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과학동아가 선정하는 이달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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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으로 무장해 우연을 줄이는 인공지능?”

인공지능이 없는 내일을 꿈꿀 수 있을까. 소소하게는 ‘취향저격’ 영화를 추천 받아 시간 낭비를 줄이고 즐거움을 극대화하며, 갑작스레 찾아오는 질병이나 지진을 예측해 더 많은 생명을 구하기도 한다. 인공지능은 이렇게 세상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있다.

정작 인공지능이 불확실성에 기반한다는 건 흥미로운 사실이다. 1990년대 중반 기존 자료를 학습할 수 있는 베이지안 네트워크 알고리즘이 개발되면서 인공지능 연구가 다시 활기를 띠었다. 베이지안 네트워크는 각각 확률분포를 가진 여러 변수로 구성된 모형이다. 한 값이 주어지면 다른 변수들의 확률분포, 즉 유망한 값을 추론한다. 논리적 추론 체계에 우연으로 무장해 더 강력해진 인공지능은 적용 범위를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우연의 설계’는 우연으로 무장해 우연을 줄이는 인공지능 등 우리를 둘러싼 확률과 무작위성에 대한 다양한 통찰을 적은 책이다. 학자들뿐만 아니라 이론 물리학자이자 ‘사회적 원자’의 저자인 마크 뷰캐넌과 유명 과학저술가인 마이클 브룩스 등 영국의 과학주간지 ‘뉴사이언티스트’에 편집자나 고문으로 활동하는 23인이 참여했다.

총 27편의 글은 ‘우연’이라는 키워드만 공유할 뿐, 무척 다채롭다. 우연이 심리에 미치는 영향(2장), 우연이 현실과 만나 도출된 놀라운 수학적 결과(3장), 그리고 이를 활용해 범죄를 알아채는 방법(6장) 등을 배울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과연 내게 자유의지가 존재하는가(4장) 같은 철학적 의문과도 마주친다. 결국엔 빅뱅 직후로 돌아가, 대체 어떤 우연한 사건들이 지금의 우주와 ‘나’의 존재를 만들었는지 이해하게 된다(1장).

현실을 반영하고 예측하는 인공지능이 우연을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래서 역설적이면서도 응당하다. 우리가 사는 실제 세상은 존재 자체가 큰 행운인데다, 불확실성과 잡음으로 가득 차 있고 법칙에는 거의 대부분 예외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쩌면’은 끼어들 틈이 없는, 참과 거짓만으로 이뤄진 1세대 인공지능이 개발 뒤 오래지 않아 실패로 끝난 역사가 이를 반증한다.

한 가지 더. ‘우연의 설계’가 매력적인 통찰을 이끌어낸 비결은 저자들의 실력 덕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우연이라는 하나의 키워드에 대해 여럿이 다양한 이야기를 하게 한 기획 덕분이다. 그러니까 우연히 이 책을 마주쳤다면, 당신은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


“자연, 문화, 역사로 보는 비의 연대기”

‘비’만큼 주관적인 단어가 또 있을까. 올해 한반도는 가뭄과 홍수, 즉 비와 관련된 두 재난으로 곳곳에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해가 바뀌면 분명 촉촉하고 싱그러운 봄비를 시작으로 경이로운 생명 탄생이 또 다시 시작될 것이다. 비를 보며 누군가는 절망하고, 또 누군가는 노래한다.

비와 인류의 애증 관계는 깊다. 고대 아즈텍인들은 가뭄에 시달리는 동안 비의 신 틀라록에게 어린아이를 제물로 바쳤다. 중세 유럽에선 극심한 비로 작물이 망가져 기아와 식인 사건이 발생하자, 종교 법정은 폭풍우를 불러왔다는 죄목으로 마녀사냥을 했다. 비는 지구 역사상 가장 부지런한 뮤즈이기도 했다. ‘사랑은 비를 타고’ 등 수많은 예술작품이 비에게 빚을 졌다. 탁월한 이야기꾼이자 환경전문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비는 지구의 혼돈 가득한 대기의 일부일 뿐 아니라 인류의 혼돈 가득한 자아의 일부”라며 “경전 속에서, 설형문자 텍스트에서, 쇼팽에 이르는 인간의 모든 표현 양식 속에서 서로 이어져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약 40억 년 전 초속 8m로 지구에 불시착한 이후 지금까지 동반자가 되어준 생명의 근원, 비. 과학, 역사, 인류학, 지리학 그리고 문화와 예술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얽히고설킨 비의 연대기 속으로 떠나보자.

글 : 우아영 기자
과학동아 2017년 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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