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부터 인공장기까지 필요한 건 다 만듭니다!”

17 - 김기범 재료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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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동아 서포터스인 청주 운호고 과학동아리 ‘USC’와 서울 한성과학고 과학동아리 ‘TOPS’가 전공 탐색을 위해 3월 24일 김기범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를 찾았다. 김 교수는 DNA 해독 기술을 연구하는 나노공정연구실에서 학생들을 맞이했다.
 

▶ 미래 신소재

마그네슘과 탄소 나노물질 주목

Q 앞으로 중요해질 것 같은 신소재는 어떤 것이 있나요?

A 신소재는 단점을 보완하거나 장점을 강화하면서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수요가 많은 물질일수록 개발이 빠르죠. 언젠가 마그네슘이 자동차 재료로 크게 쓰일 것 같아요. 금속 중에서 가장 가볍기 때문에 연비 개선에 한몫 하리라 봅니다. 탄소나노튜브나 그래핀도 다양한 분야에서 각광 받고 있습니다. 가벼우면서 신축성과 전기적 특성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유리기판 위에 그래핀 층을 덮으면 투명한 전자제품으로 사용할 수 있어요. 태양 빛을 투과하면서 센서 등이 작동하는 창문을 개발할 수 있겠죠.

Q 지금까지 어떤 재료를 많이 연구했나요?

A 재료공학부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화수목금토, 즉 오행(五行)이라고 할 수 있어요. 화는 불, 수는 물이죠. 온도를 변화시키고 물을 이용하는 것 모두 재료공학에서 매우 중요한 공정입니다. 목은 나무, 즉 유기체인데 고분자 재료라고 해석할 수 있어요. 태양전지나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바이오 재료가 고분자 재료들입니다. 고분자는 공유결합을 합니다. 금은 금속 재료, 토는 세라믹 재료예요. 각각 금속결합과 이온결합을 합니다. 세라믹재료인 LED에 쓰는 갈륨나이트라이드(질화갈륨)도 이온결합을 한 결정입니다. 120개 원자들이 이렇게 결합해야만 우리가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재료가 돼요.

▶ 융합

생명체의 정교함을 따라가다


Q 인공피부나 인공장기처럼 사람 몸에 직접 쓰는 재료를 연구할 때 어려운 점은 뭔가요?

A 생명체를 따라서 만든 재료는 크게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생체모방 소재예요. 연꽃잎 효과가 대표적입니다. 혹시 연잎 위에서 빗방울이 또르르 떨어지는 걸 본 적 있나요?

연잎처럼 물방울이 굴러가면서 먼지를 끌고 가는 성질을 초수성이라고 해요. 초수성 페인트 등을 개발하면 유용하겠죠. 두 번째는 생체 적용 소재예요. 인공피부, 인공장기, 인공치아 등이 있습니다. 아직은 인간이 만든 재료를 몸에 넣었을 때 부작용이 생겨요. 생명의 정교함을 따라가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죠.

Q 교수님께서 연구하시는 나노포어시퀀싱은 생명 연구에서 어떤 용도로 쓰이나요?

A 생명체의 DNA, RNA, 단백질 등이 모두 나노미터 크기인 건 알죠? 고체물질을 나노미터로 만들면 생체분자 하나하나의 특성을 분석할 수 있게 됩니다. 나노포어 기술은 나노 단위의 막을 이용해서 물질의 정보를 분석하는 거예요.

특정 성분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아주 얇은 고체로 된 막인 멤브레인을 사용합니다. 물속에서 멤브레인에 10nm 보다 작은 구멍을 하나만 열어놓고 전기장을 걸면 DNA가 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두께 1.5nm 정도인 DNA 가닥이 실타래 풀리듯이 구멍을 지나가요. 구멍이 충분히 작으면 전기전도성의 차이를 측정해서 어떤 분자가 지나가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DNA 염기서열을 구할 수 있어요. 한 사람의 염기서열을 100만 원으로 하루에 분석하는 게 세계적인 목표랍니다.

▶ 인재상과 진로

밥 먹다가 ‘왜?’가 떠오르는 사람

Q 재료공학부에는 어떤 학생이 어울리나요?


A 재료공학은 ‘왜?’를 많이 묻는 학생이 재미있게 배울 수 있습니다. 끝없이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옛날 자료를 잘 외우는 건 별로 의미가 없어요. 밥을 먹다가도, 학교를 가다가도 불편한 점을 찾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세요. 신기한 현상을 봤을 때는 왜 그런지 깊이 파고드는 걸 즐겨야 해요. 연꽃잎 효과도 옛날부터 늘 볼 수 있었던 현상이지만 공학에서 응용한 건 최근이잖아요. 질문이 많고 호기심 가득한 학생들에게 적합한 학부입니다.

Q 졸업 후 진로는 어떤가요?

A 가장 많이 선택하는 진로는 기술 전문가입니다. 재료공학부는 생명, 섬유, 철강 등 응용 범위가 워낙 넓어서 관심 있는 분야를 먼저 택하고 전문성을 쌓으면 됩니다. 만약 사업에 관심이 많다면 벤처 캐피털리스트가 되거나 벤처를 창업할 수 있죠. 변리사, 국가 연구정책 연구원도 될 수 있어요. 재료공학은 블루칼라의 성격이 강해요. 중요한 건 내가 노동을 해서 얻는 생산가치가 국가의 미래를 살린다는 자부심이에요.

 
Q 신범근(서울 한성과학고 2) 구리나 텅스텐 등 중요한 자원을 몇몇 국가가 독과점하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A 안타깝게도 한국은 천연자원이 부족하죠. 그래도 여러 분야의 공정은 놀랍게 발전했습니다. 세계 어디에서도 밀리지 않는 첨단 기술을 갖췄죠. 요즘 나온 연구 분야로 ‘신 알캐미’, 마치 새로운 연금술사 같은 개념이 있어요. 재료공학이 발전하면서 자연계에는 아예 없는 재료를 만드는 시대가 왔다는 거죠. 원자와 원자를 자유자재로 결합시킬 수 있으니 어찌 보면 정말 그렇습니다. 한국의 자원 경쟁력은 이 기술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Q 김승한(서울 한성과학고 2)  3D 프린팅에도 진출할 수 있나요?

A 3D 프린팅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뭘까요? 바로 프린터에 쓰는 재료입니다. 종이 프린터만 봐도 잉크가 떨어지면 고철 덩어리일 뿐이에요. 3D 프린터는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재료를 필요로 합니다. 산업계에서 플라스틱은 물론 금속, 인공장기를 위한 바이오 재료, 나노 소재까지 3D프린터용 재료의 혁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이 분야에서 재료공학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무궁무진합니다.

Q 함길현(청주 운호고 2) 어떤 기초학문이 특히 중요한가요?

A 재료공학부는 모든 학문이 연결되어 있어요. 물리, 화학, 생물, 즉 자연과학은 기본적으로 다 알아야합니다. 당연히 자신이 연구하는 재료에 쓰이는 분자에 대해 잘 이해해야겠죠? 한 단계 더 응용하려면 기계공학, 전기공학 등 관련 공학을 공부해야합니다. 따라서 고등학교 때 자연과학 기초를 탄탄히 다지고, 대학교에 와서는 각 공학의 개론 수업을 들어보기 바랍니다.
 
 



 

글 : 김선희 기자 sunnykim@donga.com
사진 : 남승준
과학동아 2014년 0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