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은 분자일까? 아닐까?

전자 하나씩 사이좋게 주고받은 이온화합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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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연산나트륨, 염화나트륨, 염화칼슘, 젖산칼슘, 염화마그네슘. 현재 시판되고 있는 인기 이온음료의 성분이다. 친숙한 단어가 눈에 띈다. 염소(Cl, 원자번호 17)와 나트륨(Na, 원자번호 11)의 화합물인 염화나트륨(NaCl). 바로 소금이다.

소금은 분자일까? 인터넷 검색사이트에‘소금 분자’를 입력하면 많은 자료가 나온다. 소금을 분자라고 부를 수 있나 보다. 하지만 중·고등학교 화학시간에 소금은 분자가 아니라고 배운다. 그럼 소금은 분자라고 부를 수 없는 걸까.
 

끝없이 펼쳐진 볼리비아의 소금 사막. 하얀 소금 결정이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난다.끝없이 펼쳐진 볼리비아의 소금 사막. 하얀 소금 결정이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난다.


전자 욕심쟁이 vs 기부자

소금은 이온화합물이다. 이온음료 캔을 보면 양이온(Na${}^{+}$, K${}^{+}$, Ca${}^{2+}$, Mg${}^{2+}$)과 음이온(Cl${}^{-}$, citrate${}^{3-}$, lactate${}^{-}$)의 양이 적혀 있다(citrate : 구연산, lactate : 젖산). 이 중에서 Na${}^{+}$와 Cl${}^{-}$의 양이 제일 많다. 이온음료의 주성분 중 하나인 소금은 양이온인 Na${}^{+}$와 음이온인 Cl${}^{-}$로 이뤄져 있다.

이온은 전자를 잃거나 얻어서 전하를 가지고 있는 상태의 물질을 뜻한다. 즉 나트륨 원자(Na)가 전자 하나를 잃어서 양이온인 Na${}^{+}$가 되고, 염소 원자(Cl)가 전자를 하나 얻어서 음이온인 Cl${}^{-}$가 된다. 왜 어떤 원자는 양이온으로, 어떤 원자는 음이온으로 존재할까?

돈을 모으기만 하지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것은 모르는 사람을 욕심쟁이, 구두쇠라고 부른다. 반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돈을 기꺼이 베푸는 사람을 자선사업가, 기부자라고 한다. 나트륨은 원자 세계의 전자 기부자다. 전자가 필요한 상대방이 있으면 자신의 전자 하나를 선뜻 준다. 하지만 Na가 전자 하나를 잃고 더 안정한 Na${}^{+}$가 된다는 생각은 오해다.

모든 원자는 자신의 전자를 잃어버리는 것을 싫어한다. Na는 전자를 버리고 Na${}^{+}$가 돼 혼자 행복해하는 것이 아니고, 자신보다 전자를 더 원하는 Cl에게 전자를 주고 두 원소가 같이 행복해지는 것을 바란다.

그렇다고 Na가 전자 하나를 더 주지는 않는다. Cl도 전자 하나를 더 달라고 떼를 쓰지 않는다. 각자 필요한 만큼 전자를 주고받는다. 그래서 자연계에는 Na${}^{2+}$+Cl${}^{2-}$로 이뤄진 소금은 존재하지만, Na${}^{2+}$+Cl${}^{2-}$나 Na${}^{2+}$+2Cl${}^{-}$로 구성된 소금은 없다(2Cl${}^{-}$는 Cl${}^{-}$가 2개 있다는 뜻이다. Na의 전하가 +2이므로 전하를 0으로 맞추기 위해서 Cl${}^{-}$ 2개가 필요하다).
 

소금 결정 구조^나트륨(NA)과 염소(Cl)가 만나(01) 전자 1개를 주고받으면(02) 이온화합물인 소금(NaCl) 결정이 된다(03). 결정구조는 정육면체 형태다.소금 결정 구조^나트륨(NA)과 염소(Cl)가 만나(01) 전자 1개를 주고받으면(02) 이온화합물인 소금(NaCl) 결정이 된다(03). 결정구조는 정육면체 형태다.


나트륨이 전자 하나만 주는 이유

원자번호가 11번인 Na는 전자가 11개 있다. 전자껍질에 차례대로 11개의 전자를 채우면 가장 안쪽의 K껍질에 2개, L껍질에 8개가 들어가고 마지막 1개의 전자는 M껍질에 들어간다. 가장 바깥쪽 전자껍질에 있는 전자를 최외각전자라고 하는데, Na의 경우 최외각전자는 1개다.

원자는 전자껍질에 전자가 꽉 차있는 상태를 좋아한다. Na가 전자 1개를 잃고 Na${}^{+}$가 되는 이유는 최외각전자껍질에 전자 1개가 있기 때문이다. Na는 전자 1개를 잃고 K껍질과 L껍질이 전자로 꽉 찬 상태가 된다. 따라서 Na는 전자가 필요한 상대방에게 전자 1개를 준다. 하지만 전자 1개를 더 주려면 전자가 꽉 찬 L껍질에서 전자를 빼내야 하는데, 이것은 아주 싫어한다. 따라서 Na${}^{2+}$는 발견하기 힘들다.

상대적으로 전자 1개가 쉽게 떨어져 나가는 원자들은 최외각전자를 1개 갖고 있다. 최외각전자를 1개 갖고 있는 원소를 알칼리금속이라고 하는데 주기율표의 맨 왼쪽에 있다. 주기율표 위에서부터 Li(리튬), Na, K(칼륨), Rb(루비듐), Cs(세슘)의 차례다.

주기율표의 그 다음 열에는 최외각전자가 2개인 원소가 있다. Be(베릴륨), Mg(마그네슘), Ca(칼슘), Sr(스트론튬), Ba(바륨) 등이다. 이들 원소를 알칼리토금속이라고 한다. 칼리토금속은 전자 중 2개를 잘 잃어버려 Mg${}^{2+}$나 Ca${}^{2+}$ 같은 양이온으로 쉽게 바뀐다.

이들은 Na와 비슷하게 전자를 2개보다 더 많이 잃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따라서 전자 2개를 상대방에게 주고 2가 양이온이 된다. 이온음료 성분인 염화마그네슘은 양전하와 음전하를 맞추기 위해 Mg${}^{2+}$ 하나와 Cl${}^{-}$ 2개로 이뤄진 이온화합물, 즉 MgCl${}_{2}$가 된다.

원자나 분자에서 전자를 떼어낼 때 필요한 에너지를 이온화 에너지라고 부른다. 전자를 뺏기는 것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뜻하는 수치다.

Na의 경우 두 번째 전자를 떼어낼 때 드는 에너지(2차 이온화 에너지)는 첫 번째 전자를 떼어낼 때 드는 에너지(1차 이온화 에너지)보다 10배 더 크다. 쉽게 말 하자면 Na는 자신보다 10배 이상 전자를 더 필요로 하는 물질에게만 2개의 전자를 줄 용의가 있다는 뜻이다. Mg의 경우 3차 이온화 에너지는 2차 이온화 에너지의 5배다. 따라서 Na와 Mg는 대부분 Na${}^{2+}$나 Mg${}^{+}$가 아닌 Na${}^{+}$와 Mg${}^{2+}$ 형태로 발견된다.


네온이나 아르곤을 닮고 싶어

주기율표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따라가면 최외각전자의 개수를 알 수 있다. 최외각전자가 1개 있는 원소부터 8개 있는 원소까지 잘 배치돼 있기 때문이다.

소금을 이루는 Na에서 오른쪽으로 가면(즉 원자번호가 하나씩 증가하면) Mg, Al(알루미늄), Si(실리콘), P(인), S(황), Cl, 그리고 원자번호 18번 Ar(아르곤)까지 나온다. 그 윗줄에는 좀 더 친숙한 Li, Be, B(붕소), C(탄소), N(질소), O(산소), F(플루오르), Ne(네온)이 원자번호 3~10번에 차례대로 배열돼 있다.

원자는 주기율표의 맨 오른쪽에 있는 Ne와 Ar처럼 되고 싶어한다. Ne, Ar은 Kr(크립톤), Xe(크세논), Rn(라돈)과 함께 비활성기체(inert gas 또는 noble gas)라 불린다. 비활성기체는 그 상태에 만족하기 때문에 보통 다른 전자를 빼앗거나 주지 않는다.

비활성기체 바로 왼쪽 옆에는 할로겐 원소가 존재한다. F, Cl, Br(브롬), I(요오드)다. 할로겐원소는 전자 욕심이 많은 원소다. 전자 1개만 더 있으면 비활성기체의 안정한 전자구조와 같아지기 때문이다.

원자번호 17번인 Cl은 K껍질에 2개, L껍질에 8개, 그리고 M껍질에 7개의 전자가 있다. M껍질에는 최대 18개(2×32)의 전자가 들어갈 수 있지만, M껍질을 다 채우기 전에 8개의 전자만으로도 안정한 상태가 된다. 이를 옥텟(octet) 법칙이라고 한다. Cl이 전자 1개를 얻어서 Cl-가 돼 화학적으로 안정한 Ar과 닮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Cl은 전자 2개를 으면 도리어 불안해지기 때문에 보통 전자 1개만 원한다.
 

원소 주기율표^맨 위쪽의 알카리금속부터 오른쪽 끝의 비활성기체까지 어떤 원소로 이뤄져 있는지 살펴보자.원소 주기율표^맨 위쪽의 알카리금속부터 오른쪽 끝의 비활성기체까지 어떤 원소로 이뤄져 있는지 살펴보자.


나트륨과 염소의 만남은 천생연분

전자 1개를 기꺼이 상대방에게 주려는 Na와 전자 1개만 더 있었으면 하는 Cl의 만남은 천생연분이다. Na와 Cl이 만나서 NaCl(또는 Na${}^{+}$Cl${}^{-}$)인 염화나트륨, 즉 소금이 된다. 양전하인 Na${}^{+}$와 음전하인 Cl${}^{-}$가 만났으니 정전기적 힘이 작용해 소금이 형성된다. 이때 소금은 이온결합으로 이뤄졌다고 말한다.

고체인 소금은 Na${}^{+}$와 Cl${}^{-}$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Na${}^{+}$와 Cl${}^{-}$이 3차원으로 배열된 결정 형태로 존재한다. 소금을 분자라고 말할 수 있을까?

분자는 원자가 모여 이뤄진 입자로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안정하다. 하지만 소금은 NaCl로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결정 형태로 존재한다. 물에 녹았을 경우에도 NaCl이 아니라 Na${}^{+}$와 Cl${}^{-}$로 분리돼 존재한다. 이런 관점에서 소금은 분자라고 부를 수 없다.

온도를 올려서 소금을 기체 상태로 만든다면 어떨까? 소금은 801℃에서 액체가 되기 시작하고 1413℃에서 기체 상태가 된다. 2000℃에서 소금은 어떤 상태로 존재할까? 이때는 아마도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NaCl 분자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관점에서는 소금을 분자라고 부를 수 있다.

소금 분자라는 말을 쓸 수 있느냐 없느냐는 소금이라는 말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달려있다. 보통 소금이 라는 말은 요리할 때 맛을 내는 소금, 제설제로 사용하는 소금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의 소금은 분자라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화학적으로 염화나트륨이란 의미에서 소금을 사용할 경우에는 소금 분자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다. 염화나트륨 분자, 염화나트륨의 분자량이라는 말을 쓰기 때문이다.

화학자들은 보통 소금 분자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그 이유는 화학의 역사적 발전 과정과 연관이 있다. 과거엔 염화나트륨을 고체 형태로만 관찰할 수 있었고,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NaCl을 관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온결합으로 이뤄진 고체나 액체 상태의 화합물은 일반적으로 분자라고 부르지 않는다. 하지만 염화나트륨 분자라는 말을 사용한다고 해서 100% 틀리다고 할 수는 없다.

글 : 최인성 교수 ischoi@kaist.ac.kr
과학동아 2006년 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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