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 위협하는 3대 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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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친구에게 안부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웬일, 병원이란다. 건강검진을 받다가 우연히 가슴에서 암이 발견됐다고 했다. 젊은 나이에 암이라니, 평소 잔병치레도 없었던 터라 무척 충격이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다른 친구는 자궁에 혹이 발견돼 복강경 수술을 받았다.

모두 20대 한창의 아가씨들이다. 의사들은 최근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갑상샘암, 유방암, 자궁근종 발병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입을 모은다. 왜 젊은 여성들이 이 세 가지 질병에 취약한 것일까.


➊ 국내 여성암 1위 갑상샘 암

현재 우리나라 여성암 중 발병률 1위다. 갑상샘암이 늘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지만 우리나라는 증가율이 특히 높다. 미국의 경우 연간 7.7%씩 증가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연간 25.6%씩(남자 24.5%, 여자 26%) 증가해, 최근 10년 사이 630%나 늘었다. 남녀 비율로 따지면 여성이 남성보다 약 6배 더 높다. 20~30대의 젊은 환자는 전체 환자의 약 30%로 최근 증가 추세가 두드러진다. 워낙 흔한 암이라 인구의 50% 정도는 갑상샘에 혹을 가지고 있고, 이들 중 약 5%가 갑상샘암으로 추정된다.

갑상샘은 목 아래쪽에 있는 나비 모양의 기관으로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갑상샘호르몬을 만든다.
우리나라 인구의 50%가 갑상샘에 혹을 가지고 있고, 이 중 5%가 암일 정도로 흔한 암이다.

갑상샘은 앞쪽 목 아래쪽에 있는 나비모양의 기관이다. 신진대사와 자율신경계를 조절하는 갑상샘호르몬을 만든다. 갑상샘암은 병이 걸린 조직의 모양, 암이 발생한 세포와 분화 정도에 따구분한다. 다행스럽게도 여러 가지 갑상샘암 중 가장 치료가 잘 되는 유두상 갑상샘암의 비중이 가장 높다. 암의 분화도는 암세포의 성숙도를 말하는데, 분화암은 정상세포와 닮아 있어 소량의 갑상샘호르몬을 만들고 천천히 성장한다. 따라서 분열 속도가 느리고 전이 속도도 빠르지 않다. 그러나 미분화암은 전체 갑상샘암의 1~2% 정도로 드물게 발견되지만 분화암에 비해 분열 속도가 빠르고 림프절로 전이가 일어나 위험하다.
 
대부분의 갑상샘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다. 건강검진에서 초음파 검사를 통해 우연히 발견되고 있다. 지름이 1cm 이하면 서둘러 수술할 필요가 없다. 단 결절의 지름이 2cm만 돼도 목 앞쪽이 부풀어 올라 표시가 나기 때문에 외관상 좋지 않다. 또 결절이 기도나 식도를 누르면 호흡곤란 증상이나 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워진다. 통증, 쉰 목소리 증상이 나타나면 수술을 해야 한다.
정상세포에서 유방암이 발생하는 단계
유방암은 모유를 생산하는 유엽과 모유를 유두까지 전달하는 통로인 유관에서 주로 많이 발생한다.
유관이나 유엽 내부에 암이 생기는 상피내암은 아직 지방조직으로 암이 전이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이를 놔두면 전이가 빠른 침윤성 암으로 진행된다.

 

➋ 선진국형 질병 유방암

미국에서는 여성 8명 중 1명이 걸릴 정도로 흔한 암이다.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고칼로리의 식습관을 가진 나라에서 많이 발생해 선진국형 질병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위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발병하는 암이었으나 2002년 위암을 누르고 1위에 올랐다. 지난해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우리나라 여성 유방암의 발병률이 매년 평균 15%씩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평균보다 20배나 높은 수치다. 주목할 점은 국내의 경우 젊은 층의 발병률이 높다는 점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발병이 늘어 폐경 후의 환자(50세 이상)가 80%정도로 높지만 우리나라에서는 40대 이하의 젊은 층이 전체의 58%에 이른다.

유방은 구성 세포의 종류가 다양해 유방암의 종류도 다른 암에 비해 많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유관과 유엽의 상피세포에서 기원한 암이다. 유관은 유선에서 만들어진 모유가 유두로 이동하는 통로이고 유엽은 모유를 생산하는 공장이다. 여기에서 비정상적인 세포 조직암이 계속 자라거나 다른 장기에 퍼진다.

대체로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 멍울은 유방의 조직에서 비정상적으로 자란 혹을 말한다. 부드럽던 유방 부위에서 갑자기 단단한 멍울이 만져지면 종양을 의심해 봐야 한다. 유두에서 비정상적인 분비물이 나오기도 하는데 호르몬 이상이나 약물복용 때문일 수도 있어 검진이 필요하다. 비정상적인 유두분비의 5~10%만이 유방암과 관련이 있다. 암일 때는 분비물이 양쪽보다는 한쪽에서 주로 나오고 한쪽 유두에서도 특정 한 개의 유관에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외에 유방에 함몰과 피부 습진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➌ 불임의 원인 자궁근종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자궁근종으로 진료를 받은 여성의 수는 2005년 19만 5000명에서 2009년 23만 7000명으로 21.1% 증가했다. 10만 명당 환자수로 보면 833명에서 982명으로 17.9% 증가했다. 이 중 20~30대 젊은 층의 발병이 눈에 띈다. 분당 차병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2년 자궁근종 환자 중 20~30대의 비율은 38%였지만 지난해에는 49%로 급증했다.

자궁근종은 자궁의 평활근에서 세포의 이상증식이 일어나 생긴 양성종양(결절)이다(암은 아니다). 뚜렷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초경 이후에 생기고 나이가 들면서 점점 커지다가 40대에 가장 커진다고 알려져 있다. 자궁근종은 매우 흔해서 35세 이상의 여성 40~50%에서 발견되고 있다.

크기는 팥알 크기에서부터 어른의 머리만 한 것까지 다양하다. 대부분 통증이 없고 암처럼 전이되지 않기 때문에 치료가 시급하지는 않다. 하지만 자궁 내외부에 크기가 큰 근종이 있으면 수정란의 착상을 방해하기 때문에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근종이 있는 상태에서 임신을 하면 근종이 아기와 함께 자라기 때문에 태아의 성장을 방해한다. 지난해 2월 미국 워싱턴대의 몰리 스타우트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자궁근종이 있는 여성은 사산의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근종으로 인해 생리과다, 생리통, 복부의 불편함, 배뇨 장애 등의 부작용을 겪을 때는 치료가 필요하다.


에스트로겐을 먹고 사는 종양

갑상샘암, 유방암, 자궁근종 3개 질환이 젊은 여성에게 많이 발병한다는 사실이 충격적인 이유는 이들 질병이 이제껏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에게서나 발병한다고 알려져 왔기 때문이다. 유지훈 서울여성병원 유방클리닉 원장은 “최근 여성들의 결혼이 늦어지면서 30대 임신부가 많아져 임신 중 초음파 검사를 하는 과정에 자궁근종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유원장은 “자궁근종은 새로 생기기도 하지만 주로 작았던 근종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영향으로 커지는 경우가 많아 30대에 발견했다면 발생은 이전에 이미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방암도 암세포가 돌연변이를 시작해 발생하는 데 최소 8년 정도가 걸리므로 30대에 유방암이 나타났다면 20세 전후에 이미 돌연변이를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질병들의 발병 연령층이 정말 낮아졌을까. 아직 판단하긴 이르다. 발병률의 증가는 진단 기술이 발달한 데에 따른 효과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근 1cm 미만의 작은 갑상샘암 발견이 유독 늘어났다. 이는 진단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발견할 수 없던 부분이다. 미세한 암까지 조기에 발견하면서 발병률이 크게 높아졌다는 얘기다.

아프지 않더라도 가끔 병원에서 진찰을 받아보는 문화가 정착한 점도 이유다. 김성훈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병원에 골반, 유방, 갑상샘 초음파 검사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여성검진 프로그램이 많이 늘어나 일반 검진을 받아보려는 여성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젊은 여성이 갑상샘, 유방암, 자궁근종에 취약하다고 불안감을 떨칠 수 없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여성의 초경이 빨라졌다. 1900년대 출생자의 경우 평균 16세경 초경을 경험했으나 1980년대는 14세경, 2002년 연구에서는 평균 초경 연령이 12.3세로 감소했다. 외국도 초경 연령이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 150년에 걸친 변화를 살펴보면 매년 초경 연령이 약 0.2년씩 앞당겨졌다.

문제는 초경이 빨라질수록 유방암과 자궁근종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 유방암의 경우 초경이 11세보다 빠르면 위험인자가 높아지고, 15세 이후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경이 1년 늦어질수록 유방암의 위험은 5%씩 감소한다.
 
자궁근종이 생기는 곳은 자궁의 바깥층, 자궁벽의 근육층, 자궁벽의 내층 등 다양하다.
증상은 없지만 수정란의 착상을 방해해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질병들은 에스트로겐 노출시간과 무척 관계가 깊다. 초경을 시작하면 여성의 몸에서 에스트로겐이 분비되기 시작한다. 에스트로겐은 여성의 여성성을 지켜주는 중요한 호르몬으로 2차 성징을 유도하고 유해한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킨다. 또 심장을 보호하며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뇌세포의 퇴화를 방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유관 세포의 증식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세포를 더 빈번하게 빠른 속도로 분열시켜 암세포를 유발하는 것이다.

자궁근종도 에스트로겐이 나오는 기간(가임연령)에 계속해서 커지다가 난소를 절제하거나 폐경을 하면 더 이상 커지지 않고 수축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유원장은 “동물 실험에서 에스트로겐을 투여한 결과 복막 내 섬유근종이 발생됐다는 연구가 있었다”며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자궁내막암, 유방의 양성·악성질환은 에스트로겐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정설이다”고 말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생리와 배란을 계속하게 되면 에스트로겐을 꾸준히 배출하기 때문에 임신을 하지 않은 미혼 여성이 기혼 여성에 비해 질병에 취약할 수 있다. 유지훈 원장은 “생리를 오래, 많이 할수록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진다”며 “환자들에게 임신이나 수유 등을 통해 평생 동안 생리를 안 하는 기간이 있어야 유방암의 발생가능성이 줄어든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 갑상샘 질환은 에스트로겐 의존성 종양이라 보기는 힘들다. 여성호르몬을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생식기 뿐 아니라 갑상샘에도 있기 때문에 영향이 있을 거라는 주장도 일부 있지만 확실히 규명되지는 않았다. 다만 목 부분에 방사선 노출을 받았을 때가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➊ 최근 갑상샘, 유방암, 자궁근종의 발병률이 높아진 것은 발병 자체가 늘어났다기보다 진단 기술이 발달하고 일반 검진 문화가 정착하면서 병을 조기에 발견해 생긴 영향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➋초경이 빨라지면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시간이 증가해 유방암, 자궁근종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비만과 과한 음주는 만병의 근원

비만도 이들 질병의 원인으로 꼽힌다. 비만하면 종종 배란이 없어지는데, 이때 에스트로겐 분비가 누적하면서 호르몬 과다노출이 생길 수 있다. 비만하지 않더라도 평소 육류 위주로 식사를 하면 유방암 발생위험도가 1.45배 증가한다. 육류에 들어 있는 중성지방이 혈관벽에 콜레스테롤을 쌓기 때문이다. 유지훈 원장은 “30~40대에서 유방암이 급격히 늘어나는 현상은 1970년대 이후 서구화된 식습관을 가지고 생활한 원인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주종에 관계없이 하루 24g 이상의 알코올을 섭취하면 유방암의 발병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08년 4월 미국 암연구협회 학술대회에서 재스민 류 시카고대 박사팀은 폐경기 이후 여성 2390여 명의 유방암 수용체를 분석한 결과 알코올이 체내의 에스트로겐과 안드로겐의 분비를 증가시킨다고 밝혔다.

젊은 날에 뜻밖의 병으로 병원 신세를 질 때만큼 당혹스러운 순간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갑상샘, 유방암, 자궁근종에 대한 예방법은 없다. 전문가들은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한다. 자궁근종에 대해 김성훈 교수는 “암 같은 나쁜 혹이 아닐까 걱정을 많이 하는데, 근종이 암일 가능성은 1% 정도에 그친다”며 “조기에 발견해 치료만 잘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곧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른 질병도 마찬가지다. 발병을 일으키는 요인들도 가능성이 높을 뿐 정확히 직접 원인이라고 말할 순 없다. 어린 시절에 올바른 식습관으로 적절한 체중을 유지해야 조금이나마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비만은 만병의 근원이다. 육류 위주로 식습관을 들이면 유방암 발생위험도가 1.45배 증가한다.

글 : 김윤미 기자│이미지 출처│동아일보, REX
일러스트 : 이지희
과학동아 2011년 0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