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노트] 154.21초의 피, 땀,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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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우주센터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 전남 여수공항에서 자동차로 2시간을 달려야 한다. 육지와 섬을 이어주는 다리를 지나 10분가량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도 지나쳐야 한다.’


2009년 6월 11일 나로우주센터 준공식 현장에 다녀와 동아일보에 썼던 기사를 찾아보니 이렇게 시작한다. 전남 고흥군 봉래면 외나로도. 햇빛이 좋아 유자로 유명한 고흥은 나로우주센터가 들어서면서 지역 특산품에 ‘우주’가 추가됐다.


7월 5일, 다시 나로우주센터를 찾았다. 이제는 공항대신 KTX 순천역에 내리면 되고, 왕복 4차선 도로가 닦였고, 일부 구간은 고속도로까지 개통돼 자동차로 1시간 남짓 달리면 나로우주센터에 닿는다.


‘나로호 전용’이었던 나로우주센터는 이제 ‘한국형발사체’ 개발센터가 됐다. 10월에는 한국형발사체의 심장이 될 75톤(t)급 액체엔진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시험발사가 예정돼 있다.

 

이날은 시험발사 전 75t급 액체엔진의 마지막 연소시험이 열렸다. 목표는 140여 초. 엄청난 굉음과 함께 엔진이 화염을 뿜어내는 순간, 9년 전 나로호 발사 순간이 겹쳐졌다. 2009년 8월 1차 발사 시도 때 페어링이 분리가 안 돼 최종 실패로 확인되자 기술진은 마치 죄인이 된 듯 고개를 떨궜다.


그 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로켓 발사는 미뤄질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을. 시험발사는 엔진의 성능 시험이 목적인, 정말 시험발사라는 것을. 시험‘발사’가 아니라 ‘시험’발사라는 것을.
75t급 액체엔진은 목표를 넘겨 154.21초 동안 안정적으로 잘 버텼다. 성공은 맞지만, 그래서 호들갑은 미뤄둔다. 154.21초 동안 연료를 태우기 위해 피, 땀, 눈물을 흘린 기술진에게 박수를 보낸다. 더 큰 박수는 2021년을 위해 아껴둔다. 앞으로 남은 많은 시험을 거쳐 한국형발사체가 우주에 날아오를 때, 그때가 진정한 성공이니까.

글 : 과학동아 편집장 이현경
과학동아 2018년 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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