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dge. 국내 최장 해저터널 건설현장을 가다

  • 확대
  • 축소

이미지 확대하기

“지금 이 위에 바다가 있는 게 맞나요?”

영화처럼 투명한 해저터널에서 바닷속을 볼 수 있을거라 예상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평범한 ‘터널’일 줄이야. 지난 8월 3일에 찾은 보령해저터널 건설현장은 육지의 터널 공사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차로 터널을 지나오며 마주한 ‘바다 시작 지점’이라는 팻말이 없었으면 머리 위에 바다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을 것이다.

“쉿, 잘 들어보세요. 무슨 소리 안 들려요?”

공사현장을 소개해준 빈기찬 하이콘엔지니어링 토목시공기술사는 기자를 막장 쪽으로 안내했다. 막장은 굴착하는 터널의 가장 안쪽 벽이다. 머리 위 안전모를 꼭 붙들고 막장으로 걸어가자 ‘쏴아아’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거…, 물 소리인가요?”라고 묻자 함께 간 주채만 현대건설 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자가 순간 긴장할 정도로 물 소리가 제법 컸다(‘또르르’가 아니라 ‘쏴아아’였다).

보령해저터널은 해저지반으로부터 55m 아래에 건설되고 있다. 해저지반은 해수면에서 25m 아래에 있으니, 결과적으로 해저터널은 해수면에서 80m 가량 아래 위치하고 있다. 꽤 거리가 떨어져 있지만, 해저지반을 이루고 있는 암석 사이로 스며든 바닷물은 터널 속으로 계속 흘러내릴 수밖에 없다. 해저터널에서는 침수가 가장 위험한 사고기 때문에, 이렇게 흘러내리는 물을 그냥 방치하지 않는다. 24시간 물을 퍼낼 수 있는 펌프를 작동시키고, 바닷물로 지반이 가라앉는 일이 없도록 ‘차수 그라우팅’을 한다. 물이 터널로 새 들어오지 않도록 일종의 막을 씌우는 작업이다. 막장에 속이 빈 철근 수십 개를 꽂은 뒤, 그 철근을 통해 강한 압력으로(25~45 bar) 시멘트를 ‘뿌린다’. 뿌려진 시멘트는 암석 사이사이로 흘러가 굳어 그라우팅 층을 만든다.

막장 안쪽의 지반을 뚫는 건 거대한 중장비, ‘점보 드릴’이다. 마치 영화 ‘트랜스포머’에 나오는 로봇처럼 생긴 이 장비는 고성능 드릴을 여러 개 가지고 있다. 빈 차장은 “막장에 다이너마이트를 넣을 구멍을 뚫는다”고 말했다.

보령해저터널은 크게 두 가지 형태의 폭약을 이용해 땅을 뚫고 들어간다. 점보 드릴로 뚫은 막장 중앙 부분은 다이너마이트로, 무너질 위험이 있는 터널의 윗부분은 정밀폭약(FINEX)을 이용한다. 정밀폭약은 주변암반의 균열을 줄이는 특수폭약이다.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이상빈 보령해저터널 건설공사 감리반장은 “한 터널에서 하루에 사용하는 다이너마이트가 평균 45kg정도 되는데, 이걸 한꺼번에 폭발시키면 주변 지반에 손상이 갈 수 있다”며 “여러 차례로 나눠서 폭발시키거나 정밀폭약을 이용해 최대한 손상을 줄인다”고 말했다.

작업 현장에서는 이런 다이너마이트 폭발이 하루에 8번 일어난다. 보령해저터널은 대천항에서 원산도로 가는 터널과 반대 방향의 터널 두 개로 이뤄져 있다. 대천항과 원산도 양쪽에서 각각 터널을 굴착하고 있어 총 4곳의 막장에서 하루 2번 폭파작업이 이뤄진다. 굴착이 마무리되는 2018년 6월쯤에 중간에서 각각 이어지면서 두 개의 터널이 완성될 예정이다.

지반을 이루는 암석은 단단함에 따라 극경암, 경암, 보통, 연암, 풍화암 등 5개로 나뉘는데 원산도 쪽 지반은 보통 이상의 암석들이 많이 분포돼 있다. 반면, 대천항 쪽은 연암이나 풍화암이 많아 지반이 무르다. 이런 지반은 발파할 수 있는 양이 적어, 한번에 약 1.1m 정도, 하루에 2.2m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원산도 방향의 단단한 지반은 한번에 3m 가량, 하루에 6m를 발파할 수 있어 하루에만 3배 가량 속도 차이가 난다.

굴착 작업이 끝나면 터널의 매무새를 갖추는 보강 작업에 들어간다. 작업이 마무리되는 2020년에는 대천항과 원산도를 5분만에 횡단할 수 있다. 지금은 배로 40분 걸리는 거리다. 이 감리반장은 “보령해저터널의 건설은 자연이 만들어놓은 지형을 인간의 힘으로 극복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글 : 충남 보령 = 최지원 기자
사진 : 이서연
과학동아 2016년 09호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