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빅 히어로 천재 형제, 가장 사랑스러운 슈퍼히어로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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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히어로’는 슈퍼맨, 배트맨, 아이언맨처럼 8등신 다부진 근육질 몸매에 멋진 슈트를 입어야 제맛! 그런데 여기, ‘히어로’의 역사를 다시 쓸 치명적인 몸매의 소유자가 나타났다!

사람의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힐링로봇!


영화 <빅히어로> 속 주인공 베이맥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달려가 포근히 안기고 싶다. 그런데 히어로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위험한 상황에서 슈퍼맨처럼 나를 구해 주긴 어려워 보인다. 볼록 튀어나온 배와 짧은 다리는 더욱 믿음이 안 간다. 과연 베이맥스에게는 어떤 능력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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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로봇

베이맥스는 사람이 ‘아야!’하고 소리를 내면, 빨간 가방에서 스스로 부풀어 오르며 등장한다.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치료 로봇’이기 때문이다. ‘아야!’하는 소리를 들으면, 자신을 필요로 하는 소리라고 인식하고 자동으로 전원이 들어온다. 베이맥스 안에는 1000여 가지의 질병 치료법이 저장된 컴퓨터 칩이 들어있다. 영화 속에서는 테이프를 붙였다 떼 생긴 작은 찰과상을 치료하고, 자신의 몸을 던져 고층 빌딩에서 떨어지는 주인을 안전하게 보호한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로봇

베이맥스는 호기심 많고 지나치게 순수하다. 환자를 돌보는 일을 숙명이라고 여기기 때문에 남을 돕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특히 베이맥스는 사람과 감정을 교감하는 능력도 있다. 영화 속에서는 방황하는 사춘기 소년의 마음을 읽고 ‘사춘기’라는 진단을 내려준다. 또 몸통에 발열 기능이 있어 상대방을 꼭 안아 주며 온기를 전한다.

나는 로봇

평소에는 아기 펭귄처럼 뒤뚱거리며 걷는 귀요미 로봇이지만, ‘히어로 슈트’만 입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최첨단 슈트에는 하늘을 날 수 있는 로켓 엔진은 물론, 로켓 주먹도 달려 있다. 무려 453kg까지 들 수 있는 능력이 생기며, 무술도 소림사 고수 수준이다.

이제는 소프트로봇 시대!

베이맥스는 동그란 얼굴에 거대한 몸집이지만, 몸무게는 34kg에 불과하다. ‘소프트로봇’이어서다. 베이맥스는 중앙처리장치를 제외하곤 공기로 꽉 들어찬 풍선 형태의 말랑말랑한 로봇이다. 그런데 최근 로봇이 베이맥스처럼 딱딱한 외투 대신 부드러운 몸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런 소프트로봇이 주목받는 이유가 뭘까.
 
첫째, 소프트로봇은 안전하다. 로봇 기술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했지만, 아직도 청소하는 로봇이 집집마다 없는 이유는 육중한 무게와 힘 때문이다. 자칫 로봇이 넘어지기라도 하면 사람 목숨이 위험해진다. 손길이 투박해 유리컵이나 계란 같은 물건을 다루다가 사고로 이어질 확률도 높다. 반면 소프트로봇은 비록 움직임의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외형이나 구조가 부드럽기 때문에 사람과 가까이 지내기에 훨씬 안전하다.

둘째, 소프트로봇은 효율적이다. 세계 첫 소프트로봇은 미국 터프츠대 생물학과 베리 트림머 교수의 작품인 애벌레를 닮은 ‘소프트봇’이다. 트림머 교수는 담뱃잎을 먹는 박각시나방 애벌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애벌레처럼 움직이는 소프트봇을 개발했다. 트림머 교수는 가장 먼저 로봇의 관절을 없앴다. 실리콘을 둘둘 말아 몸통을 만든 다음 전기회로를 이용해 소프트봇을 우아하고 유연하게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이렇게 유연하게 움직이는 소프트로봇은 장애물을 만났을 때도 상황에 따라 자신의 겉모양을 바꿔 마치 부드럽게 장애물을 통과한다. 최단거리를 찾아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베이맥스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영화 <빅히어로>의 돈 홀 감독은 베이맥스를 구상하는 과정에서 미국 카네기멜론대 로봇연구소를 찾아가 자문을 구했다. 로봇공학과 크리스 앳킨슨 교수는 돈 홀 감독에게 자신이 연구 중이던 소프트로봇을 소개했다. 바로 비닐 소재로 만든 로봇팔(아래 사진)이다.
 

돈 홀 감독은 이 로봇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베이맥스를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시켰다.

전통적인 로봇은 무거운 팔을 움직이기 위해 피스톤과 기어를 사용했지만, 앳킨슨 교수팀은 가벼운 인공 근육이나 공기압축기를 이용했다. 베이맥스의 내부도 다른 관절 없이 설계했다. 자세한 베이맥스의 내부 구조는 영화 속에서 확인하시라.

돈 홀 감독은 제작진과 함께 이런 세심한 부분은 물론, 소프트로봇 분야의 모든 정보를 섭렵해 베이맥스를 탄생시켰다. 단, 한 가지 사실만 다르다. 현재까지 만들어진 소프트로봇은 모두 전원 장치가 몸 밖에 있어 전원까지 선이 연결되어 있는 유선로봇이다.

실제 연구에 사용하고 있는 전원 장치는 크고 무거워서 아직까지는 소프트로봇 몸 안으로 넣지 못한 것이다. 반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베이맥스는 전원 장치가 내부에 있는 무선로봇으로 등장한다. 하루 빨리 소프트로봇에 걸맞은 전원 장치도 개발돼 완벽한 소프트로봇이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소프트로봇은 베이맥스처럼 ‘의학계’에서 가장 환영받고 있다. 의학계에서 로봇은 주로 사람과 직접 접촉하는 용도로 쓰이는데, 한결 부드러워진 손길을 가진 소프트로봇에게 맡길 임무가 많기 때문이다.

<빅히어로> 속 수학 찾기!

영화 <빅히어로>에는 9명의 주요 인물이 등장한다. 베이맥스와 가슴 따뜻해지는 우정을 나누는 14살 천재소년 히로를 중심으로, 그 형 테디와 테디의 네 친구들, 두 형제의 이모, 테디의 지도교수, 히로를 괴롭히는 악당(영화에서 확인하시라!)을 만날 수 있다. 베이맥스를 포함한 모든 캐릭터들은 360° 회전이 가능한 3D 이미지다. 캐릭터의 움직임을 제어하고 조작하는 건 컴퓨터와 수학의 힘이다. 주인공 히로의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것부터 주인공을 배경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도록 자리를 배치하는 것까지 방정식을 세워 계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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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그들이 사는 세상도 주목하자. 이 도시는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와 일본의 도쿄를 섞어 만든 가상의 도시다. 이 도시는 ‘샌프란쿄’라고 부르고, 독특한 랜드마크와 네온사인, 깔끔하게 정돈된 빌딩숲 등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한다. 그런데 이 도시는 수학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빅히어로> 제작팀은 직접 샌프란시스코와 도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스케치 작업을 했고, 지리적 특성을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언덕의 가파른 정도, 빌딩의 높이, 건물과 건물 사이의 거리, 도로의 폭 등을 계산해 모두 3차원 좌표 위에 그렸다. 이렇게 얻은 실제 데이터로 영화 속 23개의 공간을 3D로 제작했다. 월트디즈니사의 애니메이션 총책임자인 앤디 핸드릭슨은 “복잡한 방정식으로 흐트러짐 없이 구성된 배경이 매 프레임마다 움직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샌프란쿄에는 8만 3000개의 빌딩과, 21만 5000개의 가로등(서로 다른 6개의 디자인), 26만 그루의 나무를 그려 현실감을 더했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빅히어로> 제작팀은 배경이 달라질 때마다 등장하는 엑스트라 캐릭터까지 공을 들였다. 여기에는 디즈니사에서 만든 ‘데니즌’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쓰였다. 데니즌의 알고리즘은 수학에서 사용하는 조합 원리를 따른다. 이번 영화에서 디자이너들이 창조한 캐릭터는 모두 701명이고, 여기에 걸음걸이, 말하는 유형, 소통하는 방식과 같은 1324개의 행동 양식과 32벌의 옷차림, 32종류의 헤어스타일과 다양한 피부색을 조합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실제로 <빅히어로> 제작팀은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서로 다른 63만 2124명의 엑스트라 캐릭터를 만들어 현실감 있는 군중을 표현했다. 이렇게 만든 엑스트라 캐릭터들은 영화 속 항구 장면에 6000명 정도 한꺼번에 등장한다.

무엇보다도 <빅히어로>에서는 과학과 수학을 좋아하는 괴짜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사건으로 만날 수 있다. 히어로계의 역사를 다시 쓴 슈퍼 영웅 베이맥스의 매력에도 푹 빠져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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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염지현 기자 ginny@donga.com
사진 : Ⓒ2014 Disney
수학동아 2015년 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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