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3. 태양의 눈부신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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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처음으로 관측한 사람이 누군지는 알 수 없다. 그 정도로 오래 관찰 대상이었으며 하늘에서 가장 눈에 띄는 존재임에도 태양은 한참 동안 지구 주위를 도는 천체 취급을 받았다. 태양이 지구에 전해주는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지조차 쉽게 알아내지 못했다. 켈빈 경이나 러더퍼드 같은 당대 최고의 과학자가 태양 에너지의 원천으로 중력수축이나 방사성 붕괴 같은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태양이 핵융합으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은 20세기에 들어서야 밝혀졌고, 태양과 같은 별이 일으키는 핵융합 반응으로 우주에 있는 원소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20세기 중반에야 분명해졌다.

우주 시대가 열린 뒤 과학자들은 우주에서 태양을 관측하려고 시도했다. 태양에 대한 연구가 비약적으로 발전을 이룬 계기는 1995년 발사한 태양관측위성 소호(SOHO)였다. NASA와 유럽우주국(ESA)이 공동으로 제작한 소호는 태양에서 나오는 다양한 파장의 빛을 관측해 태양의 내부 구조와 코로나, 태양풍에 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했다.

최근에는 이전보다 관측장비의 분해능이 더 좋아졌다. 전에는 보지 못했던 작은 규모의 태양 활동까지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일본의 히노데(Hinode), 미국의 스테레오(STEREO), SDO와 같은 태양관측 위성이 태양의 광구부터 채층, 코로나까지 정밀하게 관측하고 있다. 2006년 말에 발사된 히노데는 일본이 미국, 유럽과 협력해 만든 태양관측위성이다. 명칭은 ‘해돋이’라는 뜻으로 태양 광구에서부터 코로나까지의 상층대기를 관측해 물리적인 연관성을 밝히고 태양 코로나가 가열되는 원리를 밝히는 게 주요 목표다. 2008년 미국이 발사한 스테레오는 두 개의 쌍둥이 위성 스테레오A와 스테레오B로 마치 3D 영화를 보듯 태양을 3차원 영상으로 보여준다. 이들의 관측을 통해 태양에 대한 새로운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숨어 있던 자기장을 찾았다

태양의 자기장은 태양 광구부터 상층 대기까지 에너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광구의 자기장 관측은 매우 중요하다. 먼저 태양 표면의 구조를 살펴보자.

태양의 표면을 관측하면 쌀알이 모여 있는 것 같은 무늬를 볼 수 있다. 쌀알무늬는 태양 내부의 대류 흐름 때문에 생긴다. 뜨거운 플라스마가 상승하는 곳이 중심이고, 플라스마가 식어서 가라앉는 부분이 가장자리다. 쌀알무늬 중에서 지름이 3만km 넘는 것을 초거대쌀알무늬라고 부른다.

쌀알무늬의 자기장을 관측하면 재미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쌀알무늬의 가장자리는 수직 방향의 자기장이 쌓여 수천 G(가우스)까지 올라간다. 이렇게 강한 자기력선은 채층에서 그물과 같은 망상구조를 이룬다. 동그란 원이 서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그림을 상상해 보면 이해가 쉽다.

오랫동안 이런 망상구조의 각 셀 안쪽, 위에서 상상한 동그란 원들의 중심부에는 자기장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 2004년 지상에서 관측한 결과 중심부에서 매우 약한 자기장이 발견됐다. 히노데는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분광편광기로 태양 표면의 자기장을 관측했다. 그 결과 망상구조의 안쪽에서 급격히 수평 방향으로 변하는 자기장을 확인했다.

이 수평 자기장들은 방향이 서로 정렬돼 있지 않고, 수명은 태양의 대류 순환 시간인 1~10분 정도로 짧다. 히노데는 또한 흑점이 있는 활동 영역과 그 외의 정온 영역(비활동 영역) 두 곳에 모두 이 수평 방향의 자기장이 있고 특성도 비슷하다는 사실을 밝혔다. 수직 방향의 자기장은 정온 영역보다 활동 영역에서 더욱 강하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눈여겨봐야 할 점이다.

이는 수평 자기장은 활동 영역과 정온 영역을 만드는 태양 전체의 자기장 발생과 관련이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소규모의 국지적인 대류층 때문에 수평 자기장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아직은 이 새로운 자기장이 어떻게 발생하고 움직이는지, 그리고 태양 전역의 자기장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알지 못한다. 앞으로 추가 연구를 통해 밝혀나가야 할 부분이다.

또한, 히노데는 X선과 극자외선을 동시에 관측해 태양의 코로나와 채층 전역에 작은 규모의 제트기류가 있다는 사실과 플라스마 내에서 이온과 자기장이 진동하며 전진하는 ‘알펜파’의 존재를 관측하기도 했다. 이는 뒤에서 이어지는 코로나의 비밀과도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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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더 뜨거운 이유는?

코로나는 태양 주변의 플라스마 대기다. 태양 표면에서 수백만 km까지 뻗어 나간다. 그런데 코로나는 지금까지도 태양물리학에서 풀리지 않는 의문을 던지고 있다. 코로나의 온도다. 태양 표면의 온도는 약 6000℃다. 하지만 그보다 바깥쪽에 있는 코로나는 온도가 수백만℃에 달한다. 무려 수백 배나 차이가 난다.

코로나는 왜 이렇게 뜨거운 걸까. 온도가 더 낮은 태양 표면에서 코로나로 열이 전달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태양 연구자들은 표면에서 코로나로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는 이론을 생각해 냈다. 그중 유력한 것이 소규모의 자기재결합으로 생기는 마이크로플레어 혹은 나노플레어가 에너지를 전달한다는 이론과 플라스마의 자기유체파동이 에너지를 전달한다는 이론이다.

자기재결합은 태양에서 서로 다른 극성을 가진 자기력선이 새로운 자기력선과 다시 결합하면서 열과 파동 에너지를 낸다는 이론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태양 표면은 쌀알무늬와 관련 있는 작은 단위의 자기장 영역으로 덮여 있다. 이러한 자기장은 광구에 뿌리를 내리고 코로나까지 뻗어 있다. 코로나의 자기장은 표면 자기장의 움직임에 맞춰 계속 재결합을 하고, 이 때문에 열을 내뿜는 마이크로플레어가 생긴다. 마이크로플레어는 에너지가 작지만, 수가 충분하다면 코로나를 가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코로나 가열의 또 다른 후보는 파동에 의한 가열이다. 공기에서 음파가 전달되듯이 태양의 플라스마에서도 여러 종류의 파동이 전달된다. 그중 자기장을 따라 진행하는 알펜파가 채층에서 코로나까지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이론이 나오면서, 알펜파의 공명흡수에 의한 가열이 하나의 후보로 등장했다.

요즘 활동하고 있는 히노데, 스테레오, SDO와 같은 관측위성과 더 나은 대기 효과 보정 기술을 이용한 지상의 관측장비는 자기재결합 이론을 뒷받침하는 결과를 내놓고 있다. 2007년 카즈나리 시바타 교토대 교수는 히노데의 관측 자료를 통해 채층에 2000~5000km 크기의 작은 제트기류가 산재해 있음을 밝혔다.

채층에서 관측되는 이런 제트는 이전에 1992년에 요코 위성으로 발견한 아네모네 제트와 형태가 같다. 코로나의 X선 영상으로 발견한 아네모네 제트는 거꾸로 세운 Y 모양으로, 자기재결합에 의해 발생하는 대표적인 제트다. 지난해에는 스웨덴에 있는 지름 1m짜리 태양 망원경과 적응광학계를 이용한 관측 결과 태양의 광구 가까운 곳에서 자기재결합으로 생긴다고 여겨지는 크기 1000km의 엘러먼 봄(마이크로플레어의 일종)이 아네모네 제트 형태로 밝혀졌다.

이런 작은 규모의 자기재결합 현상이 태양의 채층부터 코로나에 이르기까지 태양 대기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코로나의 가열 원리가 바로 이것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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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도 무늬가 있다

고분해능의 관측 장비 덕분에 드러난 코로나의 비밀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코로나 셀이다. 지난해 미국해군 연구소의 닐 쉴리 박사와 해리 워렌 박사는 코로나 홀과 필라멘트 채널 사이에서 밝은 중심부와 어두운 가장자리가 있는 셀 구조를 관측했다. 코로나 홀은 극자외선 코로나를 관측할 때 어둡게 보이는 지역으로, 플라스마의 밀도가 낮고 온도가 낮은 지역이다. 필라멘트 채널은 채층에 있는 극성이 서로 다른 두 자기장의 경계선으로 둘러싸인 지역이다. 주로 필라멘트(광구에서 어둡게 보이는 홍염의 다른 이름) 지역에서 나타난다.

코로나 셀과 비슷한 형태의 구조로는 표면의 쌀알무늬를 들 수 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코로나 셀과 쌀알무늬의 자기장 구조는 정반대다. 쌀알무늬는 가장자리에서 자기장이 강하고 중심부에서 약하다. 반대로 코로나 셀은 중심부에서 자기장이 강하다. 지금까지 코로나에서는 밝은 고리 모양의 루프와 코로나 홀 등을 볼 수 있었을 뿐 이런 셀 형태의 구조가 관측된 건 처음이다.

SDO와 스테레오의 동시 관측을 이용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방향에 따라서 셀 형태 또는 불꽃과 같은 형태를 보인다. 우리가 초를 켰을 때, 초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동그랗고 옆에서 보면 불꽃과 같은 모습으로 보이는 것과 같은 원리다.

코로나 셀의 발생과 움직임은 코로나 홀 경계의 자기장 변화와 관련이 있다. 여전히 이해가 부족한 태양 대기의 자기장 구조를 밝히는 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코로나 홀은 고속 태양풍이 발생하는 영역으로 태양풍이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한 연구에도 도움이 된다. 태양풍은 지구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 셀은 SDO와 스테레오A, 스테레오B가 모두 합작해 이뤄낸 발견이다. 연구팀은 태양이 자전하는 동안 코로나 셀을 관측해 3차원 구조를 밝혀냈다. 그리고 SDO의 태양지진 및 자기장 영상장치로 셀 안의 자기장을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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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도 3D로 본다

이처럼 요즘에는 3차원 영상으로 태양을 관측하고 있다. ‘아바타’나 ‘드래곤 길들이기’ 같은 3D영화를 만드는 기법을 그대로 태양을 관측하는데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3차원 영상을 만들 때 카메라가 두 대 필요하듯이 태양을 3차원으로 관측하려면 관측장치가 두 대 필요하다. 바로 태양관측 위성 스테레오A와 스테레오B가 그런 역할을 한다.

이전의 태양 관측 위성은 L1 라그랑주 지점에서 태양을 관측하거나 태양을 일정한 각도로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서 지구의 태양동기궤도를 돌면서 태양을 관측한다. L1 라그랑주 지점은 태양과 지구를 잇는 직선 위에 있으며, 두 천체의 중력이 평형을 이뤄 관측선이 일정한 위치를 유지할 수 있는 곳이다. 지구나 달의 그늘에 가리지 않아 태양을 관측하기에 이상적이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관측선 하나로는 2차원 영상밖에 찍을 수 없어 높이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다.

스테레오A와 스테레오B는 서로 다른 지점에서 관측해 3차원 영상을 제공한다. 스테레오A는 지구가 공전하는 방향으로, 스테레오B는 지구 공전과 반대 방향으로 발사돼 태양 주위를 돌고 있다. 이 쌍둥이 위성이 제공하는 3차원 관측 덕분에 우리는 태양 제트의 꼬임 구조나 코로나의 높이를 알 수 있게 됐다.

스테레오 위성의 또 다른 성과는 태양의 360° 전체 모습을 관측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2012년 11월 현재, 스테레오A, B는 지구에서 볼 때 태양 뒤쪽으로 돌아들어가는 단계에 있으며, 둘 사이는 약 120° 떨어져 있다. 두 대의 스테레오 위성과 지구에서 바라보는 방향으로 관측하고 있는 위성(히노데, 소호, SDO)의 합동 관측을 통해 우리는 태양 전체 360° 영역을 관측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태양 뒷면의 플레어 폭발, CME의 3차원 구조 등이 드디어 우리 시야에 들어온 것이다. 이런 관측 결과는 앞서 설명한 태양풍, 지자기폭풍 같은 우주환경을 예보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물론 과학자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현재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태양망원경도 개발 중이다. 한국천문연구원과 서울대가 공동 개발한 고속태양영상분광기가 미국 빅베어천문대에 설치돼 활발하게 활동 중이며, 세계 22개 기관이 공동으로 미국 하와이에 지름 4m로 세계에서 가장 큰 태양망원경 ATST (Advanced Technology Solar Telescope)를 건설할 계획이다.

관측 위성으로는 2017년 발사 예정인 유럽의 솔라 오비터(Solar Orbiter)가 있다. 역사상 태양 표면에 가장 가까이 근접할 계획으로 지금까지 자세히 볼 수 없었던 태양의 극지방을 관측할 계획이다. 또한, 일본은 히노데의 뒤를 이어 2015년 발사 예정으로 솔라-C를 개발하고 있다. 이들은 태양의 더 많은 비밀은 물론 태양과 비슷한 다른 별에 대한 실마리도 함께 알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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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태양의 분노
Intro . 지구를 지배하는 절대자, 태양
Part 1 . 2013년, 태양은 과연?
Part 2 . 새끼흑점의 서바이벌
Part 3. 태양의 눈부신 비밀
Part 4. 검은 태양이 유혹하다

글 : 이경선 기자
과학동아 2012년 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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