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3. 핵융합의 장점과 발전

0.03g 연료로 한반도 끝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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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g 연료로 한반도 끝까지 간다

태양에서는 무수하게 많은 수소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이런 수소 핵융합은 별에서나 가능한 초고온, 초고밀도 환경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지구에서 구현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로 눈을 돌려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이들은 지구에서 비교적 낮은 온도로도 핵융합 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며, 강력한 장점도 많다.


1500만 년 동안 쓸 수 있는 연료
먼저 연료가 풍부하다. 중수소는 바닷물에서 추출하면 되고, 삼중수소는 리튬을 이용해 얻을 수 있다. 바닷물 1L에는 약 0.03g의 중수소가 들어 있는데 이 양만 으로도 300L의 휘발유와 같은 에너지를 낼 수 있다. 자동차로 서울과 부산을 세 번 왕복할 수 있는 에너지다. 삼중수소는 중수소와 달리 12.3년의 반감기를 갖는 방사성 동위원소다. 수소보다 조금 무거운 원소인 리튬을 이용하면 만들 수 있는데, 리튬은 지표면과 바다에 약 1500만 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 매장돼 있다.

안전하기도 하다. 핵융합발전소는 연료 공급이 중단되면 자동으로 운전이 차단돼 사고의 위험이 없다.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고 있는 초고온 플라스마의 경우, 만에 하나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플라스마 특유의 불안정한 특성 때문에 바로 소멸되고, 폭발위험이 없다.

에너지 효율도 높다. 1g의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면 시간당 10만kW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석유 8t이 생산해 내는 에너지와 같다. 300g의 삼중수소와 200g의 중수소만 있으면, 고리원전보다 약 2배 큰 100만kW급 핵융합발전소를 하루 동안 가동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핵융합은 이산화탄소를 거의 내놓지 않으며,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도 나오지 않는다. 중수소-삼중수소 핵융합 과정에서는 중성자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 중성자가 핵융합로와 부딪혀 방사성 폐기물을 만들기는 한다. 하지만 이 폐기물조차 50~100년이 지나면 독성이 석탄 화력발전소보다 떨어진다.


무한청정에너지를 향한 꿈 - 핵융합의 3단계

핵융합은 원전에 비하면 엄청나게 폐기물이 적지만,100% 청정한 에너지라고는 할 수는 없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깨끗한 에너지를 만들 수는 없을까. 답 은 미래형 핵융합이다. 핵융합은 크게 3세대의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되며 지금 연구 중인 중수소-삼중수소 핵융합은 1세대에 해당한다. 2세대는 중수소-중수 소 반응을 이용한 핵융합이다. 이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려면 1세대(1억K)보다 높은 온도가 필요하지만,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를 쓰지 않아도 된다. 중성자 발생도 절반 정도 줄어든다.

마지막으로 3세대인 중수소-헬륨3 핵융합은 궁극의 핵융합 방식으로 인류가 꿈꾸던 최종에너지라고 할 만 하다. 3세대는 중성자가 전혀 발생하지 않고(핵융합로가 방사화 되지 않는다), 반응 후 발생하는 양성자도 직접 전기로 바꾸는 데 쓸 수 있다. 에너지 변환 효율은 100%에 이를 것이다. 3세대 핵융합의 유일한 단점은 원료인 헬륨3가 지구에 매우 희박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달에 헬륨3가 풍부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돌파구가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종 왕관은 누구에게

핵융합 발전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이 필요할까. 과학자들이 가장 먼저 생각한 기술은 가속기로 중수소 빔과 삼중수소 빔을 각각 높은 에너지로 가 속시킨 뒤 서로 충돌시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방법은 핵융합이 일어날 확률이 너무 낮아 실용화될 수 없었다.

이후 과학자들은 양자역학적 터널링 효과를 통해 핵융합 반응이 쉽게 일어나도록 하는 방법, 즉 고온의 플라스마 상태로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가둬서 원자핵끼리 서로 만날 기회를 높이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이 아이디어는 레이저나 고에너지 전자빔 또는 이온빔을 사용해 플라스마를 가두는 관성가둠(116쪽) 방식과, 자기장을 사용해 플라스마를 가두는 자장가둠(118 및 120쪽) 개념으로 각각 발전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들 방식은 지금도 핵융합을 실현시킬 최종 후보로 꼽히고 있다. 과연 누가 에너지의 최종 왕좌를 차지할까.
 
레이저 핵융합의 심장 미국 국립점화시설(NIF) 증폭기의 내부 모습레이저 핵융합의 심장 미국 국립점화시설(NIF) 증폭기의 내부 모습
 
나용수_ysna@snu.ac.kr​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뮌헨공대에서 플라스마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와 국가핵융합연구소를 거쳐 현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토카막 핵융합로 노심 플라스마의 운전과 제어를 연구 중이며, 핵융합의 대중화에도 관심이 많다. 이터 통합운전 전문가 자문 그룹 의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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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3. 핵융합의 장점과 발전
PART4. 핵융합 실현 기술
PART5. 핵융합의 난관
PART6. 핵융합 선진국의 주역 케이스타
BRIDGE. 김기만 국가핵융합연구소 신임 소장 인터뷰
PART7. 인류의 꿈이 모였다 이터(ITER)

글 : 나용수 기자 ysna@snu.ac.kr
과학동아 2014년 1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