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ech] 운석 연구하면 ‘□’를 알 수 있다!

태양계의 기록 저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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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의 마지막 달이다. 올해를 뒤흔든 과학뉴스에 운석을 빼면 섭섭하다. 우리나라에 71년 만에 운석이 떨어지면서 갑자기 ‘슈퍼스타’가 됐다. 하지만 ‘로또 운석’ 논란 속에 진짜 과학은 묻히고 말았다. 그래서 올해가 다 가기 전에 불러 모았다. 자신들의 진정한 가치를 몰라 섭섭하다는, ‘월드스타’ 운석들과 평생을 운석 연구에 삶을 바친 운석과학자를.


 

나는 1969년 2월 8일 멕시코 알렌데 마을에 떨어진 시원운석이란다. 나이는 약 46억 살. 너무 오래됐더니 이젠 정확히 몇 살인지도 잘 모르겠네, 허허허. 어디서 많이 들어본 나이라고? 맞아. 여러분이 흔히 알고 있는 태양계와 지구의 나이지. 과학자들이 내 몸 속에 있는 CAI라는 물질의 방사성동위원소를 분석해서 알아낸 거란다. CAI는 칼슘과 알루미늄이 풍부한 덩어리인데, 내가 떨어져 나온 소행성이 처음 만들어질 때 암석 안에 갇힌 거야. 과학자들은 CAI가 태양계가 만들어질 때 최초로 만들어진 고체 물질 중 하나라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시원운석 나이=태양계의 나이’가 된 거지.

지구 나이도 우리 시원운석을 연구해서 밝혔단다. 1956년 지구 과학자 페터슨이 지구 나이를 처음으로 측정했지. 운석과 지구가 같은 시기에 만들어졌다는 가정하에 운석과 지구 퇴적암의 방사성동위원소를 분석했더니, 둘이 똑같이 45억5000만 살이라는 게 밝혀졌어. 분석방법이 발전하면서 지금은 태양계와 지구의 연대를 대략 45억6000만 년이라고 보고 있지.

보다 정확한 나이는 아직도 논란이 있어. 예를 들어볼까? 2010년 8월 22일 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는 태양계 탄생 시기가 알려진 것보다 200만 년 더 빠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어.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운석연구소 오드리 부비에, 미나크시 와드화 교수팀이 2004년 모로코에 떨어진 운석(NWA2364)을 분석한 결과란다. 45억 년이 넘는 나이에 무슨 차이가 있냐고? 껄껄껄, 아무래도 조금이라도 나이가 정확해지면 태양계가 탄생한 순간도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지 않겠어? 그나저나 인간들은 ‘탄생의 비밀’이 그렇게 재미있나 봐? 드라마에도 빠지지 않는 걸 보면.





이름의 앞 글자만 딴 거랍니다. 과학자들은 예전부터 우리를 이렇게 묶어서 불렀대요. 우리가 서로 비슷했기 때문이죠. 특히 우리는 무척 어려요~! 가장 나이 많은 언니가 겨우 13억 살이고 막내는 1억8000만 살이에요. 과학자들이 우리한테 관심을 많이 가진 것도 우리가 너무 어리기 때문이래요. 이해가 가요. 지구에 가장 많이 떨어진 콘드라이트 선배들은 나이가 보통 45억 살이니까요.

나이가 젊다는 건, 그만큼 활발한 곳에서 왔다는 뜻이에요. 처음 만들어진 이후 활동이 멈춘 소행성이 아니라, 수억 년 전까지도 지질 활동이 활발했던 비교적 큰 행성이나 위성에서 우리가 왔다는 거죠. 특히 다른 행성이나 위성은 지구로 운석을 보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들어서 과학자들은 우리가 온 곳으로 화성을 지목했어요(인간들은 생각보다 똑똑한 것 같아요, 소곤소곤). 제가 우주 공간을 떠돌 때의 일인데요, 저 멀리 목성 위성에서 튀어나온 암석이 목성으로 빨려 들어가더라고요! 수성이나 금성에서 암석이 튀어나오면 지구보다는 태양으로 흡수되겠죠? 최근엔 화성 탐사선들이 화성 대기를 분석했는데, 우리 몸 속에 갇혀 있던 기체 성분과 완벽히 일치했대요. 우리가 진짜로 화성에서 왔다는 결정적인 증거인 셈이죠.

인간들은 행성이 어떻게 커졌는지 궁금해 한다면서요? 우리가 답을 알려줄 수도 있는데~, 헤헷. 맨입으론 안 되는 거 알죠? 태양계가 처음 탄생할 때 가스와 먼지가 정전기 때문에 합쳐지면서 아기행성(원시 미행성)이 돼요. 인간도 10대에 접어들면 몸에 변화가 생기는 것처럼, 아기행성은 점점 자라다가 어느 순간부터 중력을 갖게 된답니다. 이때부터 각자의 중력으로 서로 밀치는데, 운석처럼 우주를 떠도는 물체들이 날아와 부딪히면서 행성이 점점 커져요. 마치 주먹만한 눈덩이를 굴려서 커다란 눈사람으로 만드는 것처럼요! 지금 남아있는 큰 행성들은 대부분 비슷한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진 거예요. 금성과 지구가 겉모양과 크기가 비슷한 이유죠(수성은 태양이랑 너무 가까워서 원소들을 뺏기는 바람에 커질 새가 없었대요).

그럼 화성은 왜 질량이 지구의 10분의 1밖에 안 되냐고요? 미국 시카고대 지구물리학과 니콜라스 다우파스 교수팀의 연구 결과, 다른 행성들은 보통 성장하기까지 수천 만 년이 걸리는 데 비해 화성은 200~300만 년 만에 급격히 커진 뒤 다른 물체와의 충돌을 피해 지금의 크기가 됐다고 해요. 화성은 아기행성이 그대로 커서 어른이 된 셈이에요. 요즘 인간들의 운석학계에서는 행성의 ‘폭주성장(runaway growth)’이 가장 ‘핫’한 논쟁거리래요. 아기행성이 중력을 갖기 전까지 급속하게 커지는데, 중간 과정이 밝혀진 바가 거의 없거든요. 그러니 앞으로도 기대해 주세요~, 우리 삼총사의 활약을!





 


아, 심심하다. 저 멀리 화성에 나가 있는 큐리오시티가 깜짝 놀랄 뭔가를 찾아내야 인간들이 또 나를 찾아 나설 텐데. 아, 내가 누구냐고? 에헴, 가장 유명한 운석 중 하나인 앨런힐스. 약 1만3000년 전 화성에서 지구 남극에 떨어졌는데, 1984년이 돼서야 앨런힐(Allan Hill)이라는 언덕 밑에서 발견됐어.

처음에는 인간들이 나를 몰라보고, 소행성에서 온 운석으로 분류해놨지 뭐야! 다행히 1993년에 인간들이 내 고향을 밝혀냈어. 왜 처음부터 알지 못했냐고? 난 좀 독특한 몸이거든. 흔한 SNC운석과는 달라~! 나를 연구한 박사들이 그러는데, 암석의 특징이 SNC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대. 또 SNC운석은 보통 젊은데, 나는 소행성에서 온 운석처럼 나이가 좀 많거든. 하지만 결정적으로 산소동위원소 조성이 SNC와 비슷해서 화성운석으로 밝혀졌지.

앗, 잠깐 잠깐. 하품 하기엔 아직 이르다구. 나의 화려한 과거 이야기는 시작도 안 했는걸? 나는 발견된 직후에 미국항공우주국(NASA)으로 옮겨졌어. 행여나 지구 공기에 오염될까, 진공 포장 박스에 담겨서. 고향과 비슷한 환경이라서 편안한 마음에 잠깐 졸다 일어났는데, 세상에! 맥케이 박사님이 내 몸을 두 조각 내서 초고배율 전자현미경으로 들여다 보고 있지 뭐야~. 한참 보더니 깜짝 놀라더라고! 그리고 1996년 8월, 온 세상의 눈과 귀가 나를 향하고 있었어. 적막한 우주에서 온 촌뜨기인 내가 갑자기 ‘월드스타’가 됐으니, 참 당황스러웠지…. 글쎄, 맥케이 박사님이 내 몸 속에서 화성에 살았던 생명체 흔적을 발견했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더라고. 제시한 증거는 크게 네 가지였어. 낮은 온도에서 물의 영향으로 생성된 것으로 보이는 탄산염 구체(왼쪽 위 사진), 지구에서 박테리아 등의 활동으로 만들어진 것과 비슷한 자철석과 황화광물, 생명체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탄소, 그리고 탄산염 구체 안에서 발견된, 나노 화석처럼 보이는 구조들(왼쪽 아래 사진)이었지.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았어.

흥미로운 건, 지금까지도 비슷한 연구 결과들이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는 거야. 올해 3월 NASA 존슨우주센터 로렌 화이트 박사팀은 5만 년 전 남극에 떨어진 ‘야마토00693’ 운석을 분석한 결과 화성에 박테리아가 존재했고 생명활동에 필요한 탄소가 많이 든 물질이 있었다는 연구 결과를 학술지 ‘우주생물학’에 발표하기도 했어. 1969년 호주에 떨어진 ‘머치슨 운석’에서는 생체 분자인 아미노산이 발견됐는데, 이런 유기분자가 실제로 우주 공간에 존재한다는 연구 결과가 올해 9월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리기도 했지.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생명체 존재의 결정적인 증거는 되지 못한대. ‘생명체의 흔적일 수 있다’는 간접적인 증거일 뿐이라나. 과연 외계 생명체 논란은 언제쯤 풀릴까? 화성에 발 디딘 탐사선들이 증거가 담긴 시료를 직접 가져오길 기대해보는 수밖에.
 


당시 미국 UCLA 박사과정 학생이었습니다. 앨런힐스 생명체 사건 때 말이에요, 하하. 2000년 초까지 화성 생명체 ‘붐’이 수그러들 줄을 몰랐죠. 아, 그건 그렇고 운석 학계의 ‘핫이슈’는 따로 있습니다. NASA의 제네시스호와 스타더스트호, 그리고 일본의 우주탐사선 하야부사 등이 지구로 갖고 온 시료를 분석한 결과가 최근 2~3년 사이에 발표됐거든요. 운석을 통해 추정만 해 오던 것들을 직접적인 증거로 확인하게 된 겁니다. 수학문제를 풀고 답안지를 보기 전 ‘두근두근’하는 느낌이랄까요?

2001년부터 2004년 9월에 걸쳐 제네시스호가 채집해 온 태양풍을 분석한 결과가 2011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렸습니다. 태양계의 다른 행성에 비해 태양은 질량수 16인 산소 동위원소 비율이 높다는 사실이 확인됐어요. 태양계 행성마다 다른 원소에 비해 산소만 동위원소 조성이 제각각인 게 태양계의 미스터리거든요. NASA의 스타더스트호는 혜성 시료를 채취했어요. 그 전까지는 혜성이 소행성과 완전히 별도의 물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혜성의 조성도 소행성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소행성 가운데 태양계 바깥으로 밀려난 걸 혜성이라고 보기도 하죠. 일본의 우주탐사선 하야부사는 지구 근처에 있는 소행성을 채취했습니다. 운석이 소행성에서 왔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최초로 확인했죠.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운석이 매우 뜨거운 논쟁거리였습니다. 진주운석 말이에요. 우라늄-납 동위원소의 반감기를 이용한 연대측정 결과, 진주 운석의 나이가 태양계 나이와 유사한 45억9700만 년에서 44억8500만 년 사이로 나타났어요(11월 18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발표). 사실 진주운석은 그렇게 희귀한 운석은 아닙니다. 하지만 세계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떨어질 때의 기록이 많죠. 제가 확보한 블랙박스 영상만 70~80개인걸요. 좀 더 분석하면 새로운 연구 성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또한, 운석이 대중과 가까워졌다는 것도 무척 고무적이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는 운석신고센터가 생겼습니다. 국가가 문화재를 관리하듯, 운석이 발견됐을 때 제대로 보존하기 위해서 국가 공인 장치를 만든 거예요.

하지만 운석에 대한 이런 관심이 잠깐 ‘반짝’인 것 같아 아쉽습니다. 아직 국내에는 운석에 대한 연구 기반이 없고, 신고센터가 생겼는데 일할 연구자조차 없는 실정이에요. 후학을 키우는 게 여전히 저의 꿈인 이유입니다. 올해를 계기로 한국의 운석 연구 기반이 달라지면 좋겠어요.

글 : 우아영 기자 wooyoo@donga.com
도움 : 최변각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
과학동아 2014년 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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