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적분으로 인격을 닦는다

생활 속 수학을 끄집어내는 박경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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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생각을 키우는 수학나무’를 펴낸 홍익대 수학교육과 박경미 교수(39)최근 ‘생각을 키우는 수학나무’를 펴낸 홍익대 수학교육과 박경미 교수(39)


“미적분 배워서 뭐에 쓰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수학이 인격을 도야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정식을 풀고 삼각형 정리를 증명하면서 자연스레 마음을 닦고 민주시민이 될 소양을 키우는 거죠.”

최근 ‘생각을 키우는 수학나무’를 펴낸 홍익대 수학교육과 박경미 교수(39)를 만나 ‘학창시절 수학 공부가 실생활에 정말 도움이 되나’라고 물었더니 나온 대답이다. 사실 세상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수학은 사칙연산에 간단한 함수, 통계 정도면 되고, 첨단 과학을 이끌 고급 수학은 영재나 이공계 전공자만 하면 된다.

“수학 문제를 한줄한줄 풀면서 엄격하게 증명된 원리를 이용하지 제멋대로 공식을 만들 수는 없죠. 요즘 융통성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편법이 난무합니까. 때론 수학의 엄격한 사고방식이 필요합니다.”

그러면서도 박 교수는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으려면 코끼리를 미분한 뒤 냉장고에 넣어 다시 적분한다’는 공대생 개그를 들려줬다. 미적분으로도 얼마든지 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지난해 처음 펴낸 ‘수학비타민’도 생활과 자연, 역사 속에 있는 재미있는 수학 이야기들을 담아 무려 7만~8만부가 팔린 베스트셀러가 됐다.

‘수학나무’에도 미처 깨닫지 못한 수학 이야기들이 많다. 직장인들이 점심값을 내기 위해 종종 하는 사다리타기는 일대일함수고, 바이오리듬은 삼각함수 그래프와 같다. 주역의 이진법, ‘아킬레스는 거북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제논의 역설을 해결하는 수학, 이혼율을 둘러싼 통계 논쟁 등 책은 현실과 과거를 오간다. 그는 이 과정에서 수학이 얼마나 쓸모 있는 과정인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분야에서 수학이 얼마나 유용하게 활용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과학을 다룬 글은 일단 소재가 눈길을 끌어야 독자들이 보더군요. 처음부터 수학용어가 나오면 읽지 않아요. 그래도 책에 나온 재미있는 소재들을 쓰다 보면 내가 수학을 너무 희화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이 들곤 합니다. 재미 위주로 쓰면 아무래도 지식이 피상적이 되는데 조금 더 들어가면 어렵다고 하죠.”

그래도 박 교수가 이런 책을 쓰는 것은 좀더 많은 학생들이 수학과 친해지기를 바래서다. ‘수학과의 이별’은 중학교에서 가장 많이 일어난다고 한다. 함수, 방정식이 나오면서 복잡해지다가 기하도형에 가면 많은 학생들이 수학을 포기한다. 그런 학생들이 이 책을 보고 수학에 재미를 느낀다면 수학 세계의 문 앞까지는 갈 수 있을 것이다. 박 교수는 “일단 수학의 문을 열고 어려운 문제에 도전해 풀어내면 영속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현재 수학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수준별 학습의 부족’을 꼽았다. 수학은 한 군데서 구멍이 나면 그 다음을 배우기 어려워 자꾸 뒤쳐진다. 박 교수는 “중학교부터 자신에게 맞는 수학을 배울 수 있는 여러 길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가 교사인 박 교수는 자신도 가르치는 일이 좋아 사범대에 진학했다. 이과가 좋았고 그중에서도 수학을 다른 과학 과목보다 조금 더 좋아했다.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미국 일리노이대로 유학을 떠나 수학교육학 박사가 됐다. 흔히 ‘수학은 남자가 더 잘한다’는 통설을 여자인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요즘 여학생들이 워낙 수학을 잘 해 남녀 차이에 대해 말하는 것은 우습죠. 교내 수학 고사 등에서 학업 성취도는 여학생이 남학생을 앞서고 있습니다. 다만 올림피아드 등 새로운 형식의 문제에서는 아직 남학생이 여학생을 앞서는 것으로 보입니다.”

박 교수는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하나 있는 학부모다. 그도 자녀의 수학 교육에 고민이 많다고 한다. 최근 조카가 다니는 수학올림피아드학원에서 가르치는 문제를 같이 풀어봤는데 아들이 “이렇게 어려운 문제는 처음”이라며 놀랐다고 한다.

“선행학습에 잘 적응한다면 꼭 나쁜 것은 아닙니다. 수준에 맞는 학습으로 볼 수 있죠. 그러나 자신에게 맞지 않고 너무 어렵다면 선행학습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스스로 재미를 느끼는 공부가 가장 좋습니다.”

생각을 키우는 수학나무생각을 키우는 수학나무

글 : 김상연 기자 dream@donga.com
사진 : 박창민 petitnez@dreamwiz.com
과학동아 2004년 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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