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디자인 놀이터에서 즐기는 수학데이트

발길 따라 수학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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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에는 영욱이네랑 지인이네랑 같이 놀러가자. 응~, 야경이 예쁜 곳이라고 하니까 이왕이면 오후에 가자. 건물 모양도 특이하고, 셀카 찍으면 잘 나오는 곳이 많다니까 카메라 어플 좋은 거 받아와. 그럼 오후 3시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어울림 광장 앞에서 만나!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꼭 가봐야 할 명소

벽이 지붕이 되고, 지붕이 다시 벽이 되는 부드러운 곡면으로만 이뤄진 특별한 건물이 있다는 걸 아시나요? 그 주인공은 바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랍니다. 오늘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3차원 비정형 건축물★ DDP에서 수학데이트를 즐겨 보려고 해요.
 
지하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번 출구로 나와 첫 발을 내딛는 순간, 거대한 우주선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신비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어요. 비정형 건축물인 DDP는 수직과 수평으로 이뤄져 있는 주변 건물과는 달리 곡선과 곡면, 사선과 사면, 예각과 둔각이 비대칭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어요.

세계 최대 규모일 뿐만 아니라, 건물 전체가 예술품과도 같아서 뉴욕타임즈가 선정한 ‘2015년 꼭 가봐야 할 명소 52곳’ 중 하나로 뽑혔답니다. 이제는 세계적인 명소가 돼버린 DDP. 이곳의 매력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파격적이면서도 독특한 건물을 집중 탐색해야 해요. 오늘의 데이트 코스는 어울림 광장에서 출발해 건물의 외관을 자세히 살펴본 뒤 배움터의 디자인 둘레길을 돌아보는 코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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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 비정형 건축물★ 일정한 형식이 정해지지 않은 건축물.]

DDP에 숨어있는 삼각형의 힘

어울림 광장에 서서 DDP 건물 외관을 쓰윽 한번 훑어보세요. 가장 먼저 기둥없이 튀어나온 벽면이 그대로 지붕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어요. 분명 기둥이 없는데도 건물이 안정감있고 튼튼해 보여요. 어떻게 가능할까요?

비밀은 건물 외벽 뒤에 숨어 있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스페이스 프레임 구조’와 ‘메가트러스 공법’에 있답니다. 스페이스 프레임 구조란 오른쪽 그림처럼, 건물 외벽 마감 공사를 하기 전 철골을 이용해서 3차원으로 만든 내부 골격 구조를 말합니다. DDP의 내부 골격 구조를 메가트러스 공법으로 만들었어요. 트러스 공법이란 삼각형 모양이 되도록 철골을 연결해 짜맞춰 나가는 방법이에요. 여기에 거대하다는 의미의 ‘메가-’를 붙인 거지요. 거대한 삼각형 구조를 기초로 건물을 짓는 방법입니다.
 
실내 체육관이나 전시장을 지을 때는 종종 내부에 기둥을 세우지 않고 벽에다 바로 지붕을 얹게 되는데, 이때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이 바로 트러스 공법을 이용한 스페이스 프레임 구조예요. 그렇다면 굳이 삼각형 구조를 기초로 한 트러스 공법을 이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삼각형이 가진 힘 때문이에요. 삼각형은 다른 도형과 달리 변의 길이만 정해지면 모양이 조금도 변형되지 않는 튼튼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나무막대로 위 그림처럼 실험해 보면 이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지요. 사각형이나 오각형은 막대의 연결 부분 중 한 곳에 힘을 가하면 쉽게 그 모양이 변해요. 하지만 삼각형은 어떤 곳에 힘을 가해도 모양이 결코 바뀌지 않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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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입체를 디자인하다

어울림 광장의 이곳저곳을 걸어 다니면서 건물 모양을 쭉 살펴 볼까요? 곳곳이 부드러운 곡면으로 이뤄진 이 거대한 건축물을 어떻게 이토록 아름답게 디자인할 수 있었을까요?

비정형 건축물을 디자인할 때는 컴퓨터가 가장 큰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종이 위에 그리는 평면도면 설계 방식만으로는 DDP와 같은 비정형 건축물을 지을 수 없어요. 그래서 DDP는 ‘빌딩정보모델링(BIM)’이라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3차원 입체설계 방식으로 지었어요. BIM은 2차원 평면도면 정보를 3차원 입체 데이터로 변환해 줘요. 또 건물을 짓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정보를 함께 입력해 설계 단계부터 유지, 관리 단계까지 활용할 수 있는 첨단 시스템이에요.

그중에는 ‘파라메트릭 디자인’이라는 설계 방법이 있는데, 이것은 수학을 활용해 건물을 디자인하는 방식이에요. 컴퓨터로 각 건물에 맞는 함수식을 만들고, 수식을 구성하는 매개변수★의 값을 계속 바꾸면서 원하는 디자인을 이끌어 내는 원리죠. 이때 3D 그래픽을 적용하면 건물을 짓기 전에 완성된 건물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설계자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던 디자인을 현실로 만드는 기술이 바로 파라메트릭 디자인이죠.

이제 어울림 광장 바로 앞에 있는 배움터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바닥이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벽면은 기울어진 둘레길을 지나면, 굽이굽이 곡선으로 이뤄진 계단이 나와요. 이 계단 역시 파라메트릭 디자인으로 만들었어요. 디자인 둘레길을 걸으며, 곳곳에서 파라메트릭 디자인을 직접 느껴 보세요.
 
매개변수★ $x$=$t$-1, $y$=$t$+1이라 할 때, $x$와 $y$를 연결해 $y$=$x$+2라는 함수를 만들어 주는 변수 $t$.

곡면판이 완성한 DDP의 부드러움

둘레길을 돌아 다시 건물 밖으로 나오면, DDP의 또 다른 장관이 펼쳐집니다. DDP를 감싸고 있는 외벽을 좀 더 가까이서 살펴 볼까요? 부드러운 곡면이 돋보이는 DDP를 완성하기 위해 알루미늄으로 만든 외벽 마감재를 무려 4만 5133장이나 사용했다고 해요.

하지만 개수보다 더 놀라운 건 이 외벽 마감재 중에는 단 하나도 같은 모양이 없다는 사실이에요. 만약 네모반듯하게 일정한 모양으로 이어 붙였다면, 건물 모양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평면 조각을 아무리 작게 만들어 촘촘히 이어 붙인다고 하더라도, 다면체이므로 뾰족한 꼭짓점과 모서리가 생겼겠죠?

하지만 DDP는 곡률★과 크기가 전부 다른 곡면판을 사용했기 때문에 건물 외벽에서 뾰족한 꼭짓점과 모서리를 찾아볼 수 없어요. 모두 부드럽게 이어져 하나의 거대한 곡면을 이루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서로 다른 곡률과 크기의 외벽 마감재는 어떻게 만들었을까요?

바로 선박이나 항공기, 자동차 등 주로 금속을 활용하는 분야의 다점성형기술을 활용했답니다. 여러 개의 핀을 촘촘하게 꽂은 두 개의 틀 사이에 알루미늄 판을 끼우고 곡률에 따라 핀의 높이를 조절해 판을 휘는 원리예요. DDP는 한 방향으로만 휘어진 1차 곡면판 9554장, 두 방향 이상으로 휘어진 2차 곡면판 2만 1738장을 사용해 부드러운 외벽을 완성했다고 해요.

이번 데이트에서는 수학적인 아이디어로 창의성이 발휘된 DDP의 곳곳을 둘러봤어요. 특히 3차원 비정형 건축물의 아름다움과 참신한 디자인을 중점적으로 살펴봤지요. 아차! 밤이 되면 외벽 마감재 곳곳에서 뿜어 나오는 환상적인 조명과 LED 장미 정원도 볼 수 있으니, 데이트 코스로 꼭 기억해 두세요!
 
곡률★ 곡선 또는 곡면이 휜 정도를 나타내는 변화율.

 

글 : 성큼성큼 수학원정대
진행 : 염지현 기자 ginny@donga.com
일러스트 : 김경찬
수학동아 2015년 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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