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모르고 상대성이론 동경, 미분 기하학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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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자연과학대 명예 교수 박을룡서울대 자연과학대 명예 교수 박을룡
 

광복 직후 서울 청량리에 있던 경성대학(현 서울대) 도서관 서고에서의 일이다. 지금은 북녘의 대학에서 일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는, 옛 중학교 선배 유충호씨가 불쑥 말을 건네온 적이 있다.

"뭣을 전공하겠소?"
"글쎄요, 상대성 이론을 공부하고 싶지만…."
"그러면 미분기하학을 먼저 공부하시오. 순서가 있지 않소."

50년 전의 일이다.

나는 그 뒤 미분기하학의 방법에 눈을 뜨고 지금까지 긴 외길을 걸어왔다. 다만 이 외길은 어릴 때 멋모르고 동경했던 상대론에서는 벗어나 다양체이론으로 바뀐 것뿐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리이만기하학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종류의 다양체론이다.

가지가지 가능한 공간의 상을 다양체의 구조와 이에 대응하는 표현과 형식으로 맛보는 즐거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런 말들은 모두 매우 추상적인 것이기에 즐긴다는 말은 좀 어색할지 모르나 달리 어떻게 말할 길이 없다.

공부하는 사람의 길이란 모두 외길일 것이다. 그러기에 각기 외롭기도 하다.

그러나 제각기 즐거운 마음으로 자신의 외길을 가는 것일 것이다.


1970년 대한수학회 모임(대전 개최)에서 회원들과 함께 찍은 모습. 뒷줄 왼쪽 안경쓴 사람이 필자. 앞줄 왼쪽 첫번째가 신현천씨(전 경상대총장), 두번째가 김정수씨(현 서울대명예교수)다.1970년 대한수학회 모임(대전 개최)에서 회원들과 함께 찍은 모습. 뒷줄 왼쪽 안경쓴 사람이 필자. 앞줄 왼쪽 첫번째가 신현천씨(전 경상대총장), 두번째가 김정수씨(현 서울대명예교수)다.
 

글 : 박을룡 명예교수
과학동아 1994년 0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