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가세는 따로 없고요. 택배비는 30만 원 이상 구매하시면 저희가 무료로” 박사과정 1년 차인 형은 전화를 받으면서 동시에 키트에 라벨지를 붙이는 데 열심이었다. 라벨지에는 가격표가 붙어 있었다.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실험용 원숭이는 뉴스에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소식이 들리자마자 ...
고속터미널 근처는 생각보다 복잡했다. 아리가 정우를 찾았을 때 그들은 둘 다 반쯤 얼어붙어 있었다. 추워서 들어간, 터미널 안쪽 깊은 곳의 프랜차이즈 햄버거집에서 아리는 겨울 내내 망설이던 말을 꺼냈다.“우리 아르바이트비는 언제 받아? 소원, 진짜 들어주는 거 맞아?” “그치. 그거 받아 ...
\SF스토리 공모전 총 36편의 수상작 중 과학동아 특별상을 수상한 소설을 지면으로 소개합니다 “기어 1단에서 현재 시속 120km.” 타는 듯이 목이 마르다.“기어 2단. 클러치 타이밍이 완벽했습니다.” 속도라는 건 빠르면 빠를수록 더 목이 마르다. 마치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표류자가 목이 마르다고 ...
여러분은 자신의 장례를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내 장례식장에 틀 음악을 ‘장례식 플레이리스트’로 정리해보는 게 소소한 유행이 된 적이 있었죠. 한 누리꾼은 “내 장례식에선 사람들이 분홍색 옷을 입고 피자를 먹으며 날 기억해주면 좋겠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미리미리 생각해 ...
※이 콘텐츠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재원으로 운영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성과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나와의 채팅방’이 이름 그대로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언 ...
아침인지 밤인지 알 수 없었다. 물론 시계도 없다. 시간이 며칠이 지났는지도 알 수 없었다. 손을 뻗어 창문 하나 없는 매끄러운 벽면을 쓸어내렸다. 서늘했다. 잠깐 벽면을 만지다가 다시 천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5년 동안 써서 삐거덕거리던 매트리스와는 달랐다. 그러고 보니까 매트리스 새로 ...
아버지가 쓰러진 후 일상의 평온도 쓰러졌다. 점심에는 아버지가 로봇 배식원을 향해 식판을 던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바이러스형 뇌졸중. 일반 뇌졸중과 달리 여전히 불치병으로 남은 병이었다. 상태는 점차 악화된다고 들었다. 뇌가 아프면 성격도 달라지는 걸까. 평소 무뚝뚝하지만 예의 바른 ...
행성 랄로랑이는 지구를 닮았다. 모항성 타우타이에서 떨어진 거리도 그렇고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위성 마시나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리고 랄로랑이에는 문명이 있다. 여러 문명이 서로의 존재를 모르는 상태로 대륙 각지에 퍼져 있고 가장 앞선 문명은 연한 금속을 겨우 ...
희미하게 스며들어오는 햇빛이 눈꺼풀을 간질이자 이새는 눈을 떴다. 잽싸게 이불을 젖히고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커튼을 열자 영상으로만 봤던 풍경이 펼쳐졌다. “후아~.”저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어제 도착했을 때는 날이 어두워져서 주위를 통 볼 수가 없었다. 이새는 창문에 얼굴을 바 ...
외출을 할 때마다 강아지가 집 안을 엉망으로 해놓거나 아무데나 배변을 해놓는 등 심술을 부린다는 고민을 가진 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저도 최근 ‘보호소에서 데려온 세 살배기 강아지를 혼자 두고 외출을 하니 평소에는 화장실도 잘 가리던 아이가 현관에 똥을 싸두고, 빨랫감을 다 헤집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