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가세는 따로 없고요. 택배비는 30만 원 이상 구매하시면 저희가 무료로” 박사과정 1년 차인 형은 전화를 받으면서 동시에 키트에 라벨지를 붙이는 데 열심이었다. 라벨지에는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실험용 원숭이는 뉴스에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소식이 들리자마자 ...
“I WILL BE BACK” 영화 터미네이터의 명대사입니다. 2023년 이 명대사가 전세계에 울려 퍼졌습니다. 주인공은 싹 잡아 죽인 줄 알았던 흡혈 곤충 빈대. 다시 돌아온 빈대가 얼마나,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봤습니다. “빈대 물려본 적 있어요?” (아뇨.) “2017년에 로마 여행을 갔는데, 침대 시트에 새끼 ...
나를 돌봐 주는 사람은 나보다 나이 든 여자다. 그녀는 차갑고 무뚝뚝하며 묵묵히 자기 일을 한다. 남들이 볼 때는 그렇다. 그녀는 재생된 내 육체가 운동능력을 회복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돌봐주는 존재다. 나의 팔다리를 마사지하고, 재활시간에 훈련센터로 나를 데려다준다.그녀의 진짜 이 ...
요즘 스포츠 축제에 친환경이 빠질 순 없죠. 카타르 또한 이번 월드컵을 ‘탄소중립 월드컵’이라고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앞서 봤듯이, 경기장 전체를 항시 냉방하면 에너지가 많이 쓰이지 않을까요? 카타르가 탄소중립에 자신만만한 이유와 우려를 함께 살펴봤습니다. 경기장, 레고처럼 쌓아 ...
전율은 가장 순수한 절망이다.케이(K)는 이전에 이 감각을 겪어보았다. 그래서 방금 느낀 게 전율임을 이해한다.첫 전율은 스승이 의뢰받아 만든 기계화 의체(인공몸)를 보았을 때 느꼈다. 그녀의 스승인 제이(J)는 먼 과거의 인형 만드는 기술을 계승한 인형사였다. 인간과 유사한 모조품을 만드는 ...
창을 열어 보라, 방충망도 열고 내다보라. 새해 하늘이 새파랗다. 이렇게 새파란 존재를 집안에서 본 적이나 있니. 벽에 붙인 포스터의 물감이 이렇게 파랗던가, 모니터 속 하늘이 이렇게 크던가. 춥다고 나가지 않으면 짧은 겨울의 볕을 다 쬐지도 못하고 계절성 우울증에 걸리기 쉬워. 원룸 안에 ...
“문과만 일하고 이과는 노력하지 않는다는 증거.”평화로운 주말 오후, 침대에서 귤이나 까먹으며 인터넷을 하다가 발견한 제목입니다. 난데없이 저격당했네요(이과 출신). 움찔하며 글을 클릭했습니다. 자세도 조금 고쳐앉았죠. 이과 전체를 겨냥한 ‘광역 어그로’에 어김없이 걸려든 순간입니 ...
“해롱 선장에 대한 이상한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는 건 바로…, 페가수스 선장이었어!”“네? 설마요! 페가수스 선장이 그런 짓을 할 리 없어요!”딱지가 외쳤습니다. “페가수스 선장은 겉보기와는 달리 야망이 있고 음흉한 사람이야. 페가수스 선장이 일부러 경쟁자인 해롱 선장에게 누명을 씌운 ...
8/12-001세 개의 배양통을 우주선에 싣는 데 성공했습니다. 두 개는 배터리가 망가져 전원이 꺼졌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구의 상태를 보면 세 개가 멀쩡하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입니다. 보초병은 없었습니다. 보관실을 관리하는 인력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사했던 이유는, 단순히 도시와 떨어져 ...
내가 진짜 여자가 아니라는 말은 진작 들었다. 그저 스스러운 이야기였다. 나의 엄마도 진짜 여자가 아니었지만 법적으로 여자로서 살아왔다. 엄마는 여느 여자들처럼 체세포로 난자를 만들어 아빠의 정자와 결합시켜 나를 낳았고, 국립 인공포궁시설에서 태어난 나를 신생아 양육소에서 받아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