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북한에서 ‘사귐’의 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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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사귄다’고 이야기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르나요? 서로 좋아하는 여자와 남자가 만나 데이트 하는 모습이 생각날 겁니다. 근데 북한에서는 ‘사귐’이라는 단어가 수학에 쓰인다고 합니다. 수학과 전혀 관련없어 보이는데 말이죠. 도대체 이 단어는 무엇을 뜻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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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우리나라 고등학교 수학 교육과정에서 배우는 ‘집합’ 단원의 기초 문제를 북한 용어를 써서 바꿔본 문제다. 문제만 봐서는 수학 문제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쓰는 용어를 모르면 무슨 문제인지 알기 어렵다.

‘모임’은 ‘집합’을, ‘사귐’은 ‘교집합’을, ‘합모임’은 ‘합집합’을 나타낸다. 북한은 순우리말로 된 수학 용어를 주로 쓴다. 방정식의 변수 앞에 있는 숫자를 뜻하는 ‘계수’는 ‘곁수’로, 집합의 포함관계를 나타낸 그림인 ‘벤 다이어그램’은 ‘모임그림’이라고 쓴다. 우리나라에서 ‘건망증’이라는 한자어를 ‘잊음증’이라 하고, ‘도넛’이라는 외래어를 ‘가락지빵’이라고 표현하는 것과 같다. 도형의 이름에 숫자를 쓴다는 특징도 있다. 예를 들어 ‘사각형’과 ‘육각형’은 ‘4각형’, ‘6각형’으로 나타낸다. 남북 수학 연구 교류에 힘써온 김도한 서울대 수리과학부 명예교수는 “북한 수학 용어는 만드는 데 상당히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며, “‘지수’를 ‘어깨수’라 하고, ‘급수’를 ‘합열’이라고 하는 것처럼 용어를 보고 바로 이해할 수 있어 뜻이 쉽게 와 닿는다”고 말했다.

물론 북한의 수학 용어가 다 좋지는 않다. 한자어나 외래어를 너무 억지스럽게 순우리말로 바꾼 예도 있다. 한자인 ‘순열’과 ‘조합’을 ‘차례무이’와 ‘무이’라고 썼던 것이 그 예다.

[집합 고등학교에서 공부하는 ‘수학Ⅱ’에 나온다. 주어진 조건에 따라 대상을 분명하게 정할 수 있는 모임을 뜻한다.]
 

북한 중등학교의 수학 수업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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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리기, 숙제검열, 새지식주기, 다지기는 우리나라의 수업과 비슷하다. 당정책화는 우리나라에 없는 수업 내용으로 전체 45분의 수업시간 중 5분 정도를 차지한다. 수업의 소재나 날짜를 정책이나 북한 지
도자인 김정은의 업무와 연결 지어 설명한다. 김정은이 사과의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어느 지역을 현지 지도했다는 사실을 덧셈과 같은 수학 개념과 연결시켜 소개하는 식이다.
 

우리나라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전에 배운 수학 개념을 더 넓고, 깊게 배운다. 초등학교 때 규칙 찾기를 배우고 중학교 때는 함수를, 고등학교 때는 다양한 함수를 배워 내용을 심화한다. 반면, 북한은 한번 배운 내용을 다시 가르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우리나라는 이론을 자세히 다루는 데 반해, 북한은 실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학 지식을 중심으로 가르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명제’라는 단원을 배우면 진리집합, 명제·역·이·대우, 필요조건과 충분조건 같은 심화내용까지 공부한다. 반면 북한은 ‘명제는 증명의 도입’이라는 개념 정도로 간단히 배우고 만다. 함경북도에서 중등학교 고학년까지 공부한 뒤 우리나라에서 다시 고등학교 과정을 이수하고 있는 새터민 A씨는 “북한에서는 큰 덩어리만 가르치고, 한국은 세부사항을 깐깐히 가르친다”고 말했다.

북한은 모든 시험 문제를 서술형으로 낸다. 시험은 교사가 칠판에 10개 정도의 문제를 적으면 학생들이 빈 종이에 받아 적고 답안지에 풀이를 적어 제출하는 식으로 진행한다. 총 5점 만점이고 4.5점 이상이면 ‘최우등’, 2.5점 미만이면 ‘낙제’라는 평가를 받는다. 낙제한다고해서 상급 학년에 진급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현재 국내 한 대학에서공부하고 있는 새터민 B씨는 “한국에서는 시험 문제에 객관식이 있어서 조금 쉬운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중등학교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함께 이르는 말이다. / 새터민 탈북이주민을 뜻한다.]
 


국제화의 조짐을 보이다

그런 북한의 수학 교육도 바뀌고 있다. 2002년 개정한 교과서에서 확률과 통계는 중등학교 6학년 한 단원에서만 가르쳤다. 그런데 2013년에 교육과정을 개정하면서 중등학교 6년 동안 단계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바꿨다. 우리나라처럼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 개념을 넓고 깊게 배우는 ‘나선형 구조’로 교육과정을 개편한 것이다.

나선형 구조는 많은 선진국에서 채택하고 있다. 대부분의 단원을 한 번 배우면 다시 배우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면 큰 변화다. 오랫동안 북한 수학 교육을 연구한 미국 나약대 수학과 이정행 교수는 “아마 빠르게 변하는 국제 사회에 적응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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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통일 뒤 통합된 수학 교육을 준비하기 위해 북한 수학 교육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남·북한 교육과정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통일 이후 새로운 교과과정을 만들 때 기초 자료로 쓰기 위해서다. 기초 자료가 탄탄하면 각 교육과정의 장점을 바탕으로 통합 교육과정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지난 7월 독일에서 열린 국제수학교육자대회에서 북한 수학 교육에 대해 발표한 이정행 교수는 이미 통일을 경험한 독일 학자들과 토론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좋았다고 말했다.

“교육과정을 통합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전반적으로 서독에 비해 낙후된 동독에서 가르치려는 교사가 적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동독으로 이주해 교육에 헌신한 분들도 있었습니다. 이들 덕분에 당장 겪는 손해보다 나라가 하나로 뭉쳤을 때 앞으로 국제 사회에서 더 나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국민적 정서가 조성돼 성공적인 수학 교육의 통합을 이뤄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통일 뒤 또 하나의 문제는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생긴 편견이다. 북한 출신 학생을 많이 접한 전형국 교사는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 학생들과 여명학교 학생들이 교류하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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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한 한국 학생이 여명학교 학생들이 북한에서 와서 많이 다를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별반 다른 게 없었다고 말해줬어요. 한민족이고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지요. 이렇게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많아지면 북한에서 온 친구들에 대한 편견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는 대학생 시절 새터민 짝꿍과 한 학기 동안 수업을 들었던 적이 있다. 처음에는 북한에서 왔다고 얘
기해주지 않았지만 가까워지자 마음을 열고 이 사실을 알려줬다. 사실 말투로 인해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고, 편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한 학기를 함께 공부하면서 우리가 전혀 다르지 않다는걸 깨달았다. 북한에서 왔으니까 다를 거라는 막연한 편견은 옳지 않다. 잠시 떨어져 지내는 것일 뿐 우리는 오랜 시간 함께해 온 한민족이라는 걸 잊지 말자.
 

글 : 김경환 기자 dalgudot@donga.com
도움 : 이정행 미국 나약대 수학과 교수
도움 : 김도한 서울대 수리과학부 명예교수
도움 : 전형국 여명학교 수학 교사
기타 : [참고 논문] 김진숙, 박수련, 이나연의 <북한의 2013년 개정 교육과정 탐색> 외
기타 : [참고 도서] 김도한, 신정선의 <북한의 수학 연구 현황 분석>
일러스트 : 이창우
수학동아 2016년 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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