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 Issue] 가습기 살균제 사태, 노출계수를 따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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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명의 산모와 영유아를 죽음으로 몰고간 폐 손상의 원인이 마트에서 누구나 살 수 있는 가습기 살균제로 밝혀지면서 ‘옥시 사태’가 ‘화학제품 포비아’로 확산되고 있다. 유독성을 이미 알고 있었던 물질이 어떻게 막대한 인명피해를 야기했는지 알아보고,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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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살생물제(biocide) 제품 4개 중 1개가 가습기 살균제와 유사한 유해물질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큰 논란이 됐다. 한국화학연구원 안전성평가연구소가 2015년 발표한 ‘바이오사이드 유효성분의 유해성 평가기술개발’ 보고서에 따르면 살생물제 제품 1432개 중 329개는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등 유해물질을 사용하고 있다. 또 같은 물질은 아니지만 섬유탈취제인 ‘페브리즈’에도 흡입 시 폐를 손상할 수 있는 ‘제4기 암모늄클로라이드’가 들어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처럼 언제 어디서 피해를 입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사회 전체로 퍼지고 있다.

“유기생물을 제거하는 살생물제에 독성물질이 사용되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은 아니죠. 제품에 쓰인 성분도 중요하지만, 그 제품에 우리가 얼마나 어떻게 노출되고 있는지를 잘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같은 살생물제라고 하더라도 용도에 따라 인체에 노출되는 방법이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살생물제는 방부제, 살균제, 보존제, 항생제 등으로 크게 나뉘는데, 포르말린과 같이 독성이 강한 방부제는 손으로 만지는 것조차 금지돼 있다. 살균제는 피부노출까지는 허용되고, 보존제와 항생제는 먹어도 되는 대신 허용량이 정해져 있다.

화학에서는 이것을 ‘노출계수’로 정의한다. 사용하는 빈도와 양, 노출시간, 접촉 면적, 체중, 사용하는 공간 넓이 등 노출계수를 합산해 인체에 얼마나 노출되는지 정량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노출계수는 제품이 실내공기 정화용인지 섬유 탈취용인지, 영유아용인지 일반 성인용인지, 액상인지 자동 분사되는 스프레이형인지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독성 영향은 바로 이런 노출계수에 비례한다. 노출계수는 제품을 개발하거나 안전성을 평가할 때도 중요한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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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노출계수에 따른 노출 지침을 지키지 않는 것이다. 이번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서처럼, 하루에 1~2번 피부에 노출했을 때 비교적 안전하다고 알려진 물질을 24시간 흡입하는 제품에 활용하는 것이 단적인 사례다. 같은 이유로 페브리즈에 들어있다고 추정되는 제4기 암모늄클로라이드의 안전성도 장담할 수는 없다.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를 받았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대부분의 독성물질들처럼 피부 노출에 대한 안전성 평가를 받았을 뿐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014년 발표한 ‘생활화학용품 함유 유해화학물질 노출평가를 위한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새로운 제형일 경우에는 노출 평가를 추가로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향초나 겔 형태의 제품은 국내외적으로 분석방법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정밀한 노출 평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노출계수와 용도가 서로 다른 살균제와 보존제를 혼동해서도 안 된다. 방향제, 탈취제, 섬유유연제, 다림질보조제, 물티슈 등 수분이 많이 든 제품에는 대부분 보존제가 들어있다. 제품이 공기와 접촉하면서 세균이나 곰팡이가 자라지 않도록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들은 독성이 강하지 않다. 이 교수는 “보존제의 용도는 살균이 아니다”라며 “독성물질의 양도 살균제나 소독제의 10분의 1 정도”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보존제 중에는 PHMG, CMIT, 파라벤처럼 독성을 가진 물질도 있지만, 에탄올이나 구연산, 아스코르브산(비타민C) 같은 천연 물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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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대부분은 원인모를 폐손상을 겪었다. 이처럼 호흡기를 통해 노출되는 화학물질은 특히 위험하다. 호흡기를 구성하는 세포가 피부나 소화기를 이루는 세포보다 독성에 훨씬 약하기 때문이다. 안전성 평가 시 ‘흡입독성’을 따로 구분하는 이유다. 하지만 다른 장기라고 반드시 안전한 것은 아니다. 안전성평가연구소 흡입독성연구센터는 2014년 5월부터 12월까지 PGH에 대한 5가지 독성실험을 해 ‘생활화학용품 함유 유해화학물질 건강영향연구’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PGH를 반복적으로 흡입한 쥐는 호흡기계통(폐, 비강, 기관 및 후두)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을 뿐 아니라, 체중이 줄고 전립선, 흉선의 중량이 증가하는 등 다른 장기에도 이상 증세를 보였다. 2011년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이 조사한 실험결과도 비슷했다. 고농도의 살균제 물질에 노출된 쥐의 경우 간세포가 괴사하거나 위와 쓸개가 비대해지는 증상이 나타났다.

조경현 영남대 의생명공학과 교수는 2012년 독성실험에 많이 쓰이는 어류인 ‘제브라피시’를 이용해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폐뿐만 아니라 심장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기했다. 살균제로 죽은 제브라피쉬를 해부한 결과, 심장섬유화가 심하게 진행돼 있었던 것. 혈액과 간에서도 염증 물질이 증가했다. 조 교수는 “살균제 물질이 모세혈관을 통해 온몸으로 퍼져 이동한 결과”라며 “사람의 경우엔 모세혈관이 많아서 혈액이 몰리는 신장과 심장이 특히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PHMG와 CMIT, MIT 같은 성분은 크기가 초미세먼지(2.5μm)보다도 작아 모세혈관 벽을 손쉽게 통과한다. 특히 CMIT, MIT 성분은 PHMG보다도 수백 배 작은 나노미터 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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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독성실험을 본격적으로 한 건 2011년부터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 연구원(KCL), 옥시레킷벤키저가 의뢰한 서울대·호서대 등 여러 기관에서 여러 번에 걸쳐 진행됐다. 주된 실험은 살균제 물질을 세포에 노출시키는 세포 독성실험(실험실 조건)과 쥐에게 직접 살균제 물질을 흡입하게 하는 동물실험(생체 조건)이었다. 이 과정에서 PHMG, PGH 계열 제품의 독성은 밝혀졌지만, CMIT, MIT의 독성은 정확히 나타나지 않았다(옥시가 실험 조작을 의뢰했거나, 실험 결과를 의도적으로 숨겼을 의혹이 제기돼 2016년 5월 17일 현재 검찰이 조사 중이다). 결국 질병관리본부는 2012년 2월 CMIT, MIT 물질이 들어간 제품에서 폐섬유화 소견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고, CMIT, MIT는 당시 검찰 수사에서도 빠질 수 있었다(다행히 환경부가 같은 해 9월 미국환경청(EPA) 자료를 근거로 CMIT, MIT를 유독한 물질로 바로잡았다).

이런 일련의 사건은 동물을 이용한 독성실험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앞서 제브라피쉬로 살균제 독성을 시험했던 조 교수도 “동물실험은 독성을 판가름할 수 있는 하나의 잣대일 뿐 100%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라며 “쥐는 대사하는 단백질이 사람과 다르고, 세균에 대한 저항성도 사람보다 강하다”고 말했다. 이는 쥐에게 독성이 없다고 해서 사람에게도 치명적이지 않다고 말할 수 없다는 뜻이다(이 문제는 94쪽 기사에서 더 자세히 다룬다).

이덕환 교수는 “지금까지 나와 있는 독성실험 데이터는 전부 대형 사고에서 얻은 결과”라며 “이번에도 쥐 실험으로 가습기 살균제의 인과관계를 밝히기보다는 피해자의 의료 기록을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한 사람 중 나이에 비해 혈관 건강이 특히 나쁘거나 신장 기능이 좋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살균제 피해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인과관계를 찾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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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은 크게 의약품, 농업용, 산업용으로 구분된다. 의약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약사법으로, 농약과 비료는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농약관리법과 비료관리법으로 관리를 하고 있다. 반면 산업용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을 적용해 관리한다. 이 중 위해성이 높은 ‘유독물’, ‘관찰물질’, ‘취급제한물질’, ‘취급금지물질’, ‘사고대비물질’은 환경부 소관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 4만3000여 종 가운데 환경부가 독성을 파악한 것은 6600여 종(15%)이다(‘생활화학용품 함유 유해화학물질 건강영향연구’, 국립환경과학원, 2014년).

문제는 그마저도 소비자가 확인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에 따라 환경부에 등록된 유독물질 성분 870여 종, 발암물질 성분 120여 종이 아니라면 화학물질의 이름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페브리즈의 경우에도 제품 겉면에는 제4기 암모늄클로라이드 대신 ‘미생물 억제제’라고 표기돼 있다. 그 외 ‘향료’나 ‘계면활성제’라고 두루뭉술하게 표기된 제품들도 많다.

다행히 이번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계기로 모든 화학물질의 이름을 제품에 정확히 표기해야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적어도 검색이 가능해진다는 소리다. 국립환경과학원은 ‘화학물질정보시스템(ncis.nier.go.kr)’이라는 화학물질의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검색창에 ‘PHMG’를 치면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의 인산염 또는 염산염을 1% 이상 함유한 혼합물을 2012년 유독물질로 지정했음을 알 수 있다. 그밖에 화학물질안전원에서 운영하는 ‘화학물질안전관리정보시스템(kischem.nier.go.kr)’ 사이트는 화학물질의 분자량이나 용해성, 축적성, 분해성, 항균력 등 좀더 다양한 물성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이번에 문제가 된 CMIT와 같이 해외에서 많이 쓰는 화학물에 대한 검색은 잘 되지 않는다. 사이트 관계자는 해외에서 많이 쓰는 화학물질이나 혼합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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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청제, 김서림방지제, 스티커제거제, 표면보호코팅제, 문신용염료, 방충제, 소독제, 미생물탈취제, 방부제, 자동차스프레이, 물체염·탈색제, 감열지, 항균스프레이, 도배용풀, 틈새충진재, 방염제, 페이스페인팅용품…, 환경부가 최근 선정한, 관리가 잘 되지 않거나 유해성이 우려되는 17가지 생활화학제품군이다(‘화평법 대비 화학물질 안전성평가 핵심기술 개발’, 국립환경과학원, 2014). 이중에는 평소에 자신이 사용하고 있었는지조차 몰랐던 제품군들이 많다.

방향제도 그 중 하나다. 제품 특성상 밀폐된 방안에서 사용하거나, 자동 스프레이 등을 통해서 24시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흡입독성에 대한 자료는 거의 없다. 제품에 따라 다르겠지만 방향제에는 파라디클로로벤젠과 같은 탈취 성분뿐만 아니라, 이것을 퍼뜨리기 위한 유해한 용매가 많이 사용된다. 그러나 분류상으로는 공산품에 속해 안전성 평가를 받지 않고, 속에 들어있는 화학물질의 이름을 기록해야 할 의무도 없다.

이 교수는 “살균이 되면 무조건 좋다, 향기가 나면 무조건 좋다는 인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균을 죽일 수 있는 성분이, 나에게는 이로울 것이라고 오해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호흡을 통해 장시간 노출되는 제품일수록 유해성을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그는 편리하다는 이유로 자주 사용하고 있는 물티슈나 세제, 살균 스프레이, 다림질보조제 같은 제품들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항생제를 남용하면 슈퍼박테리아가 생기는 것처럼, 살균제를 남용하면 미래에는 그보다 더 강한 살균제가 필요할 겁니다.” 필요악이라고 할 수 있는 화학제품을 남용해선 안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였다.

글 : 이영혜 기자
과학동아 2016년 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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