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김재경 KAIST 수리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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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계의 난제에 도전하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생체시계는 24시간마다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화학반응이에요. 그런데 온도가 높아져도 다른 화학반응과 달리 속도가 일정해요. 화학반응을 미분방정식으로 나타내면 그 해는 주기를 갖고 있어요. 그런데 온도와 관련된 매개변수의 값이 크면 해의 주기도 짧아져 버려요. 생체시계의 원리를 알아내려면 매개변수의 크기가 바뀌어도 주기는 그대로인 해가 뭔지 구해야 하는 거죠.

생체시계는 밤을 새는 날이 많은 간호사나 경찰관 같은 사람들의 건강과 관련이 있어요. 그래서 생물학적으로 중요한 문제지만, 수학적으로도 흥미로운 문제예요. 많은 수학자가 도전했다가 풀지 못한 문제라 처음 제가 도전하겠다고 했을 때 지도교수님께서 반대하셨어요. 하지만 여러 프로젝트 중 하나였고 실패해도 괜찮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부담 없이 도전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풀게 됐네요(웃음).

문제가 풀렸다는 걸 안 순간, 어떠셨나요?

수학적으로 찾은 생체시계의 원리가 정말 맞는지 실험으로 검증해야 했어요. 데이비드 벌쉽 듀크-싱가포르대 의학대학원 교수님께서 실험을 해 주셨는데, 1년 반이 걸렸어요. 논문을 완성하는 데 3~4년 정도 걸린 거예요. 아침에 일어나서 벌쉽 교수님이 보낸 이메일을 읽었을 때 정말 믿기지 않았어요. 교수님도 정말 놀라운 결과라고 말씀하셨죠. 이론적으로 타당한 생체시계가 실제로도 있다는 걸 실험으로 증명했기 때문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수학자가 되고 싶으셨나요?

수학을 좋아했지만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메달을 따는 정도의 사람이나 수학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수학자가 될 거라는 생각을 못했어요. 저는 경시대회에도 나가본 적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거든요. 일반계 중·고등학교를 다녔고요. 전 어머니가 선생님이셔서 그런지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수학교육과에 진학해서 좋은 선생님이 되려고 수학을 열심히 공부했는데, 수학엔 끊을 수 없는 매력이 있더라고요.

선생님에서 수리생물학자로 꿈이 바뀌었군요!

학부 공부를 마치고 군대에서 장교로 복무했어요. 제 첫 사회생활이었지요. 그때 뭔가 현실적인 문제를 다뤄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그러던 찰나 ‘우리나라에 수리생물학회가 처음 생긴다’는 신문 기사를 읽었어요. ‘수리생물학’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은 거예요. 그 뒤로 수리생물학 책을 찾아서 부대에서 1년 동안 열심히 읽었어요. 저한테 정말 재미있었고 결국 이 분야를 공부하기로 결정했지요.

수리생물학에서는 어떤 문제를 연구하나요?

예를 들면 생체시계와 암이 어떻게 연관돼 있는가 하는 것도 수리생물학에서 다루는 문제예요. 제가 요즘 미국의 버지니아공대 연구팀과 함께 연구하고 있는 주제이기도 해요. 생체시계가 고장 나면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고 하거든요. 그런데 왜 그런지 밝혀지지 않아서 치료하기가 어려워요. 생체시계는 작동 원리가 아주 복잡해서 그림으로 나타내도 제대로 알아보기가 힘들어요. 하지만 식으로 나타내면 비교적 이해하기 쉬워지고, 컴퓨터로 시뮬레이션도 해볼 수 있어요. 실험에 드는 비용과 시간도 절약할 수 있어요.

생물학자와 함께 일하는 건 어떤가요?

생물학자에겐 생물학 용어를 써야 해요. 미분방정식이 어떻고, 매개변수가 어떻고 얘기하면 분명 싫어할
거예요. 반대로, 수학자에겐 생물학 용어가 아주 낯설어요. 그래서 전 똑같은 내용도 생물학 학회에서 발표할 때와 수학 학회에서 발표할 때 아주 다른 문장으로 얘기해요. 처음엔 어려웠지만 지금은 익숙해졌어요.

생물학자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해요. 생물학 실험이 굉장히 어렵다는 걸 이해해야 좋은 동료가 될 수 있어요. 생물학자의 실험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처럼 결과가 뚝딱뚝딱 나오지 않거든요. 실험에 1년이 걸리기도 하고 몇 억이 들기도 해요. 실험을 쉽게 생각하면 안돼요.

수학과 생물, 둘 다 잘 해야 하나요?

두 분야를 모두 알고 있어야 하는 건 맞지만, 생물학 논문을 읽고 생물학자와 소통할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저도 수능시험 이후로 생물학 책을 본 적이 없었어요. 고등학교 때 배운 생물 지식이 전부였어요. 그래서 박사과정 때 생물학과 신입생이 듣는 수업부터 차근차근 들었어요. 수리생물학에도 분야가 아주 많아서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에 필요한 수업만 골라 들으면 돼요.



수리생물학자가 되려면?

전 수학을 깊게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생물학이라는 퍼즐은 어떤 수학적 도구로 풀어야 할지 아무도 모르거든요. 미분방정식이 필요할 수도 있고, 대수학이 필요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수학을 넓고 깊게 공부해 두지 않으면 단순한 문제밖에 풀 수 없어요. 생물학을 연구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새로운 관점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쓸모없는 것 같은 수학도 반드시 쓸 데가 있답니다. 꼭 유학을 가야 하는지는 수리생물학 중에서도 어느 분야를 하고 싶은지에 따라 대답이 달라질 것 같아요.

교수님의 새해 목표는 무엇인가요?

새해에는 카이스트에서 수리생물학 정식 강좌를 시작하려고 해요. 그리고 대학원에서 제 첫 번째 제자를 만날 예정이에요. 우리나라에서는 수리생물학이 생소한 분야인데, 열심히 지도해 좋은 학자가 되도록 돕고 싶어요.

외국에서 수리생물학은 많은 사람들이 활발하게 연구하는 학문이에요. 우리나라에서도 이 분야가 성장할 수 있도록 해외 석학도 초청하고, 학회도 열려고 해요. 한국에서도 좋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날이 오면 좋겠어요.

<수학동아> 독자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지식도 중요하지만 수학을 공부하면서 습득할 수 있는 논리력, 사고력, 인내심을 높게 쳐주는 분위기가 점점 퍼지고 있어요. 수리생물학자도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시스템을 다루는 사람이잖아요? 수리생물학자 중에는 금융회사나 구글, 페이스북 같은 회사에서 일하며 그 능력을 펼치는 사람도 있어요. 융합학문을 잘 알아야 하는 과학정책전문가 로 활약할 수도 있고요. 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도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글 : 고은영 기자 eunyoungko@donga.com
사진 : 고호관 기자
수학동아 2016년 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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