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빚은 식재료 풍성한 식탁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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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과숙수는 집밥을 사랑하는 여러분에게 잔칫상만큼이나 풍성한 밑반찬과, 감칠맛을 더해줄 수많은 식재료를 제공합니다. 아, 그런데 이 재료들은 농장에서 얻거나 밭에서 채집한 것이 아닙니다.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씨를 뿌리고 공장에서 키웠죠. 동과숙수가 이렇게 공장에서 식자재를 만드는 이유도 준비했습니다. 이 이야기가 여러분의 식탁을 더 풍성하게 할 겁니다.

 

18세기 영국의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는 저서 ‘인구론’을 통해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식량 생산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식량 생산량이 인구 증가를 따라잡지 못하고, 그로 인해 인구의 상당수가 가난과 기근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죠. 하지만 그는 과학자들의 활약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대규모 농장 건설과 재배기술의 발전 덕분에 지구 전체적으로는 맬서스의 예상보다 많은 양의 식량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인구 역시 80억 명을 바라보며 크게 증가했습니다. 기근과 가난이 지구를 뒤덮고 있진 않죠. 하지만 맬서스의 예견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닙니다. 슬슬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식량 분배가 잘 이뤄지지 않아 ‘풍요 속의 빈곤’을 겪는 나라와 지역, 사람들이 많습니다. 식량을 만들기 위해 파괴한 자연은 기후위기를 촉발시켰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식량 공급 문제를 심화시켰습니다. 


이제 다시 과학자들이 나섰습니다. 식량을 만드는 역할을 자연만 맡기지 않고 우리 스스로 하려고 합니다.


완전식품 달걀, 완전히 식물성으로


전통적인 재배 방식을 벗어나 다양한 성분을 조합하고, 이를 변형시켜 만든 식품을 대체 식품이라고 부릅니다. 대체 식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맛과 향을 내는 물질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물질을 저렴하고 안전하게 합성하는 방법도 필요하죠. 마지막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재료가 갖는 고유한 모양과 색을 재현해야 합니다.


완전식품이라고 불리는 달걀은 대체 식품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대체 달걀을 맛볼 수 있게 됐습니다. 배양육으로도 잘 알려진 미국의 식품기업 잇저스트에서 개발한 대체 달걀 ‘저스트 에그’가 지난해 8월부터 국내에 유통되기 시작했습니다. 안타깝게도 껍데기 속에 흰자와 노른자가 모두 있는 형태는 아닙니다. 스크램블을 만들 수 있는 액상 형태와, 오믈렛으로 조리된 형태가 있습니다.


저스트 에그는 그간 출시된 대체 달걀 중 실제 달걀과 가장 비슷하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가장 호평을 받는 부분은 외형입니다. 달걀과 비슷한 색감을 내기 위해 천연 재료 추출물을 이용했습니다. 노란색의 터메릭(강황의 뿌리로 만든 향신료)과 주황색의 당근입니다. 달걀이 가진 고유의 질감을 내기 위해서도 천연 재료를 사용했습니다. 천연 식품 첨가제로 쓰이는 젤란검과 양파를 갈아 만든 퓨레 등입니다. 덕분에 액상 상태의 저스트 에그는 실제 액상 달걀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외에도 달걀에 풍부하다고 알려진 영양소인 칼슘과 레시틴 등을 보충할 목적으로 구연산칼슘, 대두레시틴 등을 활용했습니다. 외형은 물론 영양소까지 챙겼습니다.


모든 대체 식품이 천연 재료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닙니다. 양선아 계명대 식품보건학부 교수는 “대체 식품에는 합성으로 만들어진 화합물이 쓰이기도 한다”며 “소비자들에게 합성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식품은 건강에 해로운 화합물로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건강기능식품 등에서 이미 쓰이는 경우가 많은 해가 없는 물질”이라고 말했습니다.


달걀의 맛은 녹두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구현했습니다. 식물성 단백질과 동물성 단백질의 맛과 향이 다르다는 한계점은 있습니다. 다만 다른 재료와 함께 조리하면 제법 달걀 음식의 맛과 향을 낼 수 있다는 평이 지배적입니다.


이 같은 대체 식재료의 장점은, 원래 식자재에서 더 필요한 특성을 풍부하게 하거나 건강에 안 좋은 성분을 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영양성분표에 따르면 저스트 에그는 실제 달걀과 비교해 단백질 함량은 큰 차이는 없는 반면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은 없습니다. 또 식용으로 쓰이기 위해 비윤리적으로 사육되는 가축을 대체할 수도 있습니다.


달걀로 만드는 다른 식자재에도 대체 식품기술이 이용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마요네즈입니다. 달걀과 식초, 버터 등으로 만드는 마요네즈를 대신해 실제 달걀 대신 콩을 이용한 식물성 대체 마요네즈는 비건 식품의 대표주자입니다.

 

대체 식품으로 풍성해진 식탁


사실 대체 식품이 전혀 새로운 기술은 아닙니다. 품목이 한정적이었을 뿐, 우리가 먹는 음식 중 일부는 천연 재료가 아닌 대체 재료로 만들어져 우리의 입과 코를 속이고 있었습니다. 주스와 오일류에 주로 쓰이는 합성착향료가 그 주인공입니다.


합성착향료는 인공적으로 향을 내기 위한 식품첨가물입니다. 가령 시중에 판매되는 대부분의 사과 주스에는 실제 사과 과즙이 아닌 사과 향을 내는 착향료가 들어있습니다. 이외에도 아이스크림이나 과자는 물론 식초나 식용 오일 대부분이 천연 재료 대신 합성착향료를 이용합니다. 사과를 비롯한 과일류에는 에스테르 계열과 알콜 계열이, 채소류는 황화합물 계열이 주로 포함됩니다.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며 어마어마한 가격을 자랑하는 송로버섯(트러플) 오일을 합성착향료를 이용해 만들기도 합니다. 진짜 트러플이 들어간 오일과 구분하기 위해 합성착향료를 이용한 오일에는 트러플‘향’ 오일이라는 단어를 씁니다. 트러플향 오일에 쓰이는 2,4-디티아펜탄은 실제 트러플에 포함돼 있으며 특유의 향을 내는 성분 중 하나입니다. 워낙 특이한 향을 지니고 있어 비슷한 분자구조를 가진 여러 성분 중 한 가지만 써도 그럴듯한 향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합성 착향료 덕에 우리 식탁에서 더욱 풍부한 향과 맛을 낼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원두 없는 커피 한잔으로 입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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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커피 원두를 필두로 한 식자재 대란이 심상치 않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커피 원두를 생산하는 브라질의 기상악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원두 생산 2위 국가인 베트남에서도 코로나19로 농장 노동자를 구하지 못해 생산과 수출이 크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커피 원두 가격은 7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했습니다. 아무리 기호품이라고는 하지만 세계인의 식탁 물가에 악영향입니다. 특히 한국처럼 기후가 맞지 않아 커피 원두를 재배하지 못하는 국가에서는 문제가 더 심각해집니다.


이런 와중에 커피 대란을 해결할 방법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바로 농장이 아닌 공장에서 커피 원두 성분을 만들어내는 기술입니다. 미국의 스타트업 아토모는 버려지는 음식물에서 특정 성분을 추출하고 발효해 커피를 만들고 있습니다. 식품계의 업사이클링(새활용)인 셈입니다. 미국의 또다른 기업인 컴파운드 푸드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생물의 발효 반응을 이용해 커피를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1000여 종의 화합물이 든 커피에서 풍미를 내는 핵심 물질로는 피리딘, 퀴놀린, 피라진 등 40여 종의 화합물이 꼽힙니다. 이들은 보통 식물에 풍부하며 알칼로이드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아토모는 대체 커피에 사용할 알칼로이드 물질을 다른 식물에서 찾아냈습니다. 대추 씨, 치커리 뿌리, 포도 껍질 등 알칼로이드 물질이 풍부하면서도 다른 음식에 쓰이지 않는 재료에서 필요한 성분을 추출하고 이를 모으는 방법입니다. 음식폐기물을 줄이고 동시에 커피도 만들 수 있습니다. 아토모 커피의 최고경영자 애디 크라이치는 “처음에는 커피의 쓴맛을 줄이기 위해 커피의 성분을 분석하기 시작했다”며 “이후 커피 재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게 돼 대체 커피 개발에 뛰어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컴파운드 푸드는 미생물을 활용했습니다. 커피의 풍미를 높이기 위해 보통 발효 과정을 거치는데, 여기에 쓰이는 미생물을 이용한 것입니다. 미생물은 커피를 발효시키기 위해 다당류 분해효소를 분비하고, 알칼로이드 화합물의 전구체를 합성해냅니다. 커피 원두 없이도 알칼로이드 화합물을 생산, 발효하는 방법입니다. 다만 컴파운드 푸드 측에서 아직 구체적인 제조법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맛과 영양, 지속가능성까지 고려한다


수많은 기업과 연구자들이 대체 식품 연구에 나서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기후변화 때문입니다.
2020년 12월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연구팀은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을 계산했습니다. 에스프레소 한잔을 만드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약 280g이었습니다. 커피 농장 건설로 인한 산림 파괴와 유통 과정 중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 등이 포함됐습니다. 2018년 기준 국내 성인 1명당 커피 소비량이 353잔이라고 하니 매년 약 100kg의 온실가스를 커피를 마시며 배출하는 셈입니다. doi: 10.1002/geo2.96


달걀을 생산할 때도, 과수원을 조성할 때에도 환경에 악영향이 미칩니다. 식품산업과 환경 사이에는 큰 관련이 있죠. 그렇기에 대체 식품기술이 미래의 식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양 교수는 “환경오염을 막기 위한 식품공학 기술이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다”며 “식품 가공 공정 중 폐기물을 줄이는 방안이나 친환경 포장기술 등도 활발히 연구되는 추세”라고 말했습니다. 

글 : 이병철 기자
과학동아 2022년 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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