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수학이 돌려 준 내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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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남들과 다른 얼굴로 태어났다면 어떨까요. 갑자기 일어난 사고로 얼굴이 망가졌거나, 암과 같은 질병으로 얼굴의 모양이 이상하게 바뀌었다면?
아마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고 싶을 겁니다. ‘왜 하필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났을까’ 하늘을 탓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절망하긴 이릅니다.
수학을 만난 재건 성형★이 평범한 얼굴을 되찾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형이라고 하면 ‘성형 미인’부터 떠오르기 마련입니다. 쌍꺼풀이 있는 큰 눈, 오똑한 코, 갸름한 얼굴선…. 사람들은 아름다워지기 위해 성형을 합니다. 하지만 선천적인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들은 아름다워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수술대에 오릅니다. 사고나 질병으로 원래 얼굴을 잃어버린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재건 성형이 겉모습만 되돌려 주는 것은 아닙니다. 재건 성형은 환자의 모습뿐 아니라 신체기능까지 정상적으로 만들어 주는 수술입니다. 예를 들어, 구순구개열★ 같이 입술이나 입천장이 갈라진 경우에는 음식물을 씹기조차 어렵습니다. 특히 머리와 얼굴은 뇌신경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된 부위이기 때문에 이 부위에 장애가 있으면 자라면서 정서에 문제가 생길 위험도 있습니다. 적절한 시기에 재건 성형이 꼭 필요한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메스 없이 수술실에 들어간 수학자들

그동안 의사들은 의료 영상 기기로 찍은 사진을 보거나 입체로 본을 떠서 환자의 얼굴 구조를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본을 뜬 고체 모형은 환자의 실제 상태를 제대로 보여 주지 못합니다. 표면만 볼 수 있기 때문이죠. 또, 한 번 변형한 뒤에 다른 시도를 해 보려면 모형을 다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의사들은 모형을 보고 대략적인 수술 계획을 세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수술에도 ‘골든타임’이 있습니다. 수술 시간이 길어지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지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회복이 잘 되려면 수술하는 면적이 작을수록 좋습니다. 그래서 최소한의 시간 내에 최소한의 부위를 최소한으로 잘라 수술해야 합니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게 수학의 최적화 기술입니다. 수학자들이 수학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수술실에 들어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의료 영상을 연구하고 있는 KAIST 수리과학과 이창옥 교수님은 “어떤 목표를 성취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자원, 힘 등 총 에너지가 최소화되는 상태를 만드는 게 수학에서의 최적화”라며, “의학에서 수학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의료 분야에 수학 모델을 활용하면서 수술이 점점 정교하고 안전해지고 있습니다. 캐나다 워털루대 수학과와 식키즈 병원 성형외과 공동연구팀은 선천적인 두개골과 얼굴의 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수학 모델을 개발했습니다. 이 모델을 이용해 기형인 두개골을 정상으로 복원하면, 의사들이 어느 부위를 몇 번 잘라야 할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런 수학 모델은 의료 영상에서 얻은 환자의 정보를 그대로 컴퓨터에 옮겨 3D 입체로 만든 것입니다. 따라서 의사들은 컴퓨터로 환자의 머리뼈나 얼굴뼈, 턱뼈 등을 자유자재로 움직이거나 몇 번이고 여러 방법으로 잘라 볼 수 있습니다. 환자에게 가장 잘 맞는 수술 과정을 찾을 수 있는 것이죠. 또한 의사의 경험 차이에서 생기는 오차를 줄일 수 있고, 수술을 미리 연습해 볼 수도 있습니다.

재건 성형★ 환자의 신체 부위를 정상에 가까운 기능과 모양을 갖추도록 만들어 주는 성형 수술.
구순구개열★ 입술이나 잇몸 또는 입천장이 갈라져 있는 선천적 기형.

진단부터 수술, 평가까지

수학이 어떻게 재건 성형을 돕고 있는지 더 궁금해졌습니다. 주걱턱 교정, 반얼굴작음증★ 치료 등 실제 수술에 수학 모델을 활용하고 있는 연세대학교 치과대학의 이상휘 교수님을 찾아갔습니다. 조금 전 막 수술실에서 나왔다는 이 교수님에게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환자의 두개골과 악안면(턱 얼굴) 구조를 단면으로 촬영한 CT★ 영상을 쌓아 3D 모델로 만드는 일입니다. 얇은 종이를 여러 겹 쌓아 올려 입체 모형을 만드는 것과 같은 원리죠. 3차원으로 형태가 일그러진 얼굴 기형의 경우, 평면보다는 3D 이미지를 통해 분석하는 게 훨씬 더 정확합니다. 이때 실제 환자의 뼈처럼 모델의 표면을 깨끗하고 선명하게 나타내는 게 중요합니다.

그 다음 단계는 진단과 수술 계획입니다. 의사들은 통계 분석으로 찾은 표준 얼굴과 비교했을 때 환자의 턱이 얼마나 삐뚤어졌고 두개골 크기가 얼마나 비정상적인지 등을 진단해, 수술 방법을 결정합니다. 기본은 뼈의 크기와 위치, 얼굴의 대칭을 맞추는 것입니다. 대칭축이나 대칭면을 통해 얼굴이 대칭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알아보는 것이죠.

설계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환자의 얼굴 구조를 나타낸 3D 모델에 딱 맞는 수술 도구도 만들 수 있습니다. 환자 맞춤형 수술 도구는 수술을 더욱 정확하고 간편하게 만들어 줍니다. 이 교수님은 직접 설계한 맞춤형 수술 도구를 3D 프린터로 만들어 실제 수술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수술이 끝난 뒤에는 환자의 수술 후 상태와 모델을 다시 비교 분석해 모델의 정확성을 평가합니다. 실제 수술 결과는 모델에서 예측한 결과와 대부분 일치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3D 모델을 통한 수술이 신뢰할만 하다는 것이죠.
 
“수술을 위한 모델이라고 해서 수술 과정 자체만 분석해서는 안 됩니다.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진단해야 적합한 수술 방법을 계획할 수 있죠. 또 제대로 계획을 세워야 원활히 수술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수술 후 원하는 결과를 얻었는지 평가를 해야 나중에 더 정확한 모델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이상휘(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악안면외과 교수)

반얼굴작음증
★ 반얼굴작음증이란 얼굴의 한쪽 부위가 성장이 잘 안 돼서 나타나는 선천적인 얼굴 기형이다. 한쪽 얼굴이 정상 쪽보다 작아서 얼굴이 비대칭이다.
CT(Computed Tomography)★ 컴퓨터 단층촬영(CT)은 X선 발생장치가 있는 원형의 큰 기계에 들어가서 촬영한다. 단순 X-선 촬영과 달리 인체를 가로로 자른 연속적인 단면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수학과 재건 성형의 동행

수학이 의학 분야에 스며들어온 것은 그리 오래 된 일이 아닙니다. 여전히 의학적인 지식과 경험이 의사의 판단에 가장 중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아직은 비용이 많이 들어 모든 환자에게 적용하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수학이 의학에 더 많이 활용될수록 더 정확하고 만족스러운 재건 성형이 가능해질 것은 분명합니다. 머지않아 수학과 재건 성형의 도움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삶의 희망을 되찾을 수 있길 바라봅니다.

의료 영상도 수학으로 선명하게!

오른쪽 사진은 머리에서 치아가 있는 부분을 가로로 자른 단면 영상이다. 치아에 금니가 포함돼 있거나 금속으로 떼운 흔적이 있을 경우, 보이는 것처럼 빛이 사방으로 퍼진다. 이를 ‘메탈 아티팩트(metal artifact)’라 한다. 따라서 CT 영상을 쌓아 올려 만든 3D 모델도 선명하게 얻을 수 없게 된다. 현재는 일일이 수작업을 통해 수정하고 있다. 이렇게 CT 영상에서 나타나는 오류를 보정해 주는 수학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일도 주목받는 연구 분야 중 하나다. 수학자의 도움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글 : 송경은(kyungeun@donga.com) 기자
도움 : 이상휘 교수
도움 : 이창옥 교수
도움 : 안드레아 리냐레스 박사과정
도움 : 김석화 교수
도움 : 한기환 교수
사진 : 포토파크닷컴
사진 : iStockphoto
사진 : 위키미디어
수학동아 2015년 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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