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인체 플랫폼화 기술이 넘어야 할 장벽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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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공학과 IT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인체 플랫폼화 기술이 구체화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넘어야 할 장벽이 높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흔히 사이보그라고
부르는 인체 플랫폼화 기술은 로봇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많다. 인체와의 결합, 생체신호 인지, 인체 친화적인 재료 등 로봇을 만들 때와는 또 다른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


MISSION 1

신체와 기계 ‘잘’ 결합하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의 휴 허 교수는 2014년 3월 TED 강연에서 “우리는 여전히 기계 장치를 신체에 붙이는 방법을 모른다”며 “가장 성숙하고 오래된 기술 중 하나인 신발 때문에 오늘날에도 발에 물집이 생긴다는 점이 정말 놀랍다”고 말했다.

인체 플랫폼화 기술이 한 단계 더 발전하려면 신체와의 결합 문제를 꼭 풀어야 한다. 예컨대, 인공 망막은 개발이 완료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기까지 10여 년이 더 걸렸다. 시신경에 전기 신호를 보내주는 마이크로 칩을 망막에 결합하는 문제 때문이다. 지름이 약 2.4cm에 불과한 작은 안구에 접근해 조직 두께가 0.5mm도 안 되는 무른 망막 위에 칩을 고정하는 수술은 지금도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정흠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와 김성준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공동연구팀은 눈 뒷부분을 2mm만 절개하고도 이식이 가능한 일체형의 작은 인공 망막을 개발했다.

맥박을 측정하고 촉각을 느끼게 해주는 전자 피부도 피부와의 결합 문제가 중요하다. 생체신호를 정확하게 주고받으려면 전자 피부를 실제 피부에 밀착시켜야 하는데, 이 때 사용자가 불편을 느끼지 않게 하려면 전자 피부가 유연하고 신축성이 있어야 한다. 고현협 UNIST 에너지및화학공학부 교수는 “특히 신축성은 고무처럼 특정한 내부 구조가 있어야만 가능한 특성이기 때문에 유연성을 구현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며 “센서와 전극 등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신축성 있는 재료로 만들거나, 나노 와이어를 이용해 전자 피부를 늘여도 회로의 네트워크가 끊어지지 않게 만드는 등 다양한 접근법이 시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 의수나 의족은 특히 결합부가 중요하다. 휴 허 교수는 전류에 따라 굳기를 바꾸는 인공 피부를 이용해 착용자가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전자 의족을 개발했다. 미국의 ‘SRI인터내셔널’사가 개발한 이 소재는 전류를 흘리면 딱딱해지고 전류를 끊으면 종이처럼 유연해진다. 연구팀은 사용자의 다리를 3D스캔해 꼭 맞는 결합부를 설계했다. 몸이 딱딱해지고 인공 피부가 부드러워져야 하거나 몸이 부드럽고 인공 피부가 딱딱해져야 하는 최적의 시점을 찾아낸 뒤, 그 시점에 인공 피부에 흐르는 전류를 제어했다. 예컨대 걸을 때는 인공 피부가 유연해지고 설 때는 단단해지게 한 것이다. 허 교수는 이 기술을 소개하는 TED 강연에서 “내가 사용해 본 의족 중에 가장 편안했다”고 말했다.

의수는 최대한 무게가 느껴지지 않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 김기훈 KIST 로봇연구단 책임연구원은 “전자 의수는 사람 팔 무수는 “특히 신축성은 고무처럼 특정한 내부 구조가 있어야만 가능한 특성이기 때문에 유연성을 구현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며 “센서와 전극 등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신축성 있는 재료로 만들거나, 나노 와이어를 이용해 전자 피부를 늘여도 회로의 네트워크가 끊어지지 않게 만드는 등 다양한 접근법이 시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MISSION 2

심리적 저항감 없애기

앞으로는 ‘심리적 결합’도 고려해야 한다. 로봇 팔과 다리를 실제 자기 팔다리로 생각하게끔 도와야 한다는 의미다. 김 박사는 “많은 절단 장애인들이 절단 부위에 통증을 느낄 뿐만 아니라, 의수를 자신의 팔로 느끼지 못하는 ‘유령손 효과’를 경험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각 및 촉감 자극을 통해 의수를 마치 자기 손처럼 느끼게 뇌를 속이는 ‘고무 손 착각 현상’을 이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고무 손 착각이란 실험참가자에게 고무 손(의수)만 보게 한 채 고무 손과 ‘진짜 손’에 같은 자극을 동시에 주면, 어느 순간 의수를 자기 손으로 여긴다는 유명한 심리 실험이다.

김 박사는 절단 장애인에게 고무 손 착각을 일으켜 의수를 자기 손처럼 느끼게 하면, 절단부의 온도가 올라갈 거라는 가설을 세우고 직접 실험했다. 결과는 적중했다(Brain, vol. 134, no. 3, pp. 747-758, 2011). 그는 “먼 미래에 로봇 팔 이식이 대중화될 때에는 이 같은 심리적 결합 연구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MISSION 3

미약한 신호로도 의도 파악하기

로봇을 움직이려면 원하는 모터에 전기를 흘려주면 된다. 인체에 이식한 로봇 팔다리를 움직이려면 뇌의 전기 신호를 흘려주면 될까? 쉽지 않은 문제다. 인체는 수천, 수만 개의 신경과 근육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특정 부위에서 특정 신호를 깨끗하게 추출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뇌에서 나오는 전기 신호를 간접적으로 파악하려는 연구를 오랫동안 해왔다.

현재는 ‘표면 근전도’를 가장 많이 이용한다. 표면 근전도란 근육에서 피부를 통해 나오는 전기 신호다. 예를 들어 뇌에서 엄지손가락을 움직이라고 명령을 내리면 뇌에서 만든 전기 신호가 신경을 따라 엄지손가락을 움직이는 근육까지 전달되는데, 이 신호를 피부 표면에 부착한 전극을 이용해 기록한다.

2007년 미국에서 ‘표적 신경 삽입술’을 이용한 전자 의수가 개발됐다(Lancet, vol. 369, no. 9559, pp. 371-380, 2007). 연구팀은 팔이 절단된 장애인의 어깨에서 팔로 이어지던 신경 다발 일부를 그의 가슴근육에 이식했다. 여기에 센서를 붙이고 다양한 손가락 동작을 생각하게 하면서 표면 근전도 신호를 측정한 뒤, 신호 별로 전자 의수가 같은 동작을 하게끔 알고리즘을 설계했다. 실험 참가자는 이 전자 의수를 차고 요리 등을 해 보였다. 김 박사는 “표면 근전도 신호는 근육이 움직이기 0.02~0.03초 전부터 나오므로 사용자의 의도를 미리 알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로봇을 동작시킬 때 흔히 발생하는 시간 지연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한계도 있다. 표면 근전도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동작의 수가 제한적이고, 같은 사람이라도 근육상태에 따라 신호가 일정하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 김 박사는 신경에 전극을 삽입해 신경 신호를 직접 받는 연구를 계획 중이다. 그는 “신경 신호는 표면 근전도보다 훨씬 다양한 동작 의도를 더 정확히 알려줄 것”이라며 “다만 신경 다발에서 직접 전기 신호를 얻는 데 성공한 연구는 전세계에서 단 하나뿐일 정도로 아직은 도전적인 연구주제”라고 말했다. 신경 다발의 질긴 표피를 뚫을 만큼 단단하면서도 인체에 친화적인 재료로 전극을 만들어야 하고, 수술법도 새로 개발해야 한다. 또, 전극이 세포에 막히지 않고 장시간 전기 신호를 추출할 수 있게 해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어떤 신호를 이용하더라도 인공지능은 필수로 들어가야 한다. 생체신호는 사람마다, 그리고 같은 사람도 날마다 조금씩 달라서 인체 플랫폼화 기술은 언제나 한결같은 성능을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자가 얼굴의 표면 근전도 신호로 움직이는 전동휠체어(최영진 한양대 전자공학부 교수팀 개발)를 타려고 했을 때, 초기 설정을 하는 데에만 수십 분이 걸렸다. 김 박사는 “사람마다 다른 생체신호에 대한 민감도를 자동으로 조절해 주는 인공지능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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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ON 4

사람보다 더 사람처럼 보이기

사이보그는 흔히 몸 여기저기에 금속과 전선을 매단 사람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인체 플랫폼화 기술이 현실로 드러나는 지금, 전문가들은 사람보다 더 사람처럼 보이는 기술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팔이 절단된 장애인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그런데 시중에 판매 중인 전자 의수는 로봇 팔인 게 너무 티가 나서 쓰고 싶지 않다더군요. 예를들어, 현재 전자 의수에 적용된 로봇 팔은 손목이 360° 회전해요. 신호가 한번 잘못 들어가면 손목이 계속 도는데, 이게 너무 기괴하다는 겁니다. 사람 팔이 못하는 건, 전자 의수도 못하게 만들어야 해요.”(최영진 교수)

로봇 팔이 이와 같이 설계된 건, 모터 하나만으로 문고리를 돌리는 등 복잡한 행동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를 사람 팔에 그대로 붙인 탓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얘기다. 인간의 손목은 로봇 팔과 달리 회전이 불가능하다(한쪽 손으로 다른 쪽 팔뚝을 잡아 고정시켜놓고 문고리를 돌리는 동작을 해보자. 손목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걸 깨달을 것이다). 대신 팔뚝에 있는 두 개의 길다란 뼈가 서로 X자로 교차하면서 팔 전체가 비틀리듯 돈다. 최 교수팀은 이 구조를 그대로 모방해 새로운 로봇 팔 골격을 설계하고 있다.

기계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일체형의 작은 장치로 바꾸는 연구도 활발하다. 인공 와우나 인공 망막은 마이크로폰이나 카메라로 수집한 정보를 생체가 이해할 수 있는 적절한 전기 신호로 변조해 청신경과 시신경을 자극한다. 이 과정을 담당할 음성처리장치를 사용자가 항상 휴대해야 한다. 장애, 그리고 기계 이식 여부가 겉으로 드러난다는 얘기다. 허신 한국기계연구원 나노자연모사연구실 책임연구원은 사람의 달팽이관을 본떠 외부 기기가 전혀 필요 없는 ‘생체모사 무전원 인공기저막’을 개발했다(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스’ 2014년 11월호). 이 기저막은 기존 인공 와우의 마이크로폰 대신 소자 안에 든 유체가 음파를 전달한다. 실로폰처럼 길이와 두께가 서로 다른 여러 개의 압전소자가 이 음파의 주파수에 따라 각각 공진하면서 전기 신호를 낸다. 허 연구원은 “음파를 주파수 별로 분리하고 전기 신호로 변조하는 기존의 음성처리장치의 역할을 압전소자의 물리적 변형으로 대체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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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하기 최근 인체 플랫폼화 연구의 추세는 ‘인체 모방’이다. 최영진 한양대 전자공학부 교수팀은 사람의 팔뚝 뼈를 모사한 새로운 로봇 팔의 골격을 설계 중이다. 최근 인체 플랫폼화 연구의 추세는 ‘인체 모방’이다. 최영진 한양대 전자공학부 교수팀은 사람의 팔뚝 뼈를 모사한 새로운 로봇 팔의 골격을 설계 중이다.
 
MISSION 5

인체 친화적 소재 개발하기

인체 플랫폼화 기술이 넘어야 할 산은 이 밖에도 수없이 많다. 예컨대 인공 망막이나 인공 와우 같은 외부 자극을 몸으로 전달해주는 장치에는 신경에 전기 신호를 출력해주는 신체 이식용 전극이 필수인데, 작고 세밀하게 만드는 기술이 아직 부족하다. 현재 인공 와우는 1만5000개의 유모세포(음파를 전기 신호로 변환하는 귓속 세포)를 겨우 20여 개의 전극으로 대신한다. 정상 청력보다 정밀도가 훨씬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인체에 친화적인 소재를 찾는 것도 큰 과제다. 허 연구원은 “새로 만든 인공기저막에 적용한 고분자 계열의 압전소자보다 훨씬 성능이 좋은 압전소자가 이미 개발돼 있지만, 납 성분이 들어 있어서 귀에 삽입할 수 없다”며 “기존 소자와 성능이 유사하면서도 인체 친화적인 새로운 소자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 우아영 기자
과학동아 2016년 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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