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펭귄의 남극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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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추운 겨울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따뜻한 바람이 언 세상을 녹여 주겠지요. 그런데 남극에 사는 새들에게는 오히려 여름이 끝나는 시기예요. 훨씬 더 추운 겨울보다는 덜 추운 남극의 여름을 새들은 어떻게 보냈을까요?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새 전문가 김정훈 박사님과 함께 남극으로 출발합니다~!


남극의 새라고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뭐니 뭐니 해도 아장아장 귀엽게 걷는 펭귄이지요.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세종기지 근처에 있는 젠투펭귄과 턱끈펭귄의 주요 서식지를 ‘펭귄마을’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습니다. 극지연구소의 김정훈 박사님도 매년 남극에 가서 펭귄을 비롯한 여러 새를 관찰하고 있지요.

원래는 도둑갈매기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세종기지가 있는 지역의 조류 정보가 부족해서 독일 연구팀과 함께 연구했어요. 도둑갈매기는 남극의 매라고 불릴 정도로 난폭한 새입니다. 날개를 편 길이가 1.5m에 달할 정도로 크기도 하고요.

그래서 둥지에 다가갈 때는 조심해야 합니다. 김 박사님도 처음에는 멋모르고 다가가다가 도둑갈매기에게 몸통박치기를 당한 적이 있다고 해요. 정신이 아찔할 정도로 위험했었답니다. 그 뒤로는 오토바이 헬멧으로 머리를 보호했어요. 그래도 새를 잡거나 추적장치를 부착할 때는 장갑을 벗어야 하기 때문에 손에 공격을 많이 받았다고 해요. 지금도 김 박사님의 손에는 흉터가 여럿 남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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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펭 수학

추운 곳에서 살려면 표면적 줄여라!

극지에 사는 동물은 대부분 덩치가 크다. 그 이유는 부피와 표면적의 비에 있다. 구의 부피와 표면적을 생각해 보자. 반지름이 r인 구의 부피는 4/3πr³이며, 표면적은 4πr²이다. 부피는 반지름의 3제곱에 비례해 늘어나지만, 표면적은 반지름의 제곱에 비례해 늘어난다. 즉, 부피가 클수록 부피에 대한 표면적의 비가 작다. 부피에 대한 표면적의 비율이 작으면 열을 덜 빼앗긴다. 따라서 펭귄 중에서는 덩치가 가장 큰 황제펭귄이 추위에 가장 잘 견딜 것이다. 실제로 황제펭귄은 영하 수십 도까지 내려가는 겨울에 알을 낳는 유일한 펭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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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 마리만 낳아 잘 키우자!

남극의 새는 대부분 철새입니다. 여름이 되면 번식지를 찾아와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고, 겨울이 되어 너무 추워지면 따뜻한 곳으로 가서 지내다 와요. 물론 날지 못하는 펭귄은 떠나봤자 남극 근처지만요.

도둑갈매기나 펭귄은 매년 거의 똑같은 장소에서 번식을 합니다. 마치 사람처럼 똑같은 짝과 계속 지내기도 합니다. 알은 많이 낳지 않습니다. 보통 두 개를 낳아 부화시킵니다. 김 박사님은 “알을 많이 낳아서 살아남는 새끼만 기르는 방법이 있고 조금만 낳아서 정성 들여 기르는 방법이 있는데, 남극의 새들은 두 번째 방법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온도를 측정할 수 있게 만든 가짜 알을 가지고 실험하기도 했습니다. 알이 3개일 때는 새가 알을 제대로 품지 못했습니다. 알을 따뜻하게 유지하지 못하니 결국 썩어 버린 거지요. 알을 2개만 낳는 것은 환경에 최적화된 결과예요.

이렇게 태어난 새끼도 모양이 사뭇 다릅니다.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보는 새는 알에서 부화하면 털도 없고 아주 허약해 보이잖아요? 그런데 남극에 사는 새는 알에서 갓 태어났을 때도 털이 있고 덩치도 어느 정도 크거든요.

갓 태어난 새끼 펭귄의 천적은 도둑갈매기입니다. 도둑갈매기의 위협을 막기 위해 펭귄은 무리를 지어 살지요. 재미있게도, 도둑갈매기는 이런 펭귄 마을을 관리하면서 살아갑니다. 도둑갈매기가 각자 펭귄 마을을 정해 놓고 그 마을에서만 사냥을 하는 식입니다. 각자 자기 사냥 구역이 있는 셈이지요. 무섭게 들리지만, 오히려 이게 펭귄에게도 유리하다고 합니다.

“만약 한 펭귄 마을에 여러 도둑갈매기가 와서 사냥을 한다면 무차별 학살을 당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 도둑갈매기가 각자 자기 구역을 ‘관리’한다면 소수는 희생되지만 무리 전체는 학살을 면할 수 있는 거지요.”
펭펭 수학

제펭귄이 살아남는 비결은 수학

황제펭귄은 남극의 겨울에 알을 낳는 유일한 펭귄이다. 영하 수십 도의 환경에서 알을 낳아 품기 때문에 체온을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황제펭귄 무리는 서로 몸을 맞대고 둥그렇게 모여서 추위를 이긴다. 바깥쪽에 있는 펭귄은 얼어 죽을 수 있으므로 수시로 위치를 바꾼다.

그런데 황제펭귄의 이런 움직임을 수학 모델로 연구하자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아무렇게나 움직이는 듯 보여도 실제로는 최대한 공평하게 온기를 나눈다는 것이다. 비록 펭귄이 정교하게 계산하고 움직일 리는 없겠지만, 오랜 진화 과정을 통해 가장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방법을 찾아낸 셈이다.


펭귄의 삶 들여다보기

펭귄 무리는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습니다. 너무 작으면 경계가 약해서 다른 동물에게 잡아먹히기 쉽지요. 반대로 너무 크면 눈에 잘 띄고 전염병에 약합니다. 서로 말은 안 해도 적당한 크기의 무리를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겁니다.

김 박사님은 올해부터 펭귄 연구에 더 집중할 계획입니다. ‘바이오로깅’이라는 기술을 이용하면 먹이를 찾아다니는 펭귄의 위치와 기온, 수온, 잠수 깊이 등을 자동으로 측정할 수 있습니다. 펭귄이 지나다니는 길에 저울도 설치해 몸무게도 자동으로 측정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펭귄이 먹이를 찾으러 나갈 때와 들어올 때의 몸무게 차이로 먹이를 얼마나 잡았는지 계산할 수 있습니다. 짝짓기 기간에는 얼마나 먹는지, 알을 낳고 품을 때는 얼마나 먹는지 등 펭귄이 활동에 따라 에너지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지요. 그리고 새끼가 자라면서 먹이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새끼의 수에 따라 부모 펭귄이 사냥하는 양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바다의 얼음도 펭귄의 삶과 관련이 있습니다. 사냥하러 가는 펭귄은 바다까지 얼음 위를 걸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펭귄은 바다에서 헤엄칠 때보다 걸어갈 때 에너지를 더 많이 쓰거든요. 만약 얼음이 많이 얼어서 걸어가는 길이 길어지면 사냥하기도 전에 지치게 되겠지요.

이 연구를 통해서는 얼음의 넓이가 성체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조사합니다. 성체가 사냥에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쓰게 되면, 새끼에게 주는 먹이가 적어져 번식 성공률이 낮아질 수 있어요. 김 박사님은 “여태까지는 펭귄의 수가 늘었는지 줄었는지 그 현상을 파악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왜 그렇게 됐는지 원인을 밝히는 깊이 있는 연구를 할 것”이라고 말했어요.

앞으로 펭귄의 생태가 더 많이 밝혀져 남극에서 오래도록 잘 살게 하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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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펭 수학

먹이 찾을 때는 레비 워크로


펭귄은 바다에서 물고기나 크릴을 사냥한다. 넓은 바다에서 먹이를 찾을 때 펭귄은 ‘레비 워크’(걸음이라는 뜻이지만 바다 속 펭귄의 움직임은 비행에 가깝다)라는 수학적 패턴을 따른다. 프랑스 수학자 폴 레비의 이름을 딴 것이다. 레비 워크는 어느 한 지역에서 규칙없이 아무렇게나 방향을 바꾸며 움직이다가 다른 지역으로 멀리 이동해 똑같은 움직임을 반복하는 것이다. 레비 워크는 먹이를 찾는 과정을 효율적으로 만들어 준다. 펭귄뿐 아니라 상어나 참치 같은 여러 해양동물이 이 원리에 따라 움직인다. 망망대해에서 아무렇게나 움직이는 것 같아도 동물은 자연선택에 따라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글 : 고호관 기자 ko@donga.com
도움 : 김정훈 선임연구원
사진 : 김정훈 선임연구원
수학동아 2015년 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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