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 Issue] ‘꽉 찬’ 주기율표 새로운 화학 문 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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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1일, 국제 순수 및 응용화학연맹(IUPAC)과 국제 순수 및 응용물리학연맹(IUPAP)은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의 니시나 가속기연구센터(RNC) 모리타 고스케 박사(오른쪽 사진)팀에게 113번 원소(임시명:Uut, 우눈트륨)에 대한 명명권을 부여했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존재가 드러난 118개 원소 중 4개의 원소가 아직 이름이 없는 가운데, 일본이 아시아 최초로 원소 명명권을 획득한 것이다. 모리타 박사팀은 2003년 9월 실험에 착수해 세 번에 걸쳐 113번 원소(278Uut)를 발견했다. 러시아와 미국도 113번 원소를 발견했으나, 실험의 완성도가 떨어져 인정받지 못했다.


0.0002초를 위한 12년

113번 원소는 원자량이 매우 큰 초중 원소(superheavy element)다.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고, 두 종류의 원자핵을 충돌시키는 핵융합을 통해 합성된다. 하지만 원소 그대로 존재하는 시간이 0.0002초에 불과해 직접 관찰하기는 매우 어렵다. 때문에 알파붕괴된 횟수와 붕괴로 생성된 원소를 검출해 간접적으로 역추정해야 한다. 알파붕괴는 원소가 알파 방사선을 방출하면서 다른 종류의 원소로 바뀌는 것으로, 알파붕괴 한 번에 원자번호는 2, 질량수는 4가 감소한다.

연구팀은 아연(70Zn)의 원자핵을 선형입자가속기에서 가속한 뒤 비스무트(209Bi) 금속판과 충돌시켜 113번 원소를 합성했다. 첫 발견은 2004년 7월에 있었다. 충돌 직후 네 번의 알파붕괴와 105번 원소인 더브늄(262Db)이 감지됐다. 이를 통해 113번 원소가 네 번 알파붕괴(원자번호 8감소)해 105번 원소가 된 것으로 역추정했다. 간접적으로 113번 원소가 합성됐음을 발견한 것이다. 그로부터 9개월 뒤인 2005년 4월, 다시 한 번 네 번의 알파붕괴와 105번 원소를 검출하면서 113번 원소 입증에 한 발짝 다가섰다. 1998년과 2003년에 독일의 중이온가속기연구소(GSI)가 동일한 방법으로 실험했음에도 원소 검출에 실패한 것과 비교하면 단기간에 거둔 큰 성과였다.

하지만 IUPAC은 이를 새로운 원소의 발견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알파붕괴를 이용한 원소 검출법은 붕괴 횟수와 관련이 많은데, 네 번의 붕괴로는 새로운 원소라는 확신을 가질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또한 알파붕괴 발생시간, 알파입자가 가지고 나온 에너지량 등의 데이터 값이 1, 2차 실험에서 차이가 매우 크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모리타 박사팀은 확증을 위해 실험을 재개했다. 하지만 이전과 다르게 좀처럼 발견이 이뤄지지 않았다. 모리타 박사는 당시를 회상하며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인내하면 운이 닿을 날이 다시 올 것이라 믿었다”고 말했다. 그로부터 7년 뒤인 2012년 8월, 모리타 박사팀은 마침내 113번 원소를 확증하는 실험결과를 얻어냈다(doi:10.1143/JPSJ.81.103201). 동일한 과정을 통해 나타난 105번 원소 더브늄이 연달아 두 번 더 알파붕괴하면서 101번 원소인 멘델레븀(254Md)이 나타난 것이다. 여섯 번의 연이은 알파붕괴와 멘델레븀은, 이것이 113번 원소로부터 연속적으로 일어났다는 확실한 증거였다. 더군다나 세 번에 걸친 이들의 발견은 IUPAC으로부터 인정받기에 충분했다. 권영관 기초과학연구원(IBS)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 실험장치 팀장은 “실험 완성도에 있어 네 번의 알파붕괴와 여섯 번의 알파붕괴는 매우 큰 차이”라며 “이제까지 원소 발견은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독일을 비롯한 유럽이 주도하고 아시아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는데, 일본이 이 구도를 깼다”고 말했다.


그 어딘가 있을 ‘섬’을 향해

113번 원소는 존재 시간이 너무 짧아 실용적인 용도가 없을 뿐더러, 밀도, 녹는점, 산화상태 등의 화학적 특성을 직접 측정할 수 없다. 유사한 특성을 가진 다른 원소들을 토대로 몇 가지를 예측할 뿐이다. 초중 원소는 발견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워 앞으로도 화학적 특성이 밝혀질 가능성이 극히 적다. 그럼에도 113번 원소의 발견은 의미가 굉장히 크다. ‘불안정한 바다(sea of unstability)’ 한가운데에 있을 ‘안정성의 섬(island of stability)’ 때문이다.


‘안정성의 섬’은 안정된 핵을 가진 초중량 원소군을 일컫는다. 원자번호가 커질수록 핵 안의 양성자 개수가 많아지면서 원소가 굉장히 불안정하고 빠르게 붕괴된다. 하지만 120번대의 몇몇 원소들은 이론상 반감기가 수 초~수 개월로 굉장히 길 것으로 예상된다. 권 팀장은 “안정성의 섬에 속한 초중 원소들은 실용적인 부분에서도 혁신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며 “원자핵 구조와 핵물질 분열과 관련한 특성을 이해하는 데 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113번 원소를 입증하기 위해 그 아래 번호대의 원소들이 발견돼야 했듯이, 120번대 원소들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113번 등의 하위 원소들이 우선적으로 발견돼야 한다.

113번 원소의 새로운 이름은 2017년 7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IUPAC 총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새로운 이름의 후보로는 일본의 영어 이름을 딴 ‘자포늄’을 비롯해 연구소 이름을 딴 ‘리케늄’ 또는 ‘니시나늄’ 등이 거론되고 있다. 모리타 박사의 이름을 딴 ‘모리타늄’이 될 수도 있다. RIKEN은 올해 안으로 후보명을 정할 예정이다. 모리타 박사는 RIKEN의 보도자료를 통해 “시간과의 지루한 싸움이었지만 이 실험의 중요성을 잊지 않고 포기하지 않았다”며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안정성의 섬’을 발견하고, 주기율표 7열과 8열에 있는 원소들의 화학적 특성을 밝히기 위한 연구를 계속 할 것”이라고 전했다.

우리나라도 120번 이상의 원소를 발견하기 위해 중이온가속기를 대전에 건설하고 있다. IBS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은 2009년부터 한국형 중이온가속기인 ‘라온(RAON)’ 건설을 시작했다. 2021년 완공이 목표다. 권 팀장은 “모리타 박사가 속한 RIKEN과 건설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협력하며 정보를 공유하고 있으며, 동시에 새로운 원소를 발견하기 위한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 : 서동준 기자
과학동아 2016년 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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