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잉, 하는 소리에 번쩍 눈을 떴다. 깜빡 낮잠에라도 빠졌던 걸까?소파에서 몸을 일으키고는 옆에 놓인 생수병을 들어 물을 마셨다. 덕구가 발치에 깔린 러그에서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덕구는 나의 반려견이다. 어미개와 함께 보호소에 버려졌던 녀석을 데려온 게 벌써 십 년 전이니, 우리는 함께 ...
“태양 폭발을 두 눈으로 마주하세요!”핍은 호객꾼의 외침이 쓸데없다고 생각했다. 좌석은 이미 만석이었다. 특히나 태양을 정면으로 마주한 42-31 소행성에는 사람들이 바글거려 발디딜 틈도 없었다. 우주복 겉에 두른 레이스 장식들이 밀려온 태양풍에 나풀거리고 있었다. 티켓값만 해도 아파트 ...
[1. 사람처럼 두발로 걷게하기]제가 한국의 대표적인 로봇 휴보를 처음 만난 건 2004년 겨울입니다. 휴보가 막 태어나 관심을 한 몸에 받던 때였지요. 당시 사람처럼 두 발로 걷는 로봇은 일본의 ‘아시모’ 뿐이었습니다. 지금이야 두발로봇이 여럿 있지만 그때만 해도 기계가 두 발로 걷는다는 사실 ...
“바닷물로 농사라니 그게 무슨 말이여~?”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어 외롭지만 평화롭던 섬‘나외로도’가 술렁이기 시작했다.“그냥 두면 안 돼~.”“그려 그려, 안 그래도 척박한 이 섬이 아예 염전으로 변해 버리면 어쩌려고….”냥냥에게 줄 물고기를 잡는다고 밤낚시를 나갔다가 배가 뒤집혀 ...
출발 소리 없는 공포의 비밀오금이 저리다. 무릎을 굽힐 때 접히는 뒤쪽 부분, 오금. 이곳으로 다리와 발에 분포하는 혈관과 신경이 모두 통과한다. 승강장을 떠나 꼭대기로 올라가는 순간. 앞으로 찾아올 공포감이 온몸에서 발끝까지 오금을 통해 전해진다.‘지금이라도 내릴까.’ 하지만 이 ‘괴 ...
다래덩굴과 등칡이 엉켜 있고 앉은부채 산마늘 만병초의 아름다운 모습이 나타난다. 고개마루 근처에는 까치바람꽃 얼레지 너도바람꽃이 아름다움을 더해준다.오세암으로 올라가는 계곡에는 솔나리 말나리가 나타나고 쌍폭근처에 이르면 분포의 남한계선 위에 놓여 있는 새양버들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