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wledge] 머리 이식…과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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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과격한 주장을 한 이는 이탈리아의 신경외과 의사인 세르지오 카나베로 박사다. 황당한 주장 같지만, 그는 진지하다. 2013년 학술지 ‘외과신경학’에 척수를 깔끔하게 잘랐다가 붙이는 방법을 발표했고, 올해 2월에는 머리 이식의 구체적인 수술 계획도 밝혔다. 공여자와 수여자의 몸에서 피부, 신경, 근육, 혈관, 척수 순서로 목을 분리한 뒤, 혈관과 척수 순으로 주인공의 머리를 공여자의 몸에 접합하겠다고 밝혔다. 머리의 산소 소비를 최소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온도를 12~15℃로 낮춘다고도 했다. 예상 소요 시간은 36시간이다.


1mm 미세혈관 재건이 관건

그러나 이 계획에 대해 전문가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백선하 서울대 신경외과 교수는 “말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현재의 의학 기술은 샴쌍둥이를 겨우 분리하는 수준입니다. 몇몇 동물의 머리 이식 사례는 그냥 갖다 붙인 수준일 뿐, 며칠 살아 남지 못했죠.” 세계의 다른 과학 언론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미국의 과학잡지 ‘파퓰러사이언스’ 2월 27일자 온라인판 기사의 제목은 “아니요, 2017년까지 인간 머리 이식은 불가능할 겁니다(No, Human Head Transplants Will Not Be Possible by 2017)”였다. 백 교수는 “두뇌, 눈, 코, 귀 등 다양한 장기가 모여 있는 신체 구획을 통째로 이식하는 건 아직 불가능하다”며 “특히 말초신경과 달리 중추신경은 현대의학에서 절대 재생이 안 되는 부위”라고 말했다.

인류 최초의 이식 수술은 61년 전인 1954년에 이뤄졌다. 미국의 외과의사 조셉 머레이가 유전자가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 사이의 신장 이식을 성공한 것이다. 1962년에는 면역억제제를 사용해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신장 이식 수술을 성공했다. 머레이는 그 공로로 1990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간, 신장, 폐, 심장 등 웬만한 장기뿐만 아니라 각막이나 피부 이식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왜 아직도 이들이 모여 있는 신체 일부를 이식하는 건 어려울까.

한 종류의 세포로 이뤄진 장기와 달리 손이나 팔, 배 등 외부 신체는 피부, 인대, 신경, 혈관, 근육, 관절, 뼈등 10여 개가 넘는 다양한 세포가 섞여 있는 ‘복합조직’이기 때문이다. 장기는 가장 큰 동맥과 정맥만 연결하면 피가 돌면서 조직이 살 수 있다. 반면 손이나 팔, 얼굴 등 외부 신체는 피부, 근육 등 각 조직으로 들어가는 혈관을 따로 붙여줘야 한다. 확대경을 쓰고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지름이 1mm에 불과한 혈관을 일일이 붙이는 미세혈관재건술은 지금도 무척 숙련된 의사만 할 수 있는 수술이다.
손 미세재건수술 분야에서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우상현 대구 W병원장은 “윤리적 한계도 크다”고 말했다. “장기는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서라도 꼭 이식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팔이나 다리, 안면 등 복합조직을 이식하는 건 생명을 유지하는 것과는 큰 관련이 없죠. 그럼에도 일단 이식을 받으면 남은 일생 동안 부작용이 큰 면역억제제를 먹어야 하기 때문에, 의학계에서는 복합조직이식이 의료윤리에 어긋난다는 합의가 있었던 겁니다.”


 PLUS 

동물 머리 이식 실험​


동물을 대상으로 한 머리 이식은 20세기 초부터 시도됐다. 1908년 미국의 생리학자 찰스 구드리는 개 한 마리의 머리를 다른 개의 목에 붙였다.
소련의 외과의사 블라디미르 데미코프가 1959년 1월 13일 동독에서 개 머리를 다른 개의 몸통에 이식한 모습.소련의 외과의사 블라디미르 데미코프가 1959년 1월 13일 동독에서 개 머리를 다른 개의 몸통에 이식한 모습.
동맥을 미리 잘라 놓은 머리에 연결시켰고 그 머리에서 나온 피가 원래 머리로 들어가게 했다. 1950년대 심장과 폐 이식의 선구자였던 블라디미르데미코프는 머리와 두 앞다리를 포함한 개의 몸 앞부분을 다른 개의 어깨에 이식해 머리가 둘이고 다리가 여섯 개인 개를 만들었다. 1970년에는 처음으로 원숭이 머리 이식 실험이 이뤄졌다. 로버트 화이트는 레수스 원숭이의 머리 전체를 다른 원숭이의 몸에 이식했고, 그 원숭이는 이후 며칠간 보고, 듣고,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척수를 연결하지 않아 행동할 수는 없었다. 2002년에는 일본 연구진이 저온에서 쥐 머리를 성인 쥐의 허벅지에 이식했다. 머리는 3주 동안 더 성장했다고 한다. 물론 이 가운데 살아남은 동물은 없다.


팔의 면역거부반응 억제할 약이 있을까?

장기와 전혀 다른 면역거부반응도 문제였다. 머레이 박사는 장기 이식을 성공한 뒤 1971년 신체 각 조직의 면역거부반응을 연구했다. 그 결과 피부가 면역거부반응이 가장 강하고, 폐, 간, 심장, 신장, 콩팥, 췌장 순으로 약해진다고 보고했다. 의사들은 피부의 면역거부반응을 진정시킬 만한 약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피부가 많은 신체를 이식하려면 대단히 강한 약을 써야 하는데, 그 경우 정상적인 면역 반응까지 과하게 낮추는 부작용이 일어나 환자가 감기만 걸려도 폐렴으로 죽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반전은 20년 뒤에 일어났다. 대만계 의사인 앤드류 리 박사팀이 하버드대병원과 연구한 결과 근육과 피부가 면역거부반응이 가장 높고 혈관이 가장 낮은데, 흥미롭게도 이들 모두가 함께 존재할 때는 면역거부반응이 훨씬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복합조직인 팔을 이식하면 예상보다 면역거부반응이 적을 거라는 의미였다.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서로 다른 조직에서 온 항원이 서로 경쟁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고, 너무 강력한 여러 항원이 한번에 쏟아져 수용자의 면역체계가 압도됐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 항체 생산이 증가돼 억제 T-림프구가 활성화 된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어쨌든 임상 시험 결과, 장기를 이식할 때와 비슷한 수준의 면역억제제만으로 복합조직이식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초의 복합조직이식은 1998년 9월, 프랑스 리옹에서 이뤄진 팔 이식이다. 하지만 손가락 기능이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데다, 환자가 면역억제제를 잘 먹지 않는 등의 문제로 수술 1년 뒤 다시 절단했다. 최초의 성공 사례는 그 다음해에 미국에서 이뤄진 팔 이식이다. 1999년 1월, 미국 최고의 손 수술 전문 병원인 클라이넛 수부외과센터 브라이덴바흐 교수팀은 매튜 스콧이라는 남성에게 뇌사자의 왼손을 이식했다. 스콧은 16년이 지난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고 있으며, 야구팀 시구를 하는 등 기능도 잘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 또 한 번 획기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독일 의료진이 어깨 아래의 양팔을 모두 잃은 남성에게 두 팔을 동시 이식한 것. 의료진은 “조만간 이 남자를 오토바이에 태우겠다”며 자신만만해했는데, 학계는 우려를 표했다. 이식을 하면 말초신경이 재생해야 하는데, 손목부터 손가락 끝까지만 재생하면 되는 손 이식과 달리 팔 이식은 윗팔부터 손가락 끝까지 너무나 긴 거리이기 때문에 재생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신경이 죽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도 면역억제제에서 신경 재생을 촉진시키는, 의도치 않은 작용이 나타났다. 이 남성은 수술 1년만에 팔꿈치를 접었다가 펼만큼 기능을 회복할 수 있었다. 이후 2012년까지 전세계의 팔 이식 성공 사례는 36건으로 늘었다. 2005년 프랑스에서는 애완견에게 얼굴을 물린 여성에게 세계 최초로 안면이식수술이 이뤄지기도 했다. 안면이식은 2012년까지 19건 성공했다.

최대 화두는 면역억제제 부작용 최대한 줄이는 것

복합조직이식의 남은 과제는 면역억제제의 부작용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 세계 면역학실험실에서 다양한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예컨대, 공여자의 골수를 미리 수여자에게 이식해 수여자의 면역체계를 일부 바꾸는 방법이 있다. 이렇게 하면 숙주가 공여자의 항원을 자기 것으로 인식해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 이를 ‘키메리즘’이라고 한다. 팔을 이식할 때 뼈를 함께 이식하기 때문에 키메리즘이 일부 일어난다. 자가세포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하버드대 의대 MGH병원 의료진은 최근 다른 쥐의 다리에서 거부 반응이 일어날만한 세포를 제거한 뒤, 이식받을 쥐의 세포를 배양해 새로운 다리를 만들어 이식했다. 실험 결과, 이식 후 새로 만들어진 혈관으로 피가 흐른다는 것을 확인했다. 만약 이 연구가 상용화되면 먼 훗날에는 면역억제제가 필요 없는 새로운 치료가 가능할 수도 있다.



 ​INTERVIEW 
 

1999년 미국 클라이넛 수부외과센터에서 미국 최초의 팔 이식 수술이 이뤄졌을 때, 의료진 가운데 한국인 의사도 있었다. 바로 우상현 대구 W병원장이다. 한국에 돌아온 이후 지금까지 국내의 팔 이식술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8월 12일, 그의 병원에서 이야기를 들어봤다.


팔 이식술에 관심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1997년 네팔에 의료 봉사를 갔다가 두 손목이 없는 청년을 만났다. 너무 안타까워서 자료를 찾아보니, 복합조직이식이라는 개념이 있었다. 그 길로 미국 최고의 손 재건수술병원으로 꼽히는 클라이넛 수부외과센터에 한국 최초로 정식 임상교수로 갔다.


우리나라에서 팔 이식 사례가 있는지
아직 없다. 한번도 시행되지 않은 수술을 하려면 보건복지부에 ‘신의료기술’등록을 해야 하는데, 내가 2009년 신청을 내서 등록이 됐다. 하지만 이식 가능한 장기를 명시한 ‘장기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 아직 팔 항목이 없다. 사실상 팔 이식 수술이 불법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국내에서 한번도 시행되지 않은 수술을 선뜻 하려는 의사나 환자가 없다. 신체 기부 문화나 시스템이 발달해 있지 않아서 공여자를 찾기 어려운 것도 이유다.

팔이나 안면을 이식하는 데 윤리적 문제는 없는가
의술을 남용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평생 면역억제제를 먹어야 한다는 부담은 생각보다 크다. 특히 손가락이 없는 경우는 자기 발가락으로 재건이 가능하기 때문에 절대 타인의 손가락을 이식하지 않는다. 예컨대 팔 이식수술의 가장 적합한 대상은 양팔이 모두 없어서 혼자서는 생활이 아예 불가능한 사람이다.

복합조직이식의 미래는?
1999년, 국제수부외과학회에서 팔 이식수술 임상이 처음 발표됐을 때 의사들 반응은 ‘미쳤다’와 ‘수부외과의 마지막 꿈이 실현됐다’로 극명하게 나뉘었다. 지금은 아니다. 복합조직이식은 사고로 사지를 잃거나 선천성 기형인 사람들에게 희망이 될, 차세대 재건 의학으로 꼽힌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올해 팔 이식술을 성공하는 게 내 소망이다.

글 : 우아영 기자 wooyoo@donga.com
과학동아 2015년 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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