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2 「제5의 힘」 존재하는가 만유인력과 상대성이론 수정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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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과 반대방향으로 작용하는 새로운 힘의 존재여부를 둘러싸고 실험과 논쟁이 뜨겁다.
 

같은 질량의 쇠공과 깃털을 진공속에서 떨어뜨리면 어느쪽이 먼저 바닥에 닿을까. 물리학의 기초가 있는 사람이라면 '동시에'라는 답을 하게 마련. 만유인력은 물체가 어떤 물질로 되어있건간에 질량에만 관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깃털이 쇠공보다 먼저 떨어지게 하는 새로운 힘이 존재한다는 주장이 나와 전세계 물리학계가 뜨거운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 '제5의 힘'의 존재가 확인된다면 '프린키피아'가 출판된지 3백년동안 물리학의 상식으로 믿어져온 뉴턴의 중력의 법칙(만유인력의 법칙)은 물론, 이를 확장해 이론적으로 정리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도 수정해야 할 형편이다.

 

3백년만에 도전받는 만유인력법칙
 

논쟁의 발단은 1986년 1월 미국 '퍼듀'대학의 '피슈바크'가 발표한 연구결과로서, 여기서 그는 중력과는 반대방향으로 작용하며 물질의 질량이나 전하와는 관계없이 그 화학적 구조(즉 양성자와 중성자의 수를 합친 바리온값)에 따라 결정되는, 수백m의 범위에 미치는 약한 힘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피슈바크'가 연구의 재료로 삼은 것은 흥미롭게도 갈릴레오가 피사의 사탑에서 했다는 낙체(落体)실험을 증명한 헝가리 과학자 '외트보스'의 1920년대 실험. 그는 외트보스가 기록한 데이타를 면밀히 검토해 갈릴레오를 부정하는 정반대의 결론을 끌어냈던 것이다. 이 연구는 전세계 물리학계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86년 버클리에서 열린 세계소립자물리학회에서는 그를 특별연사로 초빙하기도 했다. 그가 대상으로 한 실험데이타가 낡은 것이어서 신뢰성에 문제는 있었지만, 아뭏든 그후 활발한 연구와 실험의 기폭제 역할을 한 점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제5의 힘이 그토록 큰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제까지 우리는 자연계가 4가지 힘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것들은 힘이 미치는 범위순으로(따라서 힘이 약한 순서로) 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
 

중력(重力)은 가장 먼저 발견된 힘으로 은하계에서 입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물체를 서로 끌어당기는 힘으로 아주 멀리까지 미친다. 그 다음으로 넓은 범위에 작용하는 전자기력(電磁氣力)은 플러스전하를 갖는 원자핵과 마이너스의 전자가 서로 당기는 힘으로 원자를 구성하는 힘.
 

나머지 두가지는 원자핵을 구성하는 핵력이다. 강력(強力)은 원자핵속의 양성자와 중성자가 서로 반발하지 않도록 묶어두는 힘이며, 이보다 수십만분의 1밖에 안되는 세가지 중성자가 전자를 내놓고 양성자로 되는 β붕괴의 원인이 되는 힘이 약력(弱力)이다.

 

흥분된 혼돈속으로 빠져든 물리학자들
 

뉴턴의 법칙을 수정하려는 물리학자들의 시도는 중력을 다른 힘들과 하나의 수학적 공식으로 통일시키려는 통일이론을 찾는 과정에서 출발했다. 이미 전자기력과 약력을 통일적으로 기술하는데 성공했고, 나아가 여기에 강력을 추가로 통합시키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그러나 아인슈타인 자신도 큰 관심을 가졌던 중력과 다른 힘들의 통합시도는 아직까지 아무런 결실도 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에 과학자들은 그 이유가 중력이론에 무언가 잘못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의심해오던 터였기 때문에 제5의힘 발견의 소식은 이들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리하여 제5의 힘을 '확인' 또는 '부인'하는 실험결과가 나올 때마다 이론물리학자들은 흥분된 혼돈속을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제5의 힘의 존재를 확인하는 지름길은 실험. 그 방법은 갈릴레오의 낙체실험을 되풀이하는 것으로부터 거대한 물체 옆에서 중력을 측정하는데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처럼 과학자들이 댐과 절벽, 언덕주위를 바쁘게 돌아다니며 실험한 결과는 유감스럽게도 일치하지 않고 있다. 제5의 힘은 그 존재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콜로라도대학(보울더)의 '니바우어'팀은 갈릴레오가 했던 피사의 사탑 실험을 재현해 보았다. 조성은 다르지만 질량이 같은 두개의 물체를 떨어뜨린 다음 예민한 레이저간섭계로 가속도 차이를 측정했으나 가속도의 차이는 관측되지 않았다. 제5의 힘 확인에 실패한 셈이다.
 

한편 미국 브룩헤븐국립연구소의 '피터 티버거'는 수조(水槽)를 이용한 독특한 장치(그림1)로 제5의 힘 존재를 확인했다.
 

(그림1) 수조를 이용한 제5의 힘 측정장치(그림1) 수조를 이용한 제5의 힘 측정장치


그는 이 실험결과를 보고한 미국의 권위있는 물리학전문지 '피지칼 리뷰 레터즈' 58호(1987년)에서 물질의 질량에 무관하고 중력의 반대방향으로 작용하며 물질의 구조에 의존하는 힘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제5의 힘이거나 기존의 중력의 법칙을 수정해야 할 이 힘은 수m의 범위까지 마치는데 바리온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해 생긴다는 것.
 

그러나 이 잡지의 같은 호에는 구리와 베릴륨의 비틀림균형을 측정한 비슷한 실험을 한 워싱턴대학 '아델버거'팀의 논문이 '티버거'와 정반대의 결론을 내리고 있어, 제5의 힘을 둘러싼 과학자들의 뜨거운 논쟁을 잘 보여주고 있다.

 

광산을 이용한 실험도
 

호주 '퀸즈랜드'대학의 '프랭크 스테이시'팀은 지구물리학적인 실험을 통해 새로운 힘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이들은 깊이 1천m와 6백50m의 수직갱에서 깊이에 따라 중력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관측했다. 지구의 중심부로 갈수록 인력이 커지기 때문에 중력가속도도 커지게 된다. 그런데 '스테이시'의 실험에 따르면 아주 적기는 하지만 깊이들어갈수록 중력가속도의 증가폭이 줄어들었다는 것. 다시말해 무언가 중력과 반대되는 힘이 작용한다는 이야기다.
 

제5의 힘의 존재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하는 보다 최근의 실험의 '폴 보인튼'팀의 기발한 실험장치(그림2)로 이루어졌다.
 

(그림2) 원형고리를 이용한 제5의 힘 측정장치(그림2) 원형고리를 이용한 제5의 힘 측정장치


이들은 '피지칼리뷰레터즈' 59호에 기고한 논문에서 제5의 힘이 바리온수가 아니라 아이소스핀(중성자수에서 양성자수를 뺀 값으로 물질에 따라 다름)의 성질에 의존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한국과학기술원 물리학과의 김재관(56)교수팀도 작년 4월 '포인카레 게이지 중력이론에 있어서 뉴턴법칙외에 유가와법칙의 필요성'이란 논문을 유럽물리학회 전문지 '피직스 레터즈'에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이 논문도 제5의 힘의 존재를 설명해 주는 것으로, 그 내용은 먼거리에서는 뉴턴의 중력법칙이 적용되지만 짧은 거리에선 기존의 중력이론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
 

최근 '스테이시'는 김교수와 유사한 이론을 제안하고 있다. 그는 제5의 힘은 실제로는 밀고 당기는 두개의 커다란 힘인데, 그 차이가 약한 밀치는 힘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각각 척력과 인력을 설명하는 두개의 유가와항(Yukawa term)을 추가하면 뉴턴의 법칙을 잘 따른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유가와항은 수백m안에서만 작용하며, 그 밖에서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제6의 힘」 존재한다?
 

도전받는 중력이론 가까운 거리에서 중력은 다시금 측정돼야할지 모른다. 그러나 먼거리의 우주 현상에 대한 영향은 없다.도전받는 중력이론 가까운 거리에서 중력은 다시금 측정돼야할지 모른다. 그러나 먼거리의 우주 현상에 대한 영향은 없다.


제5의 힘에 대한 갑론을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제6의 힘'이 존재한다는 보고까지 나오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 '한스콤' 공군기지의 지구물리학자들은 정밀하고 주의깊은 측정결과 제5의 힘뿐 아니라 그것과 반대방향으로 작용하는 제6의 힘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발표한 것.
 

미공군은 관성유도장치에 의존하는 미사일의 탄도가 제5의 힘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에 '에카르트'팀은 7백10m높이의 TV탑의 높이에 따른 중력의 변화를 측정했다. 그 결과 처음 예상과는 달리 제5의 힘이 있음을 확인했고, 좀 더 자세히 조사한 결과 그와 반대 방향의 새로운 힘도 작용하고 있음을 알아냈다. 처음 30m높이까지는 제5의 힘(척력)이 우세했지만, 그보다 위에서는 제6의 힘(인력)이 분명해지다 탑꼭대기에서는 사라졌다는 것. '에카르트'는 이 두가지 힘은 어쩌면 같은 근본적 힘의 다른 양상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제5의 힘을 둘러싼 과학자들의 연구와 실험은 점입가경인 느낌이다. 아직 확실한 결론이 내려지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갈릴레오나 뉴턴이 생각한 이상의 것이 중력에 숨어있다'는 것이다. 사실 중력에 대해서 우리는 너무나 모르는 것이 많았다는 느낌이 이번 논쟁을 통해 새삼 물리학자들의 가슴에 와닿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아뭏든 제5의 힘의 존재는 이미 우연적인 단계를 넘었다고 보인다. 이에 대해 김재관교수는 다음과 같은 견해를 밝혔다. "몇가지 실험으로 성급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으며 정당성을 위해선 다른 사람이 같은 방법으로 같은 결과를 얻을 필요가 있다. 워낙 까다로운 실험이라 시간은 걸리겠지만 머지않아 결론이 날 것이다. 아직까지 제5의 힘을 못찾았다는 보고는 있지만 그 자체를 부정하는 보고가 없다는 것은 그 결과의 방향을 시사한다"
 

제5의 힘이 존재한다고 해도 그 영향 범위가 좁아 우주현상을 기술하는데는 아무런 변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주생성이론과 극미의 세계를 다루는 소립물리학 등에는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중력보다도 훨씬 약한 이 새로운 힘이 강고한 아인슈타인이 이론체계를 뒤흔들 날이 곧 닥칠지 모른다.

글 : 동아일보사 편집부
과학동아 1988년 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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