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거짓말 잘하는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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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 없다면 인류는 절망과 지루함으로 죽어버릴 것이다.” -아나톨 프랑스, ‘꽃피는 삶’
“지나친 정직은 인간사회를 붕괴시킬 수 있다.” -데이비드 리빙스톤, ‘우리는 왜 거짓말을 하는가’



‘거짓말의 발명(2009)’이란 영화가 있다. 모두가 거짓말을 못하는 사회에서 유일하게 거짓말을 하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다. 정직하고 솔직한 사람들만 살고 있으니 얼핏 생각하면 이상적인 사회일 것 같다. 하지만 실상은 ‘눈먼 자들의 도시’만큼이나 끔찍하다. “어머, 아기가 정말 못생겼어요. 꼭 쥐새끼 같네요.” “당신은 뚱뚱하고, 들창코인데다 두꺼비를 닮아서 키스하고 싶지 않아요.” 이게 일상적인 대화다. 아무렇지 않게 상대 가슴에 비수를 꽂는 돌직구가 서슴없이 날아다닌다. 심지어 요양원에는 ‘오갈 데 없는 늙은이를 위한 슬픈 곳’이란 간판이 달려있다.

눈먼 자들의 도시★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 주제 사라마구가 쓴 소설. 모두가 눈이 먼 도시에서 유일하게 앞을 볼 수 있게 된 여자의 이야기다. 동명의 영화도 있다.

영화에서 세상을 조금이나마 사람냄새가 나게 바꾼 사람은 거짓말에 처음 눈 뜬 주인공이다. 그는 죽음을 두려워하는 어머니에게 아름다운 사후세계가 기다리고 있다고 ‘뻥’을 치고, 끔찍하게 맛없는 아내의 음식에 거짓칭찬을 한다. 그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거짓말은 정말 나쁠까?

우리는 거짓말에 이중 잣대를 가지고 있다. 선생님은 ‘정직하라’고 말하면서도, 시험에 1등한 아이에게 ‘너무 좋아하는 티를 내지 말라’고 가르친다. 거짓말이 이때는 겸손이 된다. ‘난 솔직한 사람이 좋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재미없는 모범생보단 장난스런 이야기꾼을 좋아한다. 이땐 거짓말이 유머가 된다. 거짓말은 때론 예의나 처세가 되고, 사회성이 되며, 공감능력이 된다.

물론 남에게 큰 손해를 끼치는 ‘사기’는 여기 속하지 않는다. 전체 거짓말에서 사기는 매우 적은 비중이다. 대부분은 소소한 거짓말, 의도적인 생략, 과장, 왜곡이나 회피다. 우리는 거짓말로 갈등을 해소하고 관계를 부드럽게 만든다. 무리를 이루고 살며 자연스럽게 진화한 능력이다(2파트 참조). 거짓말 없이는 단 하루도 살기 힘들다. 속에서 나오는 말을 필터로 거르지 않고 그대로 내뱉는다고 생각해보라. 그렇게 사는 게 가능하긴 할까.

여기 직접 실험을 해 본 사람이 있다. 독일 ‘쥐트도이체 차이퉁’ 신문의 스포츠기자인 위르겐 슈미더다. 그는 40일 동안 거짓말 없이 지낸 경험을 ‘우리는 왜 끊임없이 거짓말을 할까(2010)’라는 책으로 풀어냈다. 시작 3일 만에 25년 된 친구를 잃을 뻔했다. “미안하다 친구야, 네가 바람피운 거 다 말했어.” 슈미더는 친구에게 갈비뼈를 맞으며 ‘빌어먹을 놈의 정직’을 수도 없이 되뇌었다. 슈미더는 정직한 칭찬이 욕설보다 어렵다는 사실을, 정직한 겸손이 거만보다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거짓 없이는 낭만이 없다는 사실도.

사회생활은 거짓말의 연속이다. 속에 있는 말을 그대로 내뱉으며 사는 사람이 있을까.


도덕의 굴레를 벗어던져라

‘거짓말을 하면 절대 안 된다’고 엄격하게 가르치는 부모보다 ‘거짓말과 진실 모두를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 밑에서 큰 아이가 정신적으로 더 건강하다. 도덕책은 ‘거짓말을 많이 하면 외톨이가 된다’고 가르치지만, 실상은 반대다. 독일 심리학자 우테 에어하르트는 ‘거짓말의 힘’이란 책에서 “늘 숨김없이 진실만 말하는 사람이 외톨이가 된다”고 말한다.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이기 때문이죠.” KBS코미디작가 출신인 신상훈 톡킹스피치 대표는 거짓말 못하는 사람이 인기 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아이가 길에서 생떼를 써요. 엄마가 말하죠. ‘너 자꾸 떼쓰면 저기 경찰아저씨가 잡아간다.’ 아기가 경찰을 보고 겁을 먹어요. 그런데 경찰이 이렇게 말해요. ‘저기, 저희는 그렇게 사람 함부로 잡지 않습니다.’ 얼마나 멋없어요. 앞뒤 분위기를 보고 ‘요놈, 너 그러면 잡아갈 거야~.’ 이렇게 장난쳐 주는 경찰이 훨씬 더 매력적이죠.”

거짓말을 안 하려 고집하다간 더 중요한 걸 놓칠 수 도 있다. “아내가 실수를 했어요. 쓰레기봉투를 잘못 내놔서 누군가에게 욕을 먹고 왔어요. 그럴 때 남편들이 보통 뭐라고 합니까. ‘당신이 잘못했네’라고 하죠. 이럴 땐 솔직할 필요가 없습니다. 거짓으로라도 아내보다 더 화를 내는 척하며 ‘부엌칼 어딨어, 부엌칼’하고 과장되게 복수심을 표출하는 남편이 더 사랑받습니다. 아내는 거짓말하는 걸 알면서도 기분이 좋은 거죠.”

신 대표는 “대화의 최종 목적은 인간관계와 행복”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거짓말이 꼭 필요한 상황에서 진실을 고집하는 사람은 대화의 목적을 오해한 겁니다.”

거짓말 잘하는 비법

자, 문제. 여자 친구가 “나 수지 닮았어?”라고 물어본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 그걸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관건이다. 신 대표는 “거짓말도 진심을 다 해야 먹힌다”고 말한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말투나 표정에서 다 티가 난다(Inside 참조). 눈치 빠른 여친이 그걸 모를 리가 없다. 누구보다 자신을 먼저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

신 대표는 “그녀가 수지를 닮았다고 스스로를 설득할 수 없다면, 머릿속으로 합성수지라도 떠올려라”고 조언한다. 그 상태에서 ‘합성’만 빼고 “수지 닮았다”고 말하면 된다. 그럼 모두가 행복해진다. 이 기술은 2파트에서도 나오는 ‘자기기만’이다. 스스로를 속이는 기술은 매우 유용하다. 기자는 개인적으로 ‘이 기사 한 시간이면 다 쓸 수 있을 거야’라는 거짓말을 가장 많이 한다. 실상은 다섯 시간이 걸리지만, 그렇게라도 자기를 속이지 않으면 부담이 돼서 도저히 원고를 시작할 수가 없다.

기자들은 때로 감춰진 목소리를 듣기 위해 거친 노동현장에 위장취업하기도 한다. 그럴 때 가장 중요한 건 신분이 탄로 나지 않게 속이는 것이다. 이때도 자기기만은 유용하다. 2013년 백화점 직원으로 위장취업한 송지혜 시사IN 기자는 “다른 기사를 쓸 때보다 더 몰입해야 했다”고 밝혔다. “(스스로를) 기자가 아닌 매장 직원이라고 계속 생각했어요. 난 여기에 진짜 입사를 한 거고, 나중에 혹시라도 이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열심히 일해야겠다고요.”

최고의 거짓말은 연기와 문학이다. ‘메소드 연기’는 배우가 극중 인물과 자신을 완벽하게 동일시할 때 탄생한다. 영화 시나리오 작가나 소설가도 스스로를 가상의 세계에 밀어 넣어야 한다. ‘소설가의 일’을 쓴 김연수 작가는 “소설 쓰기의 최종 단계는 자기 자신으로부터 벗어나 다른 어떤 존재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려면 ‘감각’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감정은 언어로 전달될 때 정보를 일부 상실합니다. ‘사랑한다’는 단어에서 감정을 느낄 수 있나요? 인간이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구체적인 단어로 바꿔줘야 합니다. ‘네가 4시부터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 생텍쥐페리는 소설 ‘어린왕자’에서 사랑을 이렇게 표현했죠. 어떤 사람의 감각이 자신의 것처럼 느껴지면, 우리는 그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INSIDE  

내 얼굴은 거짓말 할 때 어떻게 변할까?

“저는 술 거의 안 먹습니다.” 물론 뻥이다. 거짓말 할 때 내 얼굴이 어떻게 변하나 보려고 되지도 않는 뻥을 쳤다. 김형희 한국바디랭귀지 연구소 소장이 진실과 거짓을 섞어서 대답하라며 20가지 질문을 던졌다.

김 소장은 “진실과 거짓을 말할 때 얼굴에 미세한 차이가 나타난다”며 스스로 한번 보라고 녹화파일을 보내줬다.

얼굴에 변화라. 봐도 봐도 못 찾겠다. 도대체 무슨 변화가 있다는 건가. 이것도 거짓말 아닌가 의심이 들 때쯤…, 찾았다. 진짜 차이가 있었다! 나는 거짓말을 할 때 눈을 자주 깜빡였다. 얼굴이 비대칭이 되거나 눈썹을 올리는 사람도 있다는데, 난 유독 눈이 변했다. 거짓말을 할 때 생각을 많이 하나보다.

범죄심리학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폴 에크만은 이런 변화를 ‘미세표정’이라고 불렀다. 어떤 감정을 느낄 때 0.2초 만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표정이다.

그의 연구를 소재로 한 미국 드라마 ‘내게 거짓말을 해봐(Lie to me)’는 코를 찡그리고(혐오감), 턱을 들어올리는(화남) 작은 동작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해 주인공이 범죄자를 찾아내는 명작이다.

김 소장은 미세표정을 이해하면 거짓말하기도 좋다고 말했다.

“상대의 미세표정을 알아차리면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으니까 거짓말하기가 쉽죠. 일단 자기 얼굴이 거짓말할 때 어떻게 변하는지부터 거울 보면서 알아보세요.”

그런데 한 가지 이해가 안 가는 점이 있었다. “지금 회사 다니는 게 행복하세요?”라는 질문에 “네”라고 진실 되게 대답했는데…. 왜 눈을 깜빡이고 있는 거지…?


얼굴에는 의지와 상관없이 감정에 따라 스스로 움직이는 근육(불수의근)이 있다.
이 근육이 미세표정을 만든다.

 

거짓말은 최고의 지적 능력

거짓말에는 세 가지 정신적 능력이 필요하다. 첫 번째는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제대로 추측할 수 있어야 거짓말이 가능하다. 이재석 서울지방경찰청 거짓말탐지실 검사관은 사기꾼들이말로 사람 마음을 가장 잘 읽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사기꾼은 사람 표정을 기가 막히게 알아봅니다.” 동석한 유지현 검사관이 맞장구를 쳤다. “사기꾼들은 정말 듣기 좋은 소리를 잘해요. 사람 마음이 간사해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질 수밖에 없거든요. 약간이라도 좋아하는 낌새가 있으면 재빨리 눈치 채고 공략하죠. 상황을 장악하는 겁니다.”

두 번째는 실행기능이다. 실행기능은 전략을 세우고 추리하는 높은 수준의 정신능력이다. “알고 있는 사실은 숨기고, 동시에 거짓을 말하고, 그걸 기억하는 능력은 전부 실행기능과 관련이 있습니다.” 권은영 영남대 유아교육과 박사는 어린아이의 거짓말이 “굉장한 인지적 성취”라고 말했다. 권 박사는 3~5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실행기능이 뛰어날수록 거짓말 능력도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르헨티나 축구대표인 리오넬 메시는 드리블의 달인이다. 기존 문법에서 벗어난 경기 패턴으로 상대 선수를 당황시킨다.

세 번째는 창의성이다. 주위에 타고난 ‘뻥쟁이’가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거짓말인 걸 알면서도 이야기가 워낙 흥미진진해 빠져들게 되는 걸. 학창시절 기자의 친구 중에 ‘루나틱 그래비티 신드롬’에 걸렸다고 뻥을 치는 친구가 있었다. 달의 중력 영향을 받아서 지구 중력을 반밖에 못 느낀다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었다. 당연히 처음에는 아무도 안 믿었는데, 하루 종일 몸을 흐느적거리며 주장하니 하나둘씩 믿게 됐다. ‘진실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믿는’ 그 친구는 지금 꽤 유명한 화가가 돼 있다.

창의성 높은 학생이 규칙에서 쉽게 벗어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프란세스카 지노 교수는 2014년 ‘심리과학’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런 상관관계를 밝혔다. 창의성이 높은 학생이 시험에서 커닝도 잘하고, 들어가지 말라는 깊은 물에도 잘 뛰어들었다. 도덕적인 가책도 별로 느끼지 않았다.

반대로 말하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가 창의성이기도 하다. 윤영길 한국체육대 사회체육학부 교수는 “메시처럼 세계적인 선수들을 보면, 일반적인 드리블 패턴에서 벗어나있다”고 말했다. 딱히 속임수를 쓰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선수들과는 다르게 움직이니 일정한 패턴으로 연습한 프로선수들은 메시를 만나면 당황하게 된다. 2010년 스페인의 티키타카 전술에 상대팀들이 무너져 내린 것도 기존에 없던 문법이었기 때문이다. “저는 아예 축구를 처음 하는 사람들과 경기할 때 어렵더군요. 기존 문법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거든요.” 윤 교수는 덧붙여 말했다.


나도 거짓말 한다는 걸 인정하자

좋은 거짓말은 진실에서 아주 조금만 떨어져 있어야 한다(다음 장 Interview 참조). 그리고 상대방이 속은 걸 알아차리더라도 기분 나빠하지 않을만한 거짓말이어야 한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히는 거짓말이 들통 나면, ‘사기꾼’이나 ‘거짓말쟁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게 된다. 더는 거짓말 전략을 쓸 수 없다. 또한 작은 거짓말도 너무 자주 쓰다보면 주위로부터 신용을 잃을 위험이 있다.

이런 위험이 있긴 하지만, 거짓말 자체를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나도 다른 사람도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존재라고 인정하면, 사람을 깊이 보고 기분을 정확히 감지해낼 수 있게 된다. 자기가 하는 거짓말을 알면, 일상에서 거짓말을 감지해내는 감각도 발달한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살짝 바뀌는 표정이나 목소리를 훨씬 빨리 알아챌 수 있다. 거짓말을 해 본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거짓말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거짓말을 뒤집어보자. 거짓말은 인간에게 필요한 사회성, 그 자체다.

 
  PLUS  
 
초보자를 위한 거짓말 제대로 하는 법​
많은 사람들이 거짓말쟁이는 안절부절못하고, 가슴에 팔을 포개놓고, 침착하지 못하고, 눈을 못 맞추고, 특히 미사여구를 많이 쓴다고 믿는다. 하지만 어느 것도 학문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거짓말을 탐지해 온 이재석 검사관도 “특정 자세나 동작과 거짓말 사이에는 명확한 연관성이 없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리하게 거짓말을 하려면 이런 특징을 없애야만 한다. 실제와 상관없이 거짓말의 표시라고 많은 사람들이 믿기 때문이다.

● 한참을 기다리거나 ‘음-’ 소리를 낸 후 대답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거짓말의 진짜 단서다.

● 상단 구석 쪽을 응시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이를 거짓말의 증거로 여긴다.

● 물건을 만지작거리지 않는다. 가책을 느끼면 불안해한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 경직돼서도 안 된다. 마음이 불편하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마음이 불편한 것이 꼭 거짓말을 증명하진 않지만, 그렇게 해석될 여지가 많다.

● 눈을 맞춰라. 사람들은 상대의 눈을 똑바로 보는 사람은 거짓말을 못한다고 믿는다. 그렇다고 눈을 노려보지는 마라.

● 허리를 펴고 앉되, 너무 과장되게 하지는 마라. 당당한 사람은 거짓말을 안 한다.

● 팔을 가슴에 포개놓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이를 방어로 이해한다.

● 요점을 말한다. 주제에서 벗어난 장황한 얘기는 지어낸 이야기로 오해를 받는다.

특히 중요한 것 : 정도를 벗어난 상세한 대답과 과도한 단답형 대답을 피한다. 너무 세밀하거나 너무 간략한 대답이 혼합되면간략한 대답이 날조된 것처럼 보인다.

● 감정을 표현하고 스스로에 대해 말하라. 사람들은 더 빨리 당신을 믿을 것이다.

● 초조함을 다른 감정으로 감춰라.

● 신뢰가 넘치는 분위기를 만들어라. 대화 상대에게 열중하라. 상대방의 자세를 조심스럽게 따라하라.

- 우테 에어하르트, ‘거짓말의 힘’ 중에서 발췌


  INTERVIEW  

거짓말도 이 정도면 예술​
“진짜 있을 법한 뻥을 쳐야 먹힙니다”

“오래 기다리셨죠…? 티몬이 드디어 해냈습니다.”

작년 만우절. 온라인을 달군 희대의 ‘구라’가 있었다.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의 ‘우주여행 패키지’ 상품이었다. “여행을 돈 있는 사람만 가나요? 평생 벌면 되니까, 일단 구입하세요. 월 43만 원씩 20년만 내면 됩니다.” 10억432만 원인 달 6박7일 여행상품을 비롯해 화성, 금성, 수성으로 향하는 “전 세계 최저가” 우주왕복항공권이 SNS를 타고 퍼졌다.

기자도 완벽히 속았다. 바로 직전에 스페이스X에서 발표한 민간우주여행 콘셉트를 봤던 게 패착이었다. ‘티몬이 스페이스X보다 한 발 빨랐구나….’ 순간 기사거리를 놓쳤다는 생각에 아차 싶었을 정도였다. 그런데 이렇게 ‘낚인’ 고객이 기자 혼자가 아니었다. 무려 22만8000명이 이 상품을 샀다(실제로는 이벤트 페이지로 연결).

거짓말에 어이없이 속은 이유가 있었다. 딜(상품 페이지)이 정말 진짜 같았다. 미국 애리조나 스페이스 센터 이용, 유류할증료 2400만 원, 허블 망원경 체험과 우주유영 3시간 체험은 옵션, 우주식 무한리필 가능(전주비빔밥 추가)…, 어디서 많이 본 흐름이다.

순간 해외여행 패키지 딜을 떠올리게 하는 조합이었다!

“스페인 여행상품을 우주여행으로 살짝 바꾼 겁니다.” 김재명 티켓몬스터 커뮤니케이션팀 과장은 만우절 이벤트를 기획한 주인공이다. “만우절 2주 전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보통 기획안 쓰는 데 몇 주가 걸리는데, 그땐 뭐에 미쳤는지 몰라도 3시간 만에 후다닥 기획안 초안을 완성했죠. 혼자 킥킥거리면서 신들린 듯이 썼어요. 그걸 회사의 투어팀에 들고 갔더니 더 진짜처럼 보이게끔 바꿔주더라고요.

우주여행 상품은 대박이 났다. 포털 실시간 검색어 3위, 온라인 기사 134건 노출, 조회수 46만 건, 댓글 1만2000개, 광고효과 1억2000만 원. 김 과장은 “그날 하루만큼은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고 자부했다. 우주여행 후기를 남겨달라는 댓글페이지는 고객들의 놀이터가 됐다. “달 현지식으론 ‘토끼님의 떡갈비’가 젤 좋았어요.

꼭 가보세요^^” “와이프 생일이 다음 달인데 큰 맘 먹고 보내 주려고요. 편도는 없나요?”

김 과장은 “실제로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많은 사람들이 속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있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뭔지 생각했죠. 딜이더라고요.

우주여행도 우리가 포장하면 진짜처럼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리고 우주여행 자체도 아주 허무맹랑한 생각만은 아니잖아요?”

그는 구글의 만우절 이벤트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구글은 매년 만우절마다 기가 막힌 뻥을 친다. 2010년에는 동물음성인식번역기를 개발했다는 영상을 발표했고(QR코드), 2011년에는 동작인식센서로 이메일을 보내는 기술을 만들었다고 사기 쳐 수많은 사람을 PC 앞에서 춤추게 만들었다. “그것도 구글이니까 먹혔던 겁니다.

최첨단 IT기업인데다 실제 있을 법한 기술이잖아요. BBC에서 발표한 ‘하늘을 나는 펭귄’영상에 사람들이 속은 것도 BBC가 평소에 자연다큐를 잘 만들어왔으니까 먹힌 거예요. 자신이 가장 잘 아는 분야에서 뻥을 쳐야 먹힙니다.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Intro. 거짓말 하는 인간, 호모 팔락스
Part1. 거짓말 잘하는 비결
Part2. 거짓말 잘하는 사람이 살아남았다

글 : 변지민 기자 here@donga.com
기타 : [기획] 변지민 기자 here@donga.com
과학동아 2015년 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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