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노트] 백신 불신이라는 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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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백신
지난 4월 말에 열렸던 전세계 과학자들의 가두시위, ‘과학행진’을 기억하시나요. 과학연구 예산을 줄이겠다고 하고 기후변화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과학자들이 비판하면서 시작된 행사였죠. 저도 서울 현장에 있었는데요, 광화문에서 열린 행진에 동행한 한 미국인이 든 피켓 문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The most common Vaccine reaction is IMMUNITY(가장 보편적인 백신 반응은 면역이다).’ 물어보니 소아과 의사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백신에 대해 회의적인 말을 했다는 사실에 화가 나서 나왔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요. 그땐 그냥 먼 나라 이웃 나라의 이야기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 불신​
그런데 그 일이 한국에서도 일어났습니다! 백신에 대해 불신감을 품는 사람이 적지 않았고, 일부는 적극적으로 생각을 전파하고 있었습니다. 몇몇 인터넷 모임은 수만 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백신이나 항생제 등 의학적 조치들을 부정해 지탄을 받았습니다.

  3 미신
별다른 근거도 없이 과학적인 조치들에 어깃장을 놓는 이런 믿음은 현대판 미신에 불과 합니다. 우리의 직관은 생각보다 허약해서, 꽤 그럴 듯해 보이는 일들 가운데 상당수는 현대 사회를 해석하는 데 잘 맞지 않습니다. 백신 회의론도 그 중 하나입니다. 백신을 맞으면 열이 나거나 심각한 병에 걸릴 것 같은 의심, 실제로 주변에서 백신 맞고 아팠다더라는 ‘카더라’ 통신이 주는 공포는 직관적이긴 하지만, 거의 전부 매우 높은 확률로 사실이 아닙니다. 그게 데이터와 통계, 그리고 광범위한 과학적 연구 결과가 교차 검증을 통해 알려주는 유일하게 믿을 만한 결론입니다.

백신은 자신은 물론 속한 사회를 건강하게 지켜주는 강력한 방어막입니다. 직접 백신을 맞지 못하는 신체적 약자까지 함께 보호해 주는, 인류가 발명한 가장 인도적인 발명품이기도 하지요. 우리가 지금처럼 거대한 도시에 모여 서로 살 부딪히며 살아도 멀쩡한 이유에는 백신의 지분도 꽤 클 겁니다. 이번 특집은 그 내용을 조목조목 담았습니다. 백신 불신이라는 미신을 비판적으로 보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글 : 윤신영 편집장
과학동아 2017년 0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