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안테나, 우주의 소리를 듣다!

유레카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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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나 텔레비전으로 방송을 보고 들으려면 안테나가 꼭 필요하다. 안테나는 특정 영역의 전파를 전기 신호로, 전기 신호를 전파로 바꾸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생활필수품이 된 휴대전화도 인터넷도 안테나 없이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여기 평범한 안테나 속에서 열정과 끈기로 새로운 학문의 씨앗을 발견한 사람이 있다.
 
칼 구스 잰스키가 통신 기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대학을 막 졸업할 무렵의 일이었다. 당시 미국 오클라호마대 학장이었던 아버지는 아들에게 발전가능성이 큰 통신 분야를 소개하며 공부해 볼 것을 권했다. 잰스키는 아버지의 조언에 따라 위스콘신대에서 학사학위를 받자마자 전자, 전기, 통신 기술 분야에 흥미를 느끼고 AT&T의 벨연구소로 들어갔다.
 
1927년 통신사 AT&T는 미국과 런던을 잇는 국제전화 서비스를 출시했다. 원활한 통신에는 안테나의 역할이 가장 중요했다. 잰스키가 처음 맡은 업무는 그 당시 벨연구소가 있던 뉴저지 홀름델 지역에 안테나를 점검하고 세우는 일이었다. 도시로부터 멀리 떨어져 도심에서 발생하는 전파 방해를 받지 않는 곳이었다. 전파 방해를 많이 받을수록 통화 품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안테나는 30m 길이의 청동과 철로 만든 직육면체 구조물이 뼈대를 이루고, 사이사이에 바퀴가 달린 거대한 기기(위 사진)였다. 군데군데 달린 4개의 바퀴로 안테나의 방향을 바꾸면 여러 방향에서 오는 전파를 수신할 수 있다. 잰스키는 안테나 주위에 머물며 전파 신호가 제대로 잡히는지 관찰했다.

잡음의 원인을 예측하다!

날씨가 궂은 날에는 어김없이 잡음이 들렸다. 가까운 지역에서 천둥번개가 치는 날엔 더 크게, 조금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천둥번개가 치는 날에는 더 작게 들렸다. 그런데 맑은 날에도 잡음이 들린다는 게 문제였다. 잰스키는 이 들릴 듯 말 듯 한 낮은 수준의 잡음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무엇보다 잡음을 일으키는 전파 신호의 주기를 알아 내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했다. 문제의 신호는 매번 23시간 56분마다 반복됐다. 24시간에서 4분이 부족한 시간, 잰스키는 처음에 이것이 ‘1항성일’임을 알지 못했다.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평범한 하루는 24시간이다. 이를 태양일 이라고 부르는데, 태양일은 지구가 태양을 기준으로 한 바퀴 자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반면 항성일은 지구가 별을 기준으로 한 바퀴 자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잰스키는 여러 자료를 모아 연구를 보충한 끝에, 잡음의 원인이 지구 밖 어딘가에서 오는 신호라고 추측했다.

그런 뒤 이 결과를 1932년 4월, 국제 과학 라디오 연합 모임에서 발표했다. 여기서 여러 과학자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 어느 누구도 뾰족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다시 연구를 시작했다. 꼬박 1년을 투자해 자료를 모으고, 매일 밤 신호를 꼼꼼히 기록했다. 그 결과 1년 만에 잡음이 지구 밖 은하수 중심 근처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한 틈틈이 낮은 수준의 잡음을 측정하고 기록할 수 있는 도구를 연구하다가, 지구 밖에서 오는 신호도 측정할 수 있는 안테나를 개발했다. 그러면서 가장 유력한 잡음의 근원지도 알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논문 발표에도 동료 천문학자는 물론, 과학계도 싸늘했다. 기존 천문학자들 중에는 잰스키의 논문과 주장의 진실 여부를 판단할 전문가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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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천문학 시대를 열다

잰스키는 자신의 연구 내용을 기초로 새로운 모습의 안테나를 만들자고 벨연구소에 제안했다. 미세한 잡음이 안테나가 작동하면서 생긴 소리인지, 진짜 별들이 보내는 신호인지, 지구 대기에 있는 먼지 때문인지 정확하게 증명할 측정 기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제안한 안테나는 지름이 30m 정도 되는 접시 모양의 안테나였다. 하지만 벨연구소 경영진이 판단하기에 잰스키가 궁금해 하는 미세한 잡음은 국제전화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경영진은 그의 제안을 거절했고, 결국 잰스키는 1935년 이 분야를 떠났다.

잰스키는 안타깝게도 불과 44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그의 연구는 죽음 이후 더 빛을 발했다. 1973년 국제천문연맹은 열정 하나로 전파천문학 분야의 기초를 다진 잰스키의 공로를 인정해 ‘잰스키’를 하나의 단위로 인정했다.

우연히 맡은 업무를 단순한 일로 여기지 않고, 꾸준히 매달려 새로운 전파천문학 분야를 연 열정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잰스키는 전파 강도를 나타내며 기호로 jy라 쓴다.

미국의 천문학자이자 라디오 기술자였던 그로트 레버는 우연히 잰스키의 연구 결과를 접하고 아이디어를 얻어, 자신만의 전파망원경을 개발했다. 특히 은하수에 관심이 많았던 잰스키의 연구 기록을 살피면서, 은하수의 밝기를 지도로 그리는 데 성공한다. 은하수가 이동하는 길과 반짝이는 정도를 측정해, 우주 공간에서 발생하는 전파를 기록으로 남긴 것이다. 하지만 레버의 연구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들의 연구가 빛을 발한 건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일이었다.

왜 하필 접시 모양일까?

안테나는 성능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그중에서 잰스키가 만들고 싶었던 안테나는 접시 모양의 안테나다. 왜 하필 접시 모양일까? 접시 모양 안테나는 ‘포물면 안테나’ 또는 영어로 ‘파라볼라 안테나’라고 부른다. 안테나 표면이 둥근 포물면(파라볼릭)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안테나 표면을 포물면으로 설계하면 전파를 한 점에 모아 세기를 강하게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원리를 이용하는 기구가 또 있다. 접시 모양 안테나를 완전히 눕혀 놓은 모양으로, 탐조등이나 투광기로 쓰는 ‘포물면 반사 장치’다. 이 장치는 거꾸로 한 점에서 사방으로 퍼져나온 빛을 직선으로 멀리 뻗어가게 하는 게 목적이다.

수학자들은 포물면이 빛을 한 군데로 모으는 데 가장 적합한 구조라는 것을 이차함수와 미적분, 삼각함수를 이용해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초점이 F(0,p)인 이차함수의 도함수를 구해서, 빛이 포물면에 닿을 때 어떤 각도로 반사되는지를 예측하고, 이를 하나의 방정식으로 일반화했다.

이렇게 구한 방정식을 이용하면 포물면의 곡률이 달라져도 포물선의 축과 나란하게 들어오는 빛은 포물면에 반사된 뒤 모두 초점으로 향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 또한 반대로 포물선의 초점에서 나온 빛은 포물면에 반사돼 포물선의 축에 평행하게 멀리 잘 뻗어나갈 수 있다.

우여곡절 끝에 세상에 알려진 전파천문학은 후대의 과학자, 수학자가 정리하고 발전시켜 지금은 우주 공간 곳곳을 연구하는 데 쓰인다. 만약 한 청년이 열정을 발휘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전파천문학을 조금 더 늦게 만났을지도 모른다.
 

글 : 염지현 기자 ginny@donga.com
수학동아 2015년 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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