 과학동아 기획기사 ‘벌의 죽음’을 취재하기 위해 경남 함양의 한 동양꿀벌(토종꿀벌, 토봉) 농가를 찾았을 때다. 당시 2년째 ‘낭충봉아부패병’이라는 바이러스 성 감염병이 유행해 전국의 동양꿀벌이 거의 다 죽은 상태였다. 30년 동안 매해 500개의 벌통을 키우던 농장주의 벌집도 전 ...
‘부바’와 ‘키키’라는 물체(?)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생긴 것은 모른다. 각각 어떤 모양일지 자유롭게 상상해 보자. 잘 떠오르지 않을테니 객관식으로 문제를 바꿔보겠다. 펜으로 원을 그리되 아메바처럼 흐물흐물한 모양이 되게 하나를 그렸다. 다른 하나는 깨진 유리처럼 삐쭉삐쭉한 모양이다 ...
2003년 봄, 대학원에 다니던 무렵이었다. 강사의 허락을 받고 철학과에서 개설한 논리학 강의를 청강했다. 어느 날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다. 니체 철학의 중요한 개념 가운데 하나인 ‘영원한 회귀’가 무엇인지에 대해 토론을 했는데, 니체 저작 몇 권을 읽은 ...
지난해 여름 싱가포르로 휴가를 갔던 기자는 초록색 ‘도깨비공’이 가득 쌓인 과일시장에서 발을 뗄 수 없었다. 첫 번째로 눈에 들어온 과일은 두리안(Durio zibethinus Murr.)이었다. 어린이가 겨우 안아들 정도로 크고 무거운 이것은 배를 가르니 생선이 썩는 듯한 악취가 났다. 그 안에는 끈적끈적하고 ...
새해를 기념하며 성대하게 열린 클래식 음악회. 박력있고도 부드러운 지휘자의 손놀림과 한꺼번에 오르락내리락 움직이는 바이올린 활 군대 사이사이로 1~2개씩 배치된 관악기들을 보면 문득 궁금해진다. 플루트나 피콜로는 옆으로 들고 부는데, 왜 클라리넷과 오보에는 앞으로 부는 걸까.플루트는 ...
어렵다. 30년 동안 자란 나무로는 책을 100권정도 만들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1년에 신간 서적만해도 약 1억 권 정도가 만들어진다. 1년에 백만 그루가 넘게 필요한 셈이다. 팔만대장경을 만들 때 16년 동안 나무 1만 그루를 썼다면, 현재 그 100배가 넘는 나무를 매년 없애는 셈이다.이렇게 많은 ...
일주일씩, 걷고 또 걸었다. 처음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그리고 7년. 고3이 된 올해까지 매해 여름 바다를 보고 거기 사는 사람들을 만났다. 해안선 변화를 기록하고 만난 생물종을 기록했다. 사진을 찍었다. 이야기를 들었다. 나중에는 수시로 찾아갔다. 바다와 하늘이, 자연과 사람이 ...
국내 몇 안 되는 과학 고전 시리즈물 ‘모던 앤드 클래식’ 2차분 두 권이 새로 나왔다. 공교롭게도 이번에는 과학자가 예언하는 낯설고 충격적인 미래에 대한 책이다. 데이터 저장 기술과 계산 기술의 발달이 가져올 의식의 기계화를 다룬 한스 모라벡의 ‘마음의 아이들’과, 나노 수준의 분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