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노트] 우주군(軍)과 존 레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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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미 공군은 러시아 플레세츠크 발사장의 로켓 발사를 모니터 하고 있었다. 러시아는 이날 탑재체 3개를 쏘아 올리기로 했다. 미 공군의 모니터링에 묘한 게 발견됐다. 우주 공간에 정체불명의 물체가 하나 더 있었다.


처음에는 발사 과정에서 떨어져 나온 로켓 잔해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 미심쩍은 물체는 지구 궤도를 계속 돌았고, 러시아는 발사 보고서에 탑재체 수를 슬그머니 하나 더 늘렸다. 러시아는 이 물체를 인공위성 ‘코스모스(Kosmos) 2499’라고 발표했지만, 미국은 ‘가미카제(kamikaze)’ 즉 다른 위성을 공격하는 ‘킬러위성’으로 규정했다. 러시아는 몇 달 뒤 ‘루치(Luch)’라는 킬러위성을 추가로 발사했다.


아름다운 밤하늘, 어두운 공간 속에서 열강들의 ‘우주전쟁’은 어느새 암암리에 진행 중이었다. 이제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월 ‘우주군(軍)’ 창설을 지시했다. 8월 9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현재 5군 체제인 미군을 우주군이 포함된 6군 체제로 변경하겠다고 공표했고, 미 국방부는 이날 우주군 창설의 당위성과 계획을 담은 최종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미국의 우주군 창설 도발에 가장 민감한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 매체들은 일제히 미국의 우주군 창설은 우주를 이용한 다른 나라 정복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제국주의라고 비판했다.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으로 이미 달아올랐다.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뜨겁다. 우주군 창설 예산이 향후 5년간 80억 달러(약 8조9560억 원)나 된다. 우주군 창설이 군비경쟁을 부추기면 이 금액이 얼마나 치솟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다시 ‘냉전시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57년 옛 소련이 첫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하면서 우주 공간의 무장화가 우려되자 유엔총회 직속 위원회로 ‘우주 공간 평화적 이용 위원회(CUPUOS)’가 설립됐다. CUPUOS는 ‘우주 공간 조약’이라는 국제조약을 결의해 살상무기 배치를 금지하고 평화적 목적으로만 이용하도록 규정했다.


미국은 우주군 창설의 당위성으로 미국의 우주 지배력(strength)을 내세운다. 그 근간에는 미국이 우주 지배력을 가져야 우주의 평화가 유지된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그들은 원자폭탄을 만들 때도 같은 논리를 댔다.


‘우주전쟁’은 킬러위성이 출동하면 보디가드위성이 막고, 미사일이 날아오면 패트리어트 시스템으로 격파하는 ‘무인(無人)전쟁’이다. 영화 속 ‘스타워즈’가 현실이 된다.


전쟁의 분위기가 짙어질수록 인간은 평화를 갈망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제다이 기사’가 아니라 존 레넌의 꿈이다. 천국도, 지옥도 없는, 누구도 죽이지 않고, 죽지 않는.


‘우리 위에는 오직 하늘만 있고, 모두가 하나 되어 사는 세상을 상상해 보아요(‘imagine’ 가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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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동아 2018년 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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