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머리카락은 이마에 멋대로 붙어서 찬 바람에 꽁꽁 얼어갔다. 쉰하나의 12월 15일. 가물가물한 연대기에서 유일하게 선명히 기억하는 나이. 제니의 동갑내기 남편이 작업장에서 사고사事故死한 날이었다. 차가운 아스팔트가 뿜어내던 죽음의 온도. 다시는 그런 절망을 느끼지 않겠다고, 절망의 ...
비교해 복구한다. 개별적인 경험은 이런 과정으로 복구할 수 없다. 기억이 정말 가물가물해졌는지는 인공지능 본인밖에 모른다. 어쩌면 본인도 모른다.“너무 말을 많이 했나 보다. 이젠 네 얘기를 좀 해 보렴.”“어떤 얘기를 해 드릴까요?”“글쎄. 아무거나. 옛날 얘기일수록 좋고.”“음. 제가 ...
곳으로 가면 단서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지금은 출발점이 어디였는지조차 기억이 가물가물해졌어.”아저씨는 언젠가부터 하루하루를 의미 없이 보내곤 했다고 털어놨어요. 그때 채윤이 에게 중요한 사실이 떠올랐어요.“그러고 보니 우리는 왜 집으로 안 돌아간 거야? 인류의 진화를 설명했잖아 ...
경험 중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는 것은 특별한 몇 가지뿐이다. 심지어 어제 있었던 일도 가물가물한데, 유아기 때 일이 거의 기억나지 않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면 오히려 당연하다. 사람의 뇌에는 1000억 개나 되는 뉴런이 있다. 이 뉴런들이 서로 상호작용 해 네트워크를 이루는 만큼 여기서 얼마나 ...
입력했다.삐릭-통과였다. 하림은 가능한 서둘러서 명령어를 입력했다.정신이 점점 가물가물해졌다.경비원이 도착했는지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시야가 어두워져가는 가운데 자신이 입력한 마지막 명령어가 화면에 보였다.쿵-희미하게 문을 부수는 소리가 들렸다.그리고 하림은 정신을 ...
몰려들어 하림과 엄마를 떼어냈다. 하림의 얼굴에 까만 천이 씌워지면서 의식이 가물가물해졌다. 하림은 그러는 동안에도 말을 한 글자 한 글자씩 머릿속에 새겼다.눈을 떠 보니 학교 앞 공원의 벤치였다. 어둑어둑한 게 저녁 무렵인 듯했다.하림은 천천히 일어났다. 납치됐다가 엄마를 만나고 ...
못하네요.“저 고드름같이 생긴 거, 이름이 뭐더라? 중학교 때 배운 것 같은데 벌써 가물가물하네.” 소년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듭니다. “휴…. 누나도 참. 이럴 때 꼭 나이 먹은걸 티 낸다니까. 고등학교 졸업한 지 얼마 안된 내가 알려주지!” 바로 그 때, 안내자의 목소리가 동굴을 울립니다. ...
교수님. 죄송합니다. 제가 마지막 질문을 잊어버렸네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이럴 때를 대비해 메모를 해놨거든요. 금방 찾을 거예요. 음…, 그런데 못 찾겠네요.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음….”인류의 지능지수가 정말 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하던 ...
것인가, 빠수니 생활이 좋아 아이돌을 좋아하게 된 것인가. 15년쯤 되면 이제 시작도 끝도 가물가물하다.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아이돌과 나의 만남은 운명이었다. 난 혼자 노는 것을 좋아했다. 사실 혼자 놀 수밖에 없었다. 학교가 끝나고 친구들은 놀이터로 달려갈 때 나는 일 단 집에 가서 ...
생각하니?”앗. 1960년대에 한참 회자되던 빛보다 빠르게 움직인다는 가상의 입자. 기억이 가물가물하여 얼렁뚱땅 대답을 했더니, 다음엔 더 복잡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아닌가. 평소에 과학서적 읽는 게 취미란다.버스는 왜 이렇게 안 오는지. 두 시간처럼 느껴진 그 20여 분 동안 나는 땀을 꽤 많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