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wledge] 에너지를 태워주는 너란 지방, 베이지색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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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없이 들을 수 없는 이 사연처럼 지방은 언제나 스트레스이자 고민이다. 그런데 사실 모든 지방이 우리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흔히 지방이라고 보는 것들은 모두 에너지를 저장하는 ‘백색지방’이다. 흰색으로 보여서 백색지방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우리 몸에는 다른 지방도 존재한다. 바로 ‘갈색지방’과 ‘베이지색지방’. 이 두 지방은 에너지를 태우는, 살을 빼주는 지방이다. 갈색지방은 얼마 전까지도 포유류의 새끼나 동면 동물에만 존재하고, 성인의 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었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은 물론이다.

에너지를 태우는 지방, 갈색지방

갈색지방은 지방 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 때문에 갈색을 띤다. 갈색지방은 다른 세포들에 비해 미토콘드리아를 많이 가지고 있다. 미토콘드리아가 많은 적색근이 붉은 색을 띠는 것과 같은 이유다. 갈색지방이 에너지를 태우는 것은 미토콘드리아와 관련이 있다. 우리 몸은 에너지를 써야 할 때 마치 건전지처럼 에너지를 저장하고 있는 물질인 ATP를 사용한다. ATP는 주로 세포의 미토콘드리아에서 만들어진다. 갈색지방이 활성화되면 UCP-1이라는 단백질을 만드는데, 이 단백질은 미토콘드리아에서 ATP 생성을 막는다. ATP를 생성하는 대신 열에너지를 발생시켜 체온을 높여주는 것이다. 때문에 체온 조절이 어려운 어린 아이는 갈색지방이 반드시 필요하다.

어린 아이나 일부 동물에게만 있다고 알려졌던 갈색지방이 주목을 받게 된 건 2009년부터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대 연구팀이 성인의 몸에서 갈색지방을 찾아낸 것이다. 연구팀은 두 시간 동안 16°C에 있었던 사람들을 PET-CT(양전자 방출 컴퓨터 단층촬영기)로 촬영한 결과, 쇄골 근처에서 갈색지방의 존재를 확인했다. 평소엔 비활성화 상태로 있던 갈색지방이 주변 온도가 낮아지자 체온을 높이기 위해 활성화된 것이다. 연구팀은 갈색지방이 발견된 쇄골 쪽 조직을 떼어내 분석했다. 그런데 조직검사를 하던 중 연구팀은 갈색지방은 아닌데, 비슷한 기능을 하는 지방을 추가로 발견했다. 바로 ‘베이지색지방’이다.

베이지색지방은 실제로 베이지색이다. 색뿐만 아니라 존재 자체도 애매하다. 기능은 갈색지방에 가깝지만, 발생단계에서는 백색지방으로 분류된다. 처음엔 백색지방으로 존재하다가 특정 상황이 되면 베이지색지방으로 변해 에너지를 태운다.
 
운동하면 베이지색지방 증가해, 일석이조 효과

어떤 상황이 지방의 색을 변하게 하는 걸까. 우선 갈색지방과 마찬가지로 주변 온도가 낮은 경우다. 다이어트를 하려는 우리가 크게 관심 있는 상황은 아니다. 살을 빼자고 16°C에서 몇 시간이고 버틸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우리가 주목할 상황은 따로 있다. 바로 운동을 할 때다. 운동을 하면 근육에서는 ‘이리신’이라는 호르몬이 만들어진다. 이리신은 FNDC5라고 하는 막 단백질이 잘린 조각이다. 근육을 쓰면 FNDC5가 잘려 이리신이 만들어지고 혈관을 통해 지방까지 이동해 백색지방을 베이지색지방으로 바꿔준다. 하지만 운동하느라 안 그래도 더운데 열을 발생시키는 베이지색지방이 생긴다는 건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현재 가장 유력한 가설은 추운 상황과 운동하는 상황을 근육이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낮은 온도에 오래 있게 되면 근육은 저절로 떨게 된다. ‘떨림열’을 만들어 내기 위함이다. 근육의 입장에서는 추워서 떠는 것이나 운동을 하면서 떠는 것이나 같은 움직임이니 상황을 판단하기가 어려울 법하다. 그래서 운동을 하는 상황에서도 베이지색지방을 만드는 물질을 분비한다는 논리다.

이유야 어찌됐든 운동을 하면 베이지색지방이 증가한다는 건 여러 실험에서 증명된 사실이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연구팀은 쥐를 이용해 실험을 했다. 연구팀은 실험 쥐를 하루에 두 번, 10분씩 5일 동안 운동을 시켰다(재미있게도 쥐들도 사람처럼 트레드밀(런닝머신)로 운동했다). 그리고 이틀 후 정상 쥐와 UCP-1을 만들 수 없는 유전자 조작 쥐의 사타구니 쪽 백색지방에서 UCP-1의 양을 확인했다. 그 결과 UCP-1의 양은 정상 쥐가 최대 10배 높았다. 운동으로 UCP-1을 만드는 갈색지방이나 베이지색지방을 늘릴 수 있다는 의미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실험도 있다. 2013년 노르웨이 오슬로대 연구팀은 사람을 대상으로 운동과 갈색지방의 관계를 밝히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운동을 한 사람에게서 UCP-1 발현이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런닝머신 위에서 시속 5km의 속도로 한 시간 운동하면 약 250kcal정도 소비된다. 하지만 베이지색지방이 태우는 에너지를 고려하면 더 많은 칼로리가 소모되고 있는 것이다.

다이어트 약 개발까지는 많은 연구 필요해

이리신과 같이 백색지방을 베이지색지방으로 바꿔주는 물질을 이용해 다이어트 약을 만들 순 없을까. 지난 3월 미국 워싱턴주립대 연구팀은 딸기, 포도와 같은 과일에 들어있는 ‘레스베라트롤’이 백색지방을 베이지색지방으로 바꿔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12온스(약 340g) 만큼의 레스베라트롤을 투여한 쥐는 그렇지 않은 쥐보다 체중이 약 40% 가량 덜 나갔다. 연구를 진행한 민 두 교수는 미국의 과학 매체 사이언스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로 비만을 예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철수 가천의대 분자의학과 교수는 “쥐에 투여한 340g의 레스베라트롤은 굉장히 많은 양”이라며 “사람에 적용하려면 1kg 이상의 레스베라트롤을 먹어야 하는데 이는 비현실적이다”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최 교수는 “갈색지방이나 베이지색지방이 실제로 체중감량까지 이어질지도 아직 미지수기 때문에 다이어트 약을 논의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최 교수의 설명은 이렇다. 비만인 사람과 마른 사람이 함께 오랜 시간 추운 곳에 있었다고 하자. 두 사람을 PET-CT로 촬영하면 마른 사람에게서 더 많은 양의 갈색지방이 발견된다(116쪽 PET-CT 사진 참고). 이 결과를 두고 마른 사람은 갈색지방이나 베이지색지방이 많기 때문에 비만인 사람보다 살이 덜 찐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경우 갈색지방은 체중감량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반대 해석도 가능하다. 비만인 사람은 피하지방층이 두껍기 때문에 추운 온도에서 단열효과가 상대적으로 뛰어나다. 때문에 비만인 사람의 경우 갈색지방을 활성화시키는 온도까지 체온이 내려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즉, 피하지방층 때문에 갈색지방이 덜 활성화 된 것이다. 인과관계가 정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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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지방이나 베이지색지방을 과도하게 늘렸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도 문제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UCP-1이 많아지면 체온이 올라가고 땀이 많이 나며 호흡이 가빠질 수 있다. UCP-1과 유사한 기능을 가진 화학물질인 DNP(디니트로페놀)는 이런 부작용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금지된 약품이다. 지난 5월엔 DNP를 과도하게 복용한 프랑스 여성이 숨지기도 했다. 즉, 현재 로서는 갈색지방과 베이지색지방을 늘리는 다이어트 약품에 대한 안전성 검증이 전혀 돼 있지 않다. 염지현 가천의대 분자의학과 박사는 “베이지색지방은 연구가 시작된 지 5년도 채 되지 않았다”며 “치료제는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된 후에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 :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도움 : 최철수 가천의대 분자의학과 교수
과학동아 2015년 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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