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eer] 종이접기로 인체 기관을 만든다

서울공대카페40 화학생물공학부

  • 확대
  • 축소
인터뷰 전 황석연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의 연구들을 확인하던 도중, 특이한 기사가 눈에 띄었다. 종이접기 기법으로 살아있는 조직을 만들어 토끼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는 내용이었다. 상상이 되지 않았다. ‘몸속에 종이를 넣으면 녹지 않을까?’ ‘종이가 기관의 모양을 계속 유지할 만큼의 힘이 있을까?’ 궁금증을 가득 안고 황 교수를 만났다.

 
『공학에서는 기존의 연구에서 벗어나 좀 더 창의적이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양한 학문을 배우는 화학생물공학부에서는 이런 시도가
더욱 많습니다.』


 
이미지 확대하기황석연 교수(위 오른쪽)와 인터뷰를 진행 중인 김현수, 남다은 학생 기자, 황 교수의 생체모방 재료 및 줄기세포 공학 연구실 학생들(아래).황석연 교수(위 오른쪽)와 인터뷰를 진행 중인 김현수, 남다은 학생 기자, 황 교수의 생체모방 재료 및 줄기세포 공학 연구실 학생들(아래).
 
김현수: 안녕하세요. 화학생물공학부 2학년에 재학 중인 김현수입니다.

남다은: 같은 학년의 남다은입니다. 교수님께서는 어떤 연구를 하시나요.

황석연: 저희 연구실은 조직공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크게 두 가지 연구가 중요해요. 세포배양을 위한 3차원 모양의 틀을 스캐폴드(scaffold)라고 하는데, 스캐폴드를 만들기 위한 재료를 연구합니다. 또 하나는 스캐폴드에서 배양하는 세포 연구입니다. 저희는 스캐폴드에서 줄기세포를 배양하는데요. 줄기세포가 잘 분화할 수 있도록 인체 내부와 동일한 미세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남다은: 미세환경이 무엇인가요?

황석연: 줄기세포는 세포와 세포 사이, 세포와 기질 사이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받아 분화합니다. 이게 미세환경입니다. 미세환경을 만들려면 생체 내에서 얻을 수 있는 물질로 스캐폴드를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하이드로겔을 사용하면 세포와 기질 사이의 상호작용을 실제와 유사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김현수: 그러려면 스캐폴드의 모양도 실제 장기들과 비슷하게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황석연: 그래서 보통 3D 프린터를 많이 씁니다. 최근에는 종이를 접어서 스캐폴드를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남다은: (들고 있던 종이를 보며) 우리가 쓰는 일반 종이요?

황석연: 네. 캐드(CAD, 건축이나 기계, 전기 분야에서 설계할 때 사용하는 프로그램)로 미리 전개도를 제작합니다. 그 다음에 종이접기를 해서 다양한 장기 모양의 틀을 만들죠. 종이 표면을 고분자로 얇게 코팅한 다음 하이드로겔을 입힙니다.

김현수: 세포들이 실제로 잘 자라던가요?

황석연: 기관지 모양을 본 뜬 종이 스캐폴드에 연골세포를 배양시켜 토끼에 이식하는 실험을 했었어요. 세포가 잘 재생됐습니다.

남다은: 그럼 의료계와 긴밀하게 협업해야 하겠어요.

황석연: 그렇습니다. 현재 삼성병원 정형외과와 함께 줄기세포 연골판 생체재료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피부과 전공의 한 분이 저희 연구실에서 박사과정 연구를 하기도 하고요.

김현수: 교수님도 박사과정은 의대에서 마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공학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황석연: 연구는 의학이나 공학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접근법에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의학에서는 이미 검증이 확실하게 된 전통적인 연구를 연장시켜 나가는 방향을 선호하는 반면, 공학은 기존 연구를 벗어나 좀 더 창의적이고 새로운 걸 만들어 내려고 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남다은: 화학생물공학부에서 이런 연구도 할 수 있다는 게 놀랍습니다.

황석연: 그게 화학생물공학부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바이오에서부터 고분자, 화학공정, 촉매, 물 처리까지 화학이나 생물과 관련된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학문이기 때문입니다. 학부 과정에서는 화학과 생물학을 중점적으로 배우지만 자연대와는 달리 열, 물질 전달, 반응공학 등 공학적으로 접근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김현수: 전공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황석연: 이건 제 경험과 연관 지어 말할 수 있겠네요. 제가 학부에 진학할 때 한창 IT 붐이 일어 컴퓨터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했습니다. 막연하게 과를 선택하다 보니 제 적성과 너무 맞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의공학으로 전공을 바꿨습니다. 보통은 학과를 선택하고 본인이 하고 싶은 공부나 연구주제를 찾는데, 그럼 저처럼 전과해야 할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웃음). 현재 인기 있는 과나 주목 받는 분야에 너무 치우치지 말고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찾아, 그 공부에 필요한 과로 진학하길 추천합니다.

이미지 확대하기

글 : 김현수, 남다은 서울대 공대 학생기자
사진 : 남승준
에디터 : 최지원
과학동아 2016년 05호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