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노벨 물리학상 - 우주는 점점 빨리 팽창한다

‘인류는 여전히 모른다’에 준 노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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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노벨물리학상의 주인공은 ‘SN1a’라고 알려져 있는 초신성을 관측하던 두 연구단체의 책임자들이었다. 솔 펄머터가 1988년부터 이끌던 ‘초신성 우주론 프로젝트(Supernovae Cosmology Project)’와, 1990년경부터 브라이언 슈밋과 애덤 리스가 함께 주도한 ‘High Z SN Search Team’이다. 이들은 최초로 우주의 가속팽창을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지금까지 우주론 연구로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경우는 두번이었다. 첫 번째는 1978년 우주배경복사의 등방성을 발견한 공로로 받은 아노 펜지아스와 로저 윌슨이었다. 두 번째는 2006년 우주배경복사의 흑체복사스펙트럼과 약한 비등방을 발견한 업적으로 받은 존 매더와 조지 스무트였다. 우주론 연구로 노벨물리학상을 받는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는 점은 이 분야가 최근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이번 2011년 노벨물리학상은 종전과는 성격이 다소 다르다.




초신성으로 알아낸 가속팽창

우주배경복사의 등방성은 빅뱅이론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로, 발견되기 전부터 이론적으로 예측하고 있었다. 이는 이론과 관측이 함께 쌓아 올린 표준우주모형에 힘을 실어줬다. 1992년 코비위성이 발견한 우주배경복사의 흑체복사와 약한 비등방 역시 우주표준모형을 완성하는 데 필요했던 결정적인 증거를 제공해줬다.

이번 수상은 정반대다. 우주가속팽창의 발견은 우주표준모형을 완공되기도 전에 허물어 버리는, 혹은 처음에 의도했던 설계도를 전면 수정해야 할지도 모르게 만드는 반증이다. 1980년대 우주론자들은 이론우주모형의 마지막 난제였던 인과성과 균일성 사이의 비일관성을 설명해주는 인플레이션이라는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이 우주모형에서 우주론자들은 우주의 팽창이 점점 감속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에 수상한 두 초신성 관측 연구는 전혀 반대의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초신성은 마지막 단계에서 짧은 시간에 거대한 에너지를 내뿜으며 폭발하는 별이다. 그 중 SN1a 유형의 초신성은 백색왜성이 근접한 적색거성의 물질을 빨아들여 생긴다. 물질을 흡수하던 백색왜성의 질량이 태양의 1.4배에 이르는 순간 폭발이 일어나는 것이다. 초신성이 내뿜는 빛의 밝기는 폭발 당시 질량에 비례하므로 SN1a 유형의 초신성들은 밝기가 거의 같다. 밝기가 똑같은 빛이 우주 여기저기에 있다면 우리 눈에 보이는 빛의 밝기로 각 빛까지의 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 즉 밝기를 이미 알고 있는 초신성을 관측하면 그곳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다. 그래서 SN1a형의 초신성을 ‘표준촛불(Standard Candle)’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솔 펄머터가 이끌던 팀은 1998년까지 40여 개의 SN1a 초신성을 관측했다. 이들은 1019km보다 멀리 떨어진 초신성들에 집중했다. 브라이언 슈밋과 애덤 리스의 팀은 가까운 거리에서 먼 거리까지 비교적 고른 50여 개의 초신성을 관측했다. 그런데 정밀한 우주감속팽창계수를 먼저 발표하려고 경쟁하던 두 팀은 결과 앞에서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1998년 봄에 애덤 리스의 팀이, 가을에 솔 펄머터의 팀이 거의 같은 시기에 우리가 기다리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세상에 내놓았다.




우주가속팽창의 의미는?

우주를 바둑판에 비유한다면 빅뱅 이후 우주 팽창은 바둑판이 팽창하면서 각 격자 사이의 간격은 늘어나지만 그 위에 있는 바둑알의 크기는 변하지 않는 것과 같다. 은하는 바둑알처럼 서로 멀어지지만 크기는 그대로다. 천체의 모양을 유지하는 은하 내부의 중력이 팽창하는 힘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팽창의 가속도다. 인플레이션 이론이 예측한 평평한 우주모형을 가정한다면 중력에 의해 팽창속도가 조금씩 감소한다. 그렇다면 이번 연구가 밝혀낸 것처럼 우주가 가속팽창한다는 것을 설명하려면 중력과 반대로 작용하는 척력이 필요하다.

이런 척력을 처음 우주론에 도입한 사람은 아인슈타인이었다. 우주 팽창이 발견되기 이전에는 정적인 우주를 믿었는데, 정적인 안정성을 설명하려면 중력에 의한 대충돌에 저항하는 척력이 필요했다.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는 우주의 안정성을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이후 허블은 우주가 정적이지 않고 팽창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우주상수가 없이도 대충돌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우주가 가속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아인슈타인은 자신이 도입한 우주상수를 스스로 거두어들인다. 하지만 가속팽창 중인 우주에는 척력이 필요하고, 우리는 다시 우주상수를 꺼내 만지작거리고 있다.

2000년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의 이론우주물리학자 숀 캐롤은 우주상수의 문제점에 대한 중요한 논문을 발표했다. 표했다. 1998년 발견된 우주의 가속팽창을 진공에너지의 크기로 환산하면 대략 10-47GeV4이다. 한편 양자역학과 같은 이론으로 진공에너지를 계산하면 그 크기는 1074GeV4다. 관측과 이론 사이의 간극이 무려 약 10120배나 차이가 난다. 진공에너지가 커지면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는 작아진다. 1940년대 오스트리아의 이론물리학자 볼프강 파울리는 이론적인 양만큼 진공에너지가 있다면 우리가 보는 우주의 크기는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보다도 작아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주론자들은 암흑에너지라는 새로운 이론을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입했다기보다는 관측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급조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결국 ‘실험을 통해 얻은 이론과 물리법칙은 우주의 어느 곳에서도 같다’는 원리만으로는 우주의 가속팽창을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의 노벨물리학상은 지식을 확장시키며 인류 진보에 기념비를 세운 업적에 돌아갔다. 하지만 2011년 노벨물리학상은 과학의 한계를 보여준 업적에 주어진 것이다.

우주의 가속팽창이 발견된 뒤 10여 년이 지난 지금 관측된 SN1a 초신성의 수는 557개에 육박했고, 관측이 진행될수록 우주의 가속팽창에 대한 반증보다는 그 존재를 확증하는 방향으로 결과가 나오고 있다. 2010년 허블망원경 초신성팀은 이 557개의 초신성을 통해 우주의 가속팽창을 99% 이상 확신할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그리고 그 다음 해 우주의 가속팽창을 발견한 세 사람의 우주론자가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우주를 보는 시각을 바꾸다

우주의 가속팽창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으로는 설명할 길이 없으므로, 우리가 모르는 무엇인가를 도입해야 한다. 첫 번째는 우주상수나 미지의 암흑에너지를 도입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미지의 물질을 도입하는 대신 아인슈타인의 중력을 거시적 공간에서 수정하는 것이다. 세 번째 방법은 우주표준모형이 기반하고 있는 원리 중에서 우주의 균일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 중에서 암흑에너지를 도입해 우주의 가속팽창을 설명하는 방법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흔히 우주가속팽창의 발견을 암흑에너지의 발견이라고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가설에 기반한 불완전한 이론을 검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새로운 관측뿐이다. 2006년에는 관측 및 이론 우주론 전문가들이 모여 암흑에너지 전략 회의록을 출간했다. 이 모임에서 우주가속팽창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미래 관측 계획을 논의했다. 첫 번째는 초신성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 우주의 가속팽창을 관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최소한 두 가지 이상의 다른 관측 방법을 사용해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모르는 새로운 물질을 도입해야 하는지 아니면 아인슈타인의 중력을 거시적으로 수정해야 하는지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나도 짧은 기간에 일어난 급속한 변화였던 탓에 한국은 우주의 가속팽창 연구 1세대에는 참가하지 못했다. 그러나 다음 세대에서는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 한국의 우주론자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1세대 연구가 어떤 결과로 끝날지는 15~20년을 기다려야 하지만, 한국 우주론자들도 단순히 기다리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현대 우주론이 변화시킨 우주관을 요약하면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지금까지 우주론을 통해 우리가 알아낸 사실을 모아 보면 다음과 같은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뉴턴과 아인슈타인이 나무에서 떨어지고 있는 사과를 바라보며 중력을 연구하고 있던 바로 그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4개의 암흑사과(암흑물질)가 함께 떨어지고 있었고, 눈에 보이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아예 중력의 법칙도 따르지 않는 15개의 암흑사과(암흑에너지)도 함께 있었던 것이다. 2011년 노벨물리학상은 우리가 아는 것은 20개의 사과 중 눈에 보이는 단 하나, 즉 우주의 5%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시켜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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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고호관, 이정아, 신선미 기자
과학동아 2011년 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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